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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은 조커가 아닙니다”…미디어가 만드는 위험한 서사
“조주빈은 조커가 아닙니다”…미디어가 만드는 위험한 서사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04.03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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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범죄 피의자 위주의 서사적 보도
피해자 중심·사회적 문제 짚는 메시지 우선해야

마치 조주빈을 조커 마냥 만들어주는 느낌이 강했다.

[더피알=안해준 기자] 지난주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를 시청한 후 한 누리꾼이 유튜브 영상에 단 댓글이다.

그알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n번방 사건’의 경위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이후 많은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아야 했다. 범죄자의 개인사에 지나치게 포커스를 맞춘 방향성 때문이다. 

그알 제작진은 조주빈의 지인을 만나 그의 가정환경과 학창시절 교우관계 등에 대해 듣고 프로그램에 담았다. 범죄행각과 피의자 정체를 밝히려는 취지지만 어쩐지 본말전도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누리꾼들은 “성범죄자의 개인사를 너무 많이 설명해줬다. 새로운 사실이나 명확한 주제도 없다”고 지적했다. “마치 가정환경 문제가 그의 범죄를 저지르게 만들었다는 것처럼 비친다”며 불편함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

조주빈을 둘러싼 보도가 도마 위에 오른 건 비단 그알만이 아니다. 다른 방송과 언론들도 조주빈의 행적과 이력을 조명하며 ‘악마’, ‘박사Q’ 등 범죄 피의자의 존재감을 강조한 용어와 표현을 사용했다.

일례로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인터뷰 연출 장면에서 피의자 대역에 영화 ‘쏘우’의 직쏘 가면을 씌워 입길에 올랐다. 영화 캐릭터를 통해 범죄자에 미스테리한 이미지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SBS 8시뉴스의 경우 수사기관보다 하루 앞서 조주빈 신상을 단독보도해 뒷말을 낳았다. 국민 알권리를 강조했지만 단독욕심에서 비롯된 이슈파이팅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관련기사 :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SBS의 조주빈 신상 단독공개

범죄 피의자를 둘러싼 미디어의 이같은 접근은 사건의 심각성을 알려야 하는 기획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독자와 시청자 이목을 끌 수 있을지언정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과 2차 피해 등 근본적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범죄 행각에 스토리를 입혀 일회성 사건 정도로 소모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강력 범죄를 다루는 미디어의 흥미성 보도는 과거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춘재가 화성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드러났을 때, 20명을 죽인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검거됐을 때도 그들의 살아온 환경과 행적이 줄곧 매스컴을 통해 다소 극화돼 알려졌다.

물론 ‘그것이 알고싶다’, ‘궁금한 이야기 Y’, ‘PD수첩’과 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이슈에 대한 흐름을 서사식으로 파고드는 것이 특징이다. 프로파일러들의 말처럼 개인의 사회적 환경이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범죄인에 대한 조명은 피해자 중심의 보도와 취재가 우선된 후 다뤄도 되는 사안이다. 특히나 이번처럼 청소년을 포함해 수많은 개인의 인권을 불특정 다수가 유린한 심각한 범죄사건이라면, 재발방지를 위한 현실적 해법 모색과 담론이 이뤄져야 한다. 

시청자들은 ‘조주빈 연대기’가 궁금하지 않다. 범행수법을 조명하고, 처벌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현행법의 허점과 사회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전달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그알을 비롯한 일부 언론은 이 핵심을 놓쳤다. 미디어의 역할은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닌 대중이 원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본질을 짚어주는 것이다.

스스로를 ‘악마’라 칭한 조주빈에 대해 한 지인은 이렇게 평가했다.  “악마는 무슨, 그냥 찌질한 쓰레기지…” 평범한 사람들도 다 아는 이런 사실을 언론이, 미디어가 간과해선 안 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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