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모범국 만든 또다른 ‘3T’
코로나 모범국 만든 또다른 ‘3T’
  • 김영묵 (brian.kim@prain.com)
  • 승인 2020.04.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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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묵의 리더십 원포인트] 검사·치료·추적 기본 충실
강제력 없는 권고사항, 감내·혁신·투명성으로 소화

[더피알=김영묵] 이번 칼럼은 피로감 짙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무관한 주제로 풀어보려 했으나, 간과할 수 없는 당대 최대 이슈인 데다 리더십과 연관해 이야기를 풀어낼 내용이 있어 지난 글에 이어 다시 ‘코로나19 시리즈’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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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까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 빌딩 구내식당에서 손님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4월 19일까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 빌딩 구내식당에서 손님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3T’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염병 감염 여부를 검사(Test)하고, 감염자를 치료(Treat)하는 동시에 감염자를 통한 전염병 확산 경로를 추적(Track)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다분히 상식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전염병 대응 프로세스를 제대로 시행하는 모범 국가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고 ‘금 모으기 운동’ 등 우리 국민의 위기 극복 의지와 노력을 생생하게 목격한 필자이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위기인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있는 요즈음처럼 대한민국 국민임에 자긍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전 세계가 찬사를 보내는 전염병 대응의 ABC, 즉 ‘3T’를 제대로 시행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기도 하지만, 그에 더해 또 다른 ‘3T’를 실천함으로써 우리 국민이 이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전 세계의 리더십 표본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선, 우리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공적 마스크 5부제 판매라는 일상의 불편을 기꺼이 ‘감내(Tolerance)’하고 있다. 이들 조치는 코로나19의 확산 예방에 필수불가결이지만, 불편한 게 사실이다. 보건당국이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강제력 없는 권고 사항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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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력이 없다 보니 일상의 불편을 견디지 못해 이를 실천하지 않는 사례가 없지 않지만, 전체주의 사회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니 논외로 한다. 필자 주변을 둘러보면 95% 이상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의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매우 자랑스럽다.

다음으로, 우리 국민은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 ‘혁신(Transformation)’을 이끌어냈다. 코로나19 진단에 드라이브 스루 검사와 워크 스루 검사를 창안한 것이다. 유증상자, 위험지역 방문자 등 검사 대상자가 폭증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야기되는 ‘병목현상’을 해소할 방법으로 획기적 아이디어를 짜낸 결과다.

세종시 어진동 해양수산부 앞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추가로 설치돼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세종시 어진동 해양수산부 앞에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추가로 설치돼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발명과 혁신은 필요의 산물이라는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을 간과하거나 구태의연하게 기존 시스템에 얽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는 감염 여부 검사에 대한 수요를 폭증시켰고 기존 시스템으로는 적기 공급을 위한 ‘생산성’을 맞추기 어려웠다.

이러한 필요에 응답해 우리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 워크 스루 검사라는 획기적 방법을 창안하고, 창안에만 그친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겼다. 이로써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효율이 높아졌다. 위기는 필요를 낳고, 필요는 발명과 혁신을 낳는 선순환 고리가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 맨 마지막에 언급하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 대한민국은 이 위기를 직면하고 극복해 나가는 데 처음부터 ‘투명성(Transparency)’을 견지했다.

1번 확진자가 나온 시점부터 보건당국은 확진자 발생 현황과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공개해 왔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웹사이트 게시와 브리핑을 통해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알려오고 있는 것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위기에 맞닥뜨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정보가 쌓이게 되면 누구나 해당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보다는 움츠리게 마련이다. 그 상황에 직면한 것이 본인의 책임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반응하는 경향이 짙다.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러지 않았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국제사회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은 물론이고 근거 부족한 낙관론에 취해 허송세월 하다가 뒤늦게 어마어마한 ‘쓰나미’에 대면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역시 작금의 위기 상황 속에 투명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받는 게 마땅하다.

(여기서 잠깐. 독자 분들은 오해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필자는 정부나 특정인을 칭찬하거나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 우리 국민이 미증유의 위기 상황에서 ‘3T’를 제대로 실천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분명히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에서 전해진 또 하나의 뉴스는 투명성의 중요성을 거듭 일깨운다. 한때 ‘중국판 스타벅스’로 일컬어진 루이싱커피의 회계조작 사건이 그것이다. 투명성은 곧 신뢰와 결부되는 것이며, 한 번 잃은 신뢰는 회복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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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든 리더에게는 실무 능력 못잖게, 아니 그보다 더 엄중하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된다. 리더를 평가하는 핵심 덕목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그리고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투명성과 진정성(authenticity)이다. 은폐, 회피, 허위는 결국 드러나 더 큰 후폭풍을 야기한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절대 금물이다.

불편을 감내하고, 위기가 낳은 필요에 기반해 혁신을 도모하며,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3T’ 리더십의 대한민국 국민임에 자긍심을 갖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3T’ 가운데 가장 중요한 투명성에 대해 어느 현인이 한 금언을 소개하며 글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만인을 잠깐 동안 속일 수는 있다. 그리고, 몇몇 사람을 끝까지 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인을 끝까지 속일 수는 없다. (You can fool all the people some of the time, and some people all the time. But, you cannot fool all the people all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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