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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채널 된 ‘동물의 숲’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채널 된 ‘동물의 숲’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5.0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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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코로나19 상황 속 밀레니얼 염두 브랜딩 활동
명품 등 패션 분야 활발…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동물의 숲 콘텐츠가 온라인을 통한 브랜딩 수단이 되고 있다. 출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인스타그램
동물의 숲 콘텐츠가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브랜딩 수단이 되고 있다. 출처: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인스타그램

[더피알=정수환 기자]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물의숲)’이 브랜드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게임 자체가 젊은층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파생 콘텐츠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   

동물의숲은 ‘나’라는 캐릭터가 무인도에서 주민대표를 맡으며 동물 주민들과 함께 섬을 꾸려나가는 내용의 게임이다. 온라인 통신을 통해 다른 이용자의 섬으로 갈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한 섬에 모여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수개월째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더 활발히 모인다. 때마침 발매된 동물의숲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악재가 호재로 발전한 상황. 서로 소통하며 커뮤니티를 만들고, 재택근무, 시위 등을 포함해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던 활동의 대부분이 ‘동물의숲’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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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나 브랜드 입장에서 사람이 모여드는 동물의숲 공간은 눈독들이기 좋은 커뮤니케이션 무대였을 것이다. 언제까지 사회적으로 거리를 둬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커뮤니케이션, 브랜딩 수단으로 동물의숲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가장 활발한 소통을 보이는 곳은 패션 브랜드다. 그 중심에는 동물의숲에 있는 ‘마이디자인’이라는 기능이 있다. 수십 개의 네모로 이뤄진 흰 격자 바탕에 원하는 디자인을 도트(dot)로 찍어내는 것이다.

이 기능은 주로 자신의 캐릭터, 혹은 동물에게 입힐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각자 만든 디자인은 코드 형태로 다른 사람에 공개할 수 있고, 이를 다운로드 받으면 디자인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패션 브랜드 마크제이콥스, 발렌티노 등이 이 기능을 이용해 2020 SS(Spring Summer), PF(Pre Fall) 컬렉션 의류를 공개했다. 코로나19로 패션쇼를 열기 어려워지자, 동물의숲 게임 속 공간에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해당 디자인은 추후 실제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가 동물의숲을 통해 의류를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출처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가 동물의숲을 통해 의류를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출처

동물의숲을 이용하고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이라는 요금제에 가입돼 있으면 누구나 패션 브랜드가 선보인 디자인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기회에 명품 한 번 입어보자’는 반응이 주를 이루며 네티즌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오갔다. 이 외에도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40만점의 작품 디자인 코드를 동물의숲 내에서 즐길 수 있도록 제공했다.

게임과 브랜드의 상호작용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루이비통은 게임 ‘롤(LOL)’과 협업해 게임 스킨을 제공하고 자사 제품에 녹여낸 바 있다. 또 발렌시아가는 게임 ‘심즈(The Sims)’와 협업 마케팅을 진행했다. 명품의 중후함을 벗고 젊은 소비자에 다가서려는 변화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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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존의 ‘명품 X 게임’ 콜라보와 동물의숲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비용 문제다.

루이비통, 발렌시아가 등의 경우는 별도 비용이 발생하는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이다. 게임 이용자 역시 해당 콘텐츠를 구매해야 즐길 수 있었다. 반면 동물의숲에서 브랜드는 닌텐도와의 협업 과정 없이도 자유롭게 진출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패션, 미술관 뿐 아니라 색다른 브랜드들도 동물의숲을 통한 마케팅 활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영국의 미디어 ‘더 드럼(The Drum)’은 “여행업체에서 동물의숲 속 섬을 아름답게 꾸민다면, 육체적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 섬을 방문해 여행 욕구를 충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웨딩업체에서 섬을 웨딩 콘셉트로 꾸민다면 사람들은 현 상황에서 최고의 결혼식을 위해 그곳을 찾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동물의숲을 일종의 돌파구로 사용해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추후 상황이 진정됐을 때 소비자들이 실제로 자신의 브랜드를 찾을 수 있도록 유인도 가능하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실현이 어려운 일이다. 동물의숲은 일본 게임사 콘텐츠이고, 특수 상황으로 인해 국내에선 일본 제품 불매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나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패션 업계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동물의숲’이라는 게임을 사용해 브랜드를 알린다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라며 “소탐대실이라는 결과 말고는 얻을 게 없다. (일본)불매로 분위기도 좋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는 게임 이용자보다 게임을 안 하는 사람이 더 많으니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동물의숲 이용자들에게 “만약 우리나라 브랜드가 외국 명품 브랜드처럼 동물의숲을 통해 디자인을 공개한다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을 때에도 긍정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국민 매국노로 그 브랜드는 낙인 찍히지 않을까’, ‘이 상황에서는 눈치를 챙겨야지 어쩌겠냐’는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상황은 특수하지만 동물의숲과 같은 게임이 브랜드의 새로운 소통 채널로 자리 잡은 것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대외 여건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브랜드가 소비자와 만나기 위한 접점을 새롭게 만들었고, 밀레니얼 타깃에 소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아이디어만으로 실현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랜선 견학을 한 것도 궤를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예상치 못한 콘텐츠가 브랜드 소통 채널로 작용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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