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이 캐리하는 콘텐츠 세상
댓글이 캐리하는 콘텐츠 세상
  • 이채원 (thsutleo8022@naver.com)
  • 승인 2020.05.1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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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콘텐츠도 현재진행형으로 살려놓는 디지털 놀이
유튜브 기반 국적 불문, M·Z세대 판플레이(판+Play) 현상 확대
댓글이 새로운 콘텐츠 유행을 만들어내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댓글이 새로운 콘텐츠 유행을 만들어내고 있다. 

 

요즘은 댓글 보는 맛에 유튜브 봐요

 

[더피알=이채원 대학생 기자] 평소 유튜브를 즐겨 보는 대학생 이예지(23)씨가 전한 말이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소위 ‘고인물’ 콘텐츠들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유는 바로 댓글 때문이다.

요즘 댓글은 단순히 소감 정도에 그치지 않고 대댓글, 대대댓글로 이어진다. 특히 채널 운영자를 중심으로 구독자들이 하나의 커뮤니티로 기능하는 유튜브상에선 댓글 소통이 더 활발하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이 남긴 자발적인 코멘트가 일종의 놀이가 되고 때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한다. 한마디로 댓글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다.

온라인상에서 갖가지 콘텐츠를 소비하는 M·Z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은 예상치 못한 콘텐츠의 유행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 외국인 유튜버의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영상이 일례다.

블로브의 ASMR 채널(BlovesASMR Eating Her Way)에 게시된 한 영상에는 한국어 댓글이 가득하다. ASMR 마이크를 잘못 조절해 마치 공사장 같은 소리가 난다는 댓글반응이 발단이 됐다.

해당 영상은 한국의 젊은층 사이에서 ‘공사장 ASMR’, ‘깡깡 언니’로 불린다. 기발하고 센스있는 댓글로 인해 기존 영상에 전혀 다른 새로운 의미가 덧입혀진 격이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계속되며 인기를 끈 게임 동물의 숲에서 나온 노래 ‘나비보벳따우’ 또한 마찬가지다. 가사도 없는 단순한 멜로디에 댓글의 힘이 더해져 ‘국악버전’, ‘한글해석’ 등 여러 파생 콘텐츠가 생성됐다.

동물의 숲 가수 T.K(왼쪽)와 나비보벳따우 가사 관련 패러디 댓글.
동물의 숲 가수 T.K(왼쪽)와 나비보벳따우 가사 관련 패러디 댓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학생 최지혜(26)씨는 “요즘 세대는 즉각적으로 반응을 남기는 일에 매우 익숙한 모바일 네이티브이기 때문에 이런 댓글 놀이가 가능한 것 같다”고 봤다. 

대학생 김선주(22)씨는 “‘없으면 만든다’와 같은 요즘 세대의 적극성과 똑똑해진 유튜브 알고리즘의 활성화가 합쳐진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요소나 참여할 만한 요소가 있는 콘텐츠에 자유롭게 반응하며 노는 M·Z세대의 트렌드를 판플레이(판+Play)라 부르기도 한다.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개입하는 것을 즐기는 요즘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다. ‘OO챌린지’,‘패러디 릴레이’가 만들어지는 배경 또한 이런 판플레이적 성향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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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 알고리즘 덕에 다시 화제가 된 가수 비의 ‘1일 1깡’ 패러디 또한 이런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2017년 공개 당시 흥행에 실패했던 ‘깡’ 뮤비가 3년여가 지나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건 M·Z세대의 시선으로 재해석되면서다.

반복적 감상과 이어지는 댓글들이 맞물려 밈(Meme)으로 진화됐고, 그 과정에서 중독 증세를 ‘1일 1깡’이라 부르며 비의 익살스러운 행동과 표정을 따라하는 다양한 놀이 챌린지를 이어갔다.

멋지고 진지하게 바라보기보다는 웃음을 유발하는 대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은 당사자로선 썩 유쾌한 일은 아니겠지만, 어찌됐든 비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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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주도하는 이러한 댓글 놀이는 단순히 유행을 넘어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에 긍정적인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짜뉴스의 불씨 혹은 부정적인 주접 댓글 또한 이 판도와 이어진다. 댓글이 주는 파급력을 인지하고 지나친 악플과 놀이 수준을 넘어선 부정적 움직임들은 자정노력이 필히 요구된다. 

인터넷 댓글이 소통의 중요한 채널이 돼가고 있음은 틀림없다. 이제 수동적인 콘텐츠 소비자가 아닌 콘텐츠에 개입하고 동참하는 엑티브 소비자, 창출자가 된 M·Z세대. 이들이 만들어가는 댓글 문화가 콘텐츠 시장에 어떤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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