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 무대’ 된 관중석에 보태는 아쉬움
‘PR 무대’ 된 관중석에 보태는 아쉬움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5.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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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국내외 시청팬 염두 여러 아이디어 장내 구현
‘리얼돌 의혹’ FC서울 긍정적 분위기 찬물…글로벌 마인드 갖춘 마케팅 고민 필요

[더피알=정수환 기자] 다수의 관중과 선수가 함께 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는 스포츠. 하지만 현재의 코로나 시국은 팬들과 구단의 직접적인 만남을 허하지 않는다. ‘무관중’으로 모든 경기가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관중이 없는 것은 구단에게도, 선수에게도 힘이 빠지는 일일 터. 이에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이 팬들의 함성을 대체할 만한 아이템을 관중석 곳곳에 비치하며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물 들어올 때 노 못 젓는’ 한국프로야구의 딜레마

일반적으로는 관중석에 걸리는 것은 팬들이 직접 만든 현수막이다. 축구팀 안산 그리너스FC는 안산시 관내 시립어린이집 원생들이 자신의 얼굴과 선수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직접 그린 그림을 관중석에 전시했다. 어떤 팀은 팬들의 함성소리를 녹음해 경기 중 틀어놓음으로써 평소 경기장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몇몇 구단은 관중석을 센스 있게 활용해 바이럴 효과를 꾀하기도. 야구팀 SK와이번스의 경우 마스크를 쓴 사람 일러스트를 현수막에 일정한 거리를 두며 수놓아 진열했다. ‘무’관중이라는 것에 착안해 ‘마스크를 쓴 무 캐릭터’ 현수막도 관중석에 내걸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실제 ‘무’도 등장했다. 무가 관중석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주며 구단의 재치를 드러냈다. 

SK와이번스가 관중석에 '무'를 얹어 '무'관중을 표현했다. 방송화면 캡처
SK와이번스가 관중석에 '무'를 얹어 '무'관중을 표현했다. 방송화면 캡처

NC다이노스는 해외 인기에 힘입어 노스 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주 마이너리그 구단 6곳의 마스코트를 간판으로 세울 예정이다. NC다이노스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없는 노스 캐롤라이나 주와 약자가 같다는 이유로 현지에서 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더불어 NC다이노스의 공룡 마스코트인 단디와 쎄리의 주가도 높다. 미국 커머스 사이트에서 NC다이노스의 공룡 마스코트가 그려진 티셔츠 등이 거래될 정도다. 여담으로 노스 캐롤라이나는 공룡으로 유명한 미국의 주 중 하나이기에 그 운명적인 인연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구단 측은 이러한 화제성을 놓치지 않고 소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며’ 해외에 어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회공헌 광고판으로 관중석을  활용하는 시도도 보인다. 대구FC는 마스코트인 빅토와 리카의 인형을 관중석에 놓았다. 이 인형은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는데, 구단 몰에서 해당 인형을 구매하면 구매자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부착해 관중석에 앉힌다. 코로나 종료 시점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불우 어린이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수원삼성블루윙즈는 의료진 힘내라는 현수막을 관중석에 얹었다.

대구FC의 관중. 해당 인형들은 불우 어린이에게 추후 기부될 예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대구FC의 관중. 해당 인형들은 불우 어린이에게 추후 기부될 예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렇듯 각자의 방식으로 글로벌PR의 기회를 살리는 구단이 있는가 하면, 잘못된 선택으로 구설수에 오른 팀도 있다. 바로 성인용품인 ‘리얼 돌’ 마네킹을 응원석에 앉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FC서울이다. 온 가족이 보는 스포츠인 만큼 아이들 눈높이에서 주의가 부족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마네킹이 든 피켓에 리얼돌 판매 사이트 로고와 인형의 모델이 된 BJ 이름까지 노출돼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FC서울은 공식 사과문을 통해 진화에 나섰지만, 전 세계에서 한국 스포츠에 주목하고 있는 시기에 ‘나라 망신’이라는 오명은 벗기 어렵게 됐다.

외신에 보도된 FC서울의 마네킹 관중. 트위터 캡처
외신에 보도된 FC서울의 마네킹 관중. 트위터 캡처

국내 프로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코로나19가 준 몇 안 되는 긍정적인 기회다. 정부의 방역 지침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바깥 활동이 조심스럽기에 K-스포츠에 ‘입덕’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내뿐 아니다. 해외 역시 우리나라 스포츠를 달리 보며 실내 생활의 지루함을 떨쳐내고 있다. 올림픽도 아닌 시즌에 이렇게 전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건 여태 유례가 없던 일이다.

그렇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국제적으로 인정 받고 있으며, 한국 스포츠가 재미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축구의 경우 모든 이슈가 FC서울 ‘반갑지 않은 관중’에게 쏠리며 경기 내용은 뒷전이 돼버렸다. 준비 없이 맞은 글로벌 진출 기회이긴 해도 부정적 이슈로 화제가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덧붙여 이왕 노를 저을 것이라면 조금 더 본격적으로 젓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관중석을 통해 진행하는 PR활동의 대상이 국내를 넘어 더 넓은 세계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가령 ‘무’관중에 착안해 무를 배치하는 건 언어유희적 요소를 살린 아이디어지만 국내용에 그치는 측면이 있다. 무라는 단어의 중의적 의미를 모르는 해외 팬들은 이색적인 그림 정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상에서 국적에 상관 없이 통용되는 유머코드를 살리는 것처럼 스포츠 마케팅에서도 ‘로컬 마인드’를 벗어나는 노력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의 말처럼 K팝 이후 한국을 알릴 다음 타자가 K-스포츠가 되려면 기량 못지 않게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소통 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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