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페친] “이 시국에 문화콘텐츠를 한다는 건…”
[알쓸페친] “이 시국에 문화콘텐츠를 한다는 건…”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4.24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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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 독자 김은(크리에이티브 아담 대표) 씨를 만났습니다

더피알 페이스북에서 열심히 ‘좋아요’를 눌러주는 독자들이 궁금해서 만든 코너. 이른바 ‘알쓸페친’. 알아두면 어딘가에 (큰) 쓸모 있을 그들과 직접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영화 쪽 마케팅을 했어요. ‘아담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2009년에 회사를 차렸고요. 영화 마케팅 회사로 시작해 공연, 전시, 국악, 페스티벌 등 문화콘텐츠 전반에 대한 마케팅과 언론PR을 담당했어요. 지금은 홍보 일을 좀 줄이고 컨설팅만 해드리고 있어요. 햇수로 24년차니까요. 직접 의뢰를 주시거나 지금까지 저랑 일을 해오시던 분들이 보완 요청을 하면 후배들이나 내부 직원들이 PR을 할 수 있게 가이드 해드리는 일을 주로 해요.

문화콘텐츠 마케팅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영화를 중심으로 봤을 때 일단 개봉날짜가 잡히잖아요. 그럼 개봉할 때까지 일반 관객들이 보는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다 마케팅인 거죠. 콘셉트를 잡는 일부터 시작해서 A부터 Z까지 관객들에게 노출되는 모든 부분은 마케팅팀에서 한다고 보면 돼요.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영화 쪽에 30여개 있고요. 공연 쪽은 10여 개 정도 있어요. 우리 회사가 그런 회사 중 하나였죠.

요즘 같은 시국엔 어떻게 지내세요.

뭔가 좀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해요. 컨설팅을 해도 직접 회사에 찾아가서 했지, 영상으로 한다거나 이런 방식을 이용해본 적이 없어요. 이번 기회에 이런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은 들더라고요. 고민하고 있어요. 준비도 좀 하고 있고요.

2년쯤 전에는 몹티비(MOBTV)라고 채널을 하나 움직였는데요. 테스트 개념의 방송이었기 때문에 마케팅에 접목할 수 있을지 조금 더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유튜브 콘텐츠는 개인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획성 콘텐츠니까 그게 홍보와 직결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하잖아요. 우리처럼 에이전시들은 다른 회사 것을 대행하는 개념이라 우리가 드러나기보다 그 회사 브랜드가 돋보여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런 부분까지 접목할 수 있을지 조금 더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할 것 같아요.

몹티비 제작 과정은 어땠나요.

굉장히 많은 사람을 만난 게 저한테 도움이 됐어요. 마케팅이나 컨설팅을 하지 않으면 못 만나는 분들을 방송 핑계로 만나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제가 알게 되는 것들도 있고 공부하는 것들도 있는데, 또 다른 곳에 가서 컨설팅 해드릴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공부하는 차원에서 해보자는 걸로 출발해서 그렇게 시즌1이 마무리 됐다고 해야 하나.

시즌2도 나올까요.

시즌2를 무조건 할 거예요. (웃음) 다른 문화 콘텐츠도 그렇고, 마케팅이나 컨설팅도 지금 같은 상황에선 위기인데, PR에 어쨌든 위기상황 대처라는 게 기본으로 깔려 있잖아요. 근데 뭔가 딱 이뤄진 것 없이 그냥 아무 것도 못 한다는 내용만 언론에 나가고 있고, 뭔가 대처해야 하는 것들은 PR로 커버가 되지 않고 있으니 그런 내용들을 방송으로 만들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기획 중이죠. 올해 안에 할 거예요.

컨설팅 하려면 준비가 필요할 텐데, 평소에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 편인가요.

보통은 문화콘텐츠를 많이 봐야 해요. 우리는 상품 자체가 감성상품이잖아요. 물건이랑 다르게 작품 보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해요. 사람 감수성 건드리는 작품을 하고 있으니까요. 근데 그게 시대에 따라서 약간 변해요. 저도 나이 먹으면서 좋아하는 콘텐츠가 바뀌었고요. 본인이 좋아하는 문화콘텐츠의 취향이 20대, 30대, 40대, 50대에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그런 것에 맞는 컨설팅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하는 거라서 시간 날 때마다 못 봤던, 밀린 문화콘텐츠를 몰아보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뮤지컬은 ‘무비컬’ 같은 방식으로 나오거나, 책이나 영화 등 원작이 있는 작품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게 원작과 어떻게 바리에이션(variations, 변형) 돼서 작품이 만들어졌는지 공부할 시간 없이 막 지나갈 때가 있어요. 그래서 시간 날 땐 그런 작품들, 못 봤던 원작 같은 것도 한 번 본다든지 하면서 비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 보는 시간에 조금 더 많이 시간투자를 하는 편이에요. 제 작품을 하면 제 것에만 몰입돼 있는 시간이 많아서 다른 것을 볼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

문화콘텐츠를 원래 좋아했었나요.

처음에 입사할 땐 아니었어요. (웃음) 첫 직장이 영화사였는데 그땐 뭔가 기획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광고 쪽을 전공했거든요. 제가 90년대 후반에 입사했는데 때마침 영화 쪽 마케팅이 융성한 시기도 아니었고 헐리우드 영화만 잘 될 때였어요. 한국영화는 잘 안 되고요. 뭔가 마케팅 쪽으로 기획서를 쓴다는 것도 별로 형식이 갖춰지지 않았으니까요. 당시도 광고대행사 쪽은 많았기 때문에, 광고 쪽은 이미 기획이나 뭔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데이터에 맞춰 움직이는 것들이 어느 정도 정례화 돼 있었다면 문화 콘텐츠 쪽은 전혀 그런 게 없었죠.

영화사에 입사해서 사수한테 영화를 하나도 모른다고 했더니 그냥 영화 잡지를 다 읽으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영화 전문지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스크린>, <로드쇼> 등 영화잡지가 한 다섯 종류 있었는데 출근하면 계속 잡지를 정독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지식을 습득하고 나름 데이터를 정리해 업계 정보를 익혔어요.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죠.

영화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최근 영화산업의 피해에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대기업 구조와 독립영화나 작은 문화콘텐츠 시장은 다르다 생각하기에 그 시장도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뮤지컬은 팬덤이 생겼기 때문에 관객이 빠지는 기준이 달라요. 일반 관객은 빠졌지만 팬덤은 빠지지 않는 식이죠. 팬들은 그 배우를 보러 오는 것이라서요. 영화는 대중화 되면서 독립영화나 아트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도 같이 빠지게 돼요. 그 자체로 너무 대중화 되다 보니 옛날에 시네마키드 같은 사람들, 이것만 좋아하는 매니아 층이 살짝 분산된 것 같아요.

근데 대규모 멀티플렉스는 빠지는 걸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소규모나 단관 운영하는 아트영화관은 장소에 대한 메리트를 마케팅 해서 200~300석 정도 찰 수 있게 하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을 이번 기회에 했어요. 너무 작품 홍보에만 매달리다 보면 작품이나 영화는 굉장히 여러 군데서 상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꼭 그 장소에 가서 봐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거죠. 관객들에겐 그래요. 근데 독립영화관 같은 경우 나름의 색도 있고 장소만의 메리트도 있기 때문에 장소에서 봐야 하는 뭔가를 좀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코로나19 사태가 문화콘텐츠 시장 전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번 일로 트렌드가 확 변한다기 보다 대안을 만들 것 같아요.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작품을 선보여야 하는지요. 예를 들어 공연 쪽에도 영상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잖아요. 무대를 영상화 시키는 작업이랄지. 영화 쪽도 극장으로 오는 관객과 IPTV, OTT 쪽으로 작품을 보는 사람이 양분돼서 자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는 건데, 관객들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겠지만 업계 사람들 입장에선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죠.

공연도 영상 서비스를 활용해 홍보하는 방식들이 좀 더 늘어날 것 같아요. 마케팅 하는 입장에선 모든 게 다 온라인으로 정보가 서비스 되고, 알려져야 하는데 그러면 어떤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는 게 관객들과 소통하는 방법일지를 고민하게 되겠죠.

심각한 이야기에서 돌아와 요즘 개인적인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제가 내일모레 오십이라는 거. (웃음) 그래서 점점 트렌드와 멀어지고 있다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원래 되게 트렌디한 일을 했던 사람인데 나이를 먹으면 뭘 해야 하지부터 시작해서 이런 모든 시스템이나 해왔던 것들이 다 재미없어질 때, 그럼 나는 뭘 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50대 준비를 하고 있어요. 메인 타겟인 20~30대와 소통해야 하니까 트렌드에 따라 움직이는 것도 빠르고 용어나 라이프 스타일 연구 등 그런 것에 조금 더 민감한 편인데 제가 그걸 언제까지 쫓아갈 수 있을 것인가…. (웃음) 또 그런 것들과 다른 나만의 방식으로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 생각들을 요즘 하고 있어요.

이런 고민들이 시즌2 제작에 영향을 끼치겠어요.

그런 걸 아예 (콘텐츠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좀 들어요. 제가 콘텐츠를 선택했던 것도 보면요. 젊을 때는 상업영화를 많이 하다가 조금 연차가 쌓이고 독립영화를 했어요. 나중에 뮤지컬도 하게 됐죠. 뮤지컬, 연극, 전시, 이런 것들을 하면서 콘텐츠에 변화를 준 자체가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건 아닌가 생각하고요. 콘텐츠에 따라 마케팅 하는 테크닉 자체가 다 달라져야하기 때문에 제가 공부를 해야 하니까 거기에 시간 할애를 좀 하게 돼요. 제가 모르는 것도 좀 있으니까요.

<더피알>은 어떻게 보게 되신 걸까요.

저는 문화콘텐츠를 하는 사람이니까 다른 제품이나 기관 홍보하는 분들이랑 조금 다르잖아요. <더피알>을 보는 이유도 다른 분야 PR 하는 분들 정보를 얻기 위해서거든요. 안 그러면 제가 저희 시장에 너무 갇혀있기 때문에.(웃음) 다른 분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이런 게 너무 궁금해서요. 근데 제가 타 업종 PR 하는 분들 만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더피알>을 봤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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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을 비롯한 언론매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모든 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이 상황을 극복하려 할 텐데 뭔가 현실적 대안이 될 만한, 이해가 될 만한 내용들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공연이나 작품이 밀리는 그 기간 동안 어떤 방식으로 작품에 대한 걸 기억하게 할까를 홍보나 마케팅 담당자들은 고민할 텐데, 지금을 위기 상황으로 본다면 이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보자는 약간의 PR 팁, 그런 게 있으면 좋을 듯해요. 제안을 해준다거나 이런 안도 있다거나 하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내주면 좋을 텐데 지적 위주로만 나오니까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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