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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폭로기사에 오르내릴 때
리더가 폭로기사에 오르내릴 때
  • 김영묵 brian.kim@prain.com
  • 승인 2020.05.08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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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묵의 리더십 원포인트]
‘일단 사과’ 경계, 상황 발생 전 리스크 관리부터

[더피알=김영묵] 조선시대 성군(聖君)을 꼽으라면 초기 영토 확장과 과학·기술 발전을 이끈 세종, 경국대전을 편찬함으로써 조선 왕조 법치의 토대를 마련한 성종, 그리고 비록 뿌리 깊은 당파 싸움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으나 후기 개혁을 도모했던 정조 등이 있다.

세종, 성종, 정조와 같은 성군 5명이 연이어 한 세기 가까이 국가를 이끈다면 어떨까? 서기 96년 네르바 즉위부터 로마제국은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우스 피우스를 거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180년 사망할 때까지 부국강병의 전성기를 보냈다. 이들 5명의 황제는 로마제국의 ‘오현제(Five Good Emperors)’로 불린다.

오현제의 마지막 인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오프닝 전투 장면이 압권인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떠올려 보시라. 막시무스 장군(러셀 크로 분)을 총애했고, 그래서 아들 대신 유능한 막시무스에게 권좌를 넘겨주려다 아들에게 살해된 그 황제가 바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영화와 달리 실제로는 전장에서 병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전히 이 인물이 익숙하지 않다면 ‘명상록(The Meditations)’을 상기하자. 2천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삶의 지혜를 주는 명저 중 하나로 꼽히는 명상록의 저자가 바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다.

그는 명상록에서 도전, 시련에 대처하는 자세를 설파했는데 기업 경영의 현장에서 늘 도전과 시련에 직면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필독서 가운데 하나가 명상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합리적 평정심의 중요성

필자는 첫 칼럼(▷모리뉴는 ‘3C’를 갖췄나)에서 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으로 조직에 대한 ‘헌신(Commitment)’과 난국에 침착함을 잃지 않는 ‘평정심(Composure/Calmness)’, 그리고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제시한 바 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역시 명상록에서 합리적 평정심을 강조한다. 조직이 심각한 도전이나 시련, 위기에 직면했을 때 리더가 평정심을 잃고 우왕좌왕하며 근시안적으로 대증요법과 같은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급급하면 장기적으로는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잠시 2019년 말부터 올 초 미국에서 있었던 ‘웃픈’ 해프닝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도소매 유통망 없이 소비자 직접판매(Direct to Consumer. D2C) 방식으로 여행용 가방을 판매하는 스타트업 어웨이(Away)의 창업자 겸 CEO 스테파니 코리(Stephanie Korey) 이야기다.

한때 기업가치를 14억달러로 평가받아 ‘유니콘’ 반열에 올랐던 어웨이는 작년 12월 한 테크 전문매체가 “코리 CEO가 고압적이며, 비인간적 기업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내부고발성 폭로 기사를 다루면서 격랑에 휩싸였다. 화들짝 놀란 코리 CEO는 즉각 사과문을 냈으나 여론은 계속 들끓었고, 그녀는 결국 기사가 나온 뒤 나흘 만에 대표직 사퇴를 발표한다.

그러고 나서 한 달여 지난 올 1월 코리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번 폭로 기사는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보도가 아니었으며, 나는 CEO에 복귀할 것”이라며 사퇴를 전격 번복했다.

독성기업 문화를 만든 책임을 지고 어웨이 CEO 자리에서 물러난 코리 씨는 자신의 입장을 번복했다. 이와 관련한 뉴욕타임스 기사 일부 

필자로서는 애초 폭로 기사의 사실 여부를 검증할 길이 없다. 다만, 최근 과거 학교폭력 가해 의혹 속에 두 번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했다가 돌연 무고함을 주장하면서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한 ‘공인(公人)’이 코리 해프닝을 떠올리게 했고, 위기 상황 속 리더의 신중함을 고민하게 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학폭 논란’을 대하는 자세

PR 업무를 하다 보면, 사실 여부를 가리기도 전에 부정적 뉴스가 언론은 물론 초고속·초연결의 SNS를 통해 확산할 때 대부분의 CEO들은 ‘일단’ 사과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을, 왜 사과하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이고 향후 어떠한 개선 조치를 취할 것인지 제시하지도 못한 채 사과에만 급급한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리더의 진가는 위기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 잘 드러난다. 이런 때일수록 침착하게 대처하고, 신중하게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위기관리의 시작은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 단계의 리스크 관리이기 때문이다.

위기=상수

명상록으로 돌아가 보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책에서 3가지를 강조한다. 우선, 명상을 통한 시뮬레이션이다. 어떠한 도전적 상황이, 어떠한 시련이 예상되는지 주기적으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내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길 상황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이를 ‘상수’로 여겨 어떠한 상황에 직면하든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지라는 조언이다.

다음으로, 실제로 시련이 닥치면 이를 위기로만 여겨 우왕좌왕하지 말고 기회로 삼으라고 충고한다. 그가 말하는 기회란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덕목을 발현하고, 시험할 수 있는 기회다. 예를 들어, ‘정의’ 혹은 ‘공정’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리더라면 이를 훼손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위기를 극복해 보라는 의미다. 이러한 노력, 시도가 성공하면 위기는 소중한 자양분이 된다.

명상록은 끝으로, 긍정 마인드와 합리적 판단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서라는 조언을 건넨다. 시련의 한복판에서 ‘이제 끝장났구나’라는 등의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지 말 것이며, 시련이 지난 후에는 ‘최악은 아니었잖아’라는 긍정 마인드로 상황을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계속 전진해야 한다.

2천년 전의 리더들이 겪었을 법한 도전, 시련들과 복잡다기하고 초고속·초연결적인 오늘날 기업 경영자를 포함한 리더들이 직면할 법한 상황들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급할수록 돌아가라”며 신중한 자세를 강조하는 선인들의 지혜는 되새길 가치가 있다.

냉전 시대 가장 급박했던 일촉즉발의 쿠바 미사일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참모들의 “즉각적 타격” 주장에도 흔들리지 않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끝에 쿠바 해상봉쇄를 결정, 평화롭게 상황을 해결했던 사례는 신중한 리더십의 대표적인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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