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유튜버의 잘못된 평행이론
언론과 유튜버의 잘못된 평행이론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05.1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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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이슈 활용한 2·3차 파생 콘텐츠 봇물
자극의 역치 높아져…명예훼손·사생활 침해 등 문제 염두

[더피알=안해준 기자] 최근 유튜버 ‘갑수목장’이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유기동물 구조·케어 콘셉트로 채널 영향력을 키워왔는데, 동물을 돈벌이에 이용했다는 의혹에다 학대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갑수목장 채널이 비공개로 전환될 정도로 후폭풍이 거셌다.  

갑수목장 논란은 현재 온라인, 특히 유튜브상에서 수많은 파생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다. 해당 크리에이터 수입을 분석하는 유튜버가 있는가 하면, 현직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들은 법적 처벌에 대한 자문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해당 이슈에 말을 보탠다.

하지만 일부 유튜버의 경우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혐오를 부추기는 듯한 프레임으로 접근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 크리에이터는 갑수목장이 과거 BJ 겸 유튜버 ‘보겸’과 얽혀 입길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보겸과 인연이 있던 유튜버들의 논란을 콘텐츠로 제작했다. 해당 유튜버 영상에는 조회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어그로성’ 콘텐츠라는 비판이 댓글로 달렸다.

유튜브에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 소재를 더 자극적으로 다루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영상 조회수와 시청시간이 광고수익으로 직결되는 만큼, 클릭을 많이 받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화제성 이슈는 조회수 급증을 이끄는 이른바 ‘유튜브 코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 키워드는 유튜브 검색 상위에 노출되기 쉽고, 해당 영상을 통해 조회수를 올리면 채널 구독자 증대로 연결시킬 수 있다. 이에 유튜브에선 언제부턴가 적지 않은 ‘이슈 유튜버’들이 활동하며, 논란이 되는 사안을 정리해 전달하고 기성 미디어 못지 않은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한편, 여론 형성을 주도하기까지 한다.  

▷관련 기사 :유튜버, 제2의 언론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기성 미디어의 보완제로 주목 받는 유튜버들이 기성 언론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콘텐츠 주목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자극적 제목 설정과 선정적 이미지 사용이 대표적이다. 이슈의 본질과 무관한 가십거리를 주제로 삼아 클릭을 유도하는 것은 ‘실검낚시’나 ‘기생언론’의 행태와 유사하다. 이미 레드오션으로 평가 받는 유튜브 시장에서 튀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기성 미디어와 달리 개인 유튜버들은 자칫 크게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 시스템이 있는 언론사의 경우 보도에 대한 최소한의 게이트키핑 장치를 두고 다방면에서 파급 효과를 고려하지만, 개인 유튜브 채널은 경험 부족과 가이드라인 부재로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썰 풀기’는 당사자의 잊혀질 권리를 침해하고 자칫 명예훼손이나 인신공격, 사생활 침해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슈 유튜버 중에선 선 넘는 콘텐츠로 종종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계속 커지는 유튜브 생태계에서 롱런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화제가 되는 이슈를 가십성·흥미성으로 소비하는 콘텐츠는 자극의 역치만 높일 뿐이다. 수천, 수억대 수익을 내기 위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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