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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문자’ 된 재난문자, 방법 없나?
‘피로문자’ 된 재난문자, 방법 없나?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04.08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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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발송, 각종 정보에 오히려 둔감해져
수용자 입장 고려한 정보, 가이드라인 재정립 필요
실시간으로 코로나19 상황 정보를 보내주는 긴급재난문자. 자료사진

[더피알=안해준 기자] 코로나19 상황을 알려주는 정부의 재난문자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발송 내용과 주기, 범위 등에 있어 일부 불편함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자체가 하루에 몇 번씩 재난문자를 보내다 보니 수용자 입장에서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재난문자 발송에 대한 명확한 원칙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긴급재난문자는 행정안전부의 CBS(긴급재난문자방송, Cell Broadcasting Service)를 기반으로 메시지를 송출한다. 재난문자는 상황에 따라 △위급재난(전쟁상황) △긴급재난(태풍, 지진, 쓰나미 등 자연재해) △안전안내(전염병, 기상특보 등) 3단계로 나뉜다.

재난문자방송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의 임문혁 상황실 정보통신팀장은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해당 기지국의 범위 안에 있는 단말기로 문자를 일괄적으로 보내는 방식”이라며 “각각의 재난문자의 발송 과정에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긴급재난문자 송출 권한을 광역 및 기초 지자체에게 부여해 지역과 현장 상황에 맞는 정보를 그때그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잦은 재난문자에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재난문자를 하루에 기본 3개, 많게는 5개 이상 받을 때도 있다”며 “정작 문자를 보면 별 정보나 내용도 없고 구호성으로 그쳐 요즘엔 알림이 울려도 나중에 확인한다”고 말했다.

유사시 모바일로 빠르게 정보를 공유해 국민 개개인의 행동을 유도하고 경각심을 일깨워야 하는 재난문자의 의미가 퇴색해버린 것이다. 

서울 종로구 거주자가 4월 3일에 받은 안전문자.  

모바일 기기에 따라 단계별 재난문자의 변별력이 사라지는 문제도 있다. 아이폰의 경우 안드로이드폰과 달리 해외 재난문자 운용 표준에 따르고 있기 때문에 모든 재난문자가 ‘긴급재난문자’로 인식됐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업데이트를 통해 공공안전경보 설정이 추가돼 안전안내도 일반문자처럼 받을 수 있게 변경했다.

전문가들도 과도한 재난문자 경보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형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과거 사스, 메르스 등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얻은 실패 사례를 기점으로 만든 긴급재난문자의 시스템 자체는 긍정적”이라 보면서도 “코로나19가 심각해진 후로는 (발송이) 너무 빈번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너무 잦은 재난문자가 오히려 경각심을 무디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난문자 발송 과정에 불편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신이 거주하지 않은 지역의 정보가 과도하게 많이 오거나, 동일한 내용이 여러 지자체에서 중복해서 오는 경우도 있다.

40대 직장인 B씨는 “좀 과한 것 같다 해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스크 안내까진 참았다. 근데 최근엔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일찍 가라, 외출 자제 해라, 2m 거리 유지해라 등 별별 캠페인성 문자까지 다 날라온다”며 “특히나 아이폰의 경우 소리가 좀 많이 커서 놀랜다. 짜증나서 (재난문자 기능을) 꺼버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재난문자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많이 줬다”면서도 “지금은 수용자 입장에서 ‘이게 무슨 의미지?’, ‘나에게 필요한 정보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자체별로 보내는 문자들도 중구난방이라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양치기소년’식 문자가 되지 않으려면 명확한 발송 기준과 내용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뿐 아니라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등의 재난시 국민안전을 위해 재난문자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지 여부와도 맞닿아 있다. 김기훈 코콤포터노벨리 대표도 이 점을 우려하며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국민들이 많은 피로감으로 인해 재난문자 정보에 둔감해져 있다면 그것은 정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이형민 교수는 “발송 횟수나 사안의 심각도 등에 따라 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전문가집단을 구성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실제로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기훈 대표도 “수용자가 재난문자를 통해 직접 어떠한 행동을 취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발송 시스템과 문자 내용에 대한 개선도 요구된다. 중첩되는 내용을 줄이고 수신자가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담아야 한다.

유재웅 교수는 “현재 지자체 판단에 따라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것은 전형적인 공급자 입장의 소통”이라며 “발송 과정이나 실익 등을 검토한 시스템 개선도 강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측은 “현재 기술상 사용자의 단말기가 여러 기지국 범위에 잡히게 되면 타지역 문자도 발송되기도 한다”며 “이같은 문제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안전디딤돌’ 앱과 통신사 협력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문자 중첩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방안은 현재로썬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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