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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없는 PR분야…지금은 ‘운외창천’ 기억할 때”
“정년 없는 PR분야…지금은 ‘운외창천’ 기억할 때”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5.21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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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 창간 10주년 특집- 원로를 만나다③] 신성인 KPR앤드어소시에이츠 부회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수년 전 신성인 KPR 부회장(67)과 만났을 때 그는 기자에게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이야기했었다. 리더일수록 다른 사람을 섬김의 대상으로 여겨야 건강하게 상호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신 부회장은 지금도 “동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 발전해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돕는 게 저의 역할”이라며 “그 기여가 우리(KPR) 테두리 안에서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곳에 나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으면 도와주고 북돋아주는 관계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신성인 부회장은... 현대건설 해외업무 기획/교육을 담당하다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기획실장·이사를 지내며 PR분야로 뛰어들었다. 1996년부터 22년간 KPR 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부회장으로 영전했다. 한국PR기업협회장(2004, 2016-2018)으로 역할했으며 한국IMC연구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 더프레임 성혜련 실장

▷“프로는 배움이 필연입니다”에 이어...

“회사 풀네임이 ‘KPR앤드어소시에이츠’이지 않습니까. 어소시에이츠(associates) 즉 동료와 함께 일하는 곳이기에 무엇보다도 친밀감이 중요해요. 일단 편하게 해줘야 합니다. 특히 연배나 직위 차이가 나면 아무래도 소통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되는데, 어쩌다 대화할 기회가 생겼을 때 보이지 않는 큰 벽을 느끼게 되면 그 다음부턴 마주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래서 젊은 친구들에게도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기보다 오히려 그들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을 보고 배우려 해요. 사실 아날로그 세대인 제가 디지털 시대에 커뮤니케이션업을 하려면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서 배워야 하는 것이 맞고요.(웃음) PR하는 사람들은 평생 공부해야 합니다.”

요즘 공부하시는 건 뭔가요?

(노트를 뒤적거려 메모한 내용을 보여주며) 마침 오늘 아침에 동료들과 공부한 내용이 여기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고객의 마음을 끌 수 있을까?’를 논의했는데요. 대부분의 고객이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만을 원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진 않아요. 자기 일을 맡아서 해줄 사람, 팀, 조직의 안정감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제안할 땐 운영의 안정감과 크리에이티브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절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내부 인재, 이전의 레퍼런스, 적절한 전략 등을 두루 갖추고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콘텐츠까지 제작해서 눈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여러 선진 케이스를 공부하고, 다른 기업에서도 배우고, 내부의 다른 팀, 동료들에게서도 배워야 고객이 만족할 만한 제안포인트를 생각할 수 있다고 봐요.

광고회사만 해도 50대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PR분야는 사실상 정년이 없어요. 미국이나 일본, 유럽 쪽 사람들을 만나 보면 시니어가 왕성하게 활동합니다. 왜? 나이가 60,70이 된다고 해도 그들의 경험이나 네트워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더 공부하라는 겁니다. 경륜 위에 새로움을 쌓을 수 있으면 그것만큼 큰 경쟁력이 어딨겠습니까.

그래서 늘 무언가를 적으시는...?(웃음) 메모 습관이 대단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늘 좋은 사람만 만나긴 어렵죠. 그럴 때도 반면교사의 기회가 있습니다. 제 메모 습관 역시 그렇게 만들어졌어요.(웃음) 군 복무 때 인사장교였는데 윗분이 찾으면 빨리 가서 지시사항을 듣는 게 굉장히 중요했어요. 하지만 한 번에 다 알아들을 수가 있나요. 어려워하던 차에 “내가 하는 말을 전부 기억하긴 어려우니 항상 메모지를 가지고 다녀라”고 조언하더군요.

그래야 메모하면서 놓친 부분도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또 커뮤니케이션 목적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거라며 지시하거나 대답할 때도 우물우물하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하사관이나 사병은 상급자가 하는 얘기를 되풀이해서 묻기가 쉽지 않을 수 있으니 가급적 한 번에 원래 목적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말하라는 거였습니다. 잔소리로 들을 수 있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저는 실천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매순간 자연스레 메모하게 됐고 지금까지 버릇처럼 하고 있습니다.(웃음)

신 부회장은 업계에서 '메모광'으로 통한다. 이날도 다양한 자료와 노트를 앞에 두고 대화했다. 사진: 더프레임 성혜련 실장

디지털 전환기에 이어 코로나 여파로 업계 전반이 어렵습니다. 과거 국가적 위기 등과 비춰볼 때 어떤 점에서 크게 다른가요. 또 조언해주실 부분이 있다면.

IMF 외환위기는 우리나라가 처음 겪는 경제위기였죠. 다만 글로벌 위기까진 아니어서 한국 기업 사정과 달리 다국적 기업들의 서비스 수요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국적 고객사들이 저희 비즈니스 안정화의 좋은 토대가 되었어요.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아이러니하게도 금융 고객사의 커뮤니케이션 니즈는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부정 이슈와 위기 상황을 관리해 나가야 했으니까요.
 

신 부회장은 대화 중 불쑥 일어나 벽에 걸린 액자 하나를 들고 왔다. ‘운외창천(雲外蒼天)’. 구름에 가려 푸른 하늘이 안 보일 수 있지만, 구름 밖에는 푸른 하늘이 있다는 뜻이다. 김한경 회장이 어려울 때도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뜻에서 선물로 준 것이라 했다.

“실제로도 운외창천이었던 적이 많습니다. IMF 때 어려웠지만 이후 IT 중심의 벤처 붐이 일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찾아왔지 않습니까. 코로나19 위기도 달리 보면 오히려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사실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변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속으로 천천히, 조금 더 있다가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훨씬 더 빨리 변화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어요. 얼마 전 마틴 소렐 전 WPP 회장도 “경영자들이 그동안 디지털 전환을 급격하게 하면 회사에 악영향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이제는 그런 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은 목욕재계(take the bath)하고 디지털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더군요. 물론 소렐 회장의 발언 이면에는 WPP의 디지털 서비스를 강조하려는 의중도 깔려 있었겠지만, 어쨌든 예전 같은 전통 방식으론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엔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하나는 고통분담입니다. 요즘 특히 항공사나 관광분야 고객사들이 어려운데 개중엔 저희 장기 고객사도 있습니다. 해서 고객사의 어려움을 백분 이해하고 피(fee)를 줄이는 방안을 100% 수용했습니다. 오랜 파트너십으로 이어져온 관계이니만큼 어려울 때 도와야 신뢰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현실적으로 회사의 캐시 플로우(cash flow, 현금 흐름)도 잘 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혹시 고객사가 비용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상황도 대비해야죠.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 지금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있으면 일단 해보자는 공감대가 있어요. 실제로 공공부문과 디지털, 온라인 게임·이커머스 등에서 도전하고 있는데 승률이 제법 높습니다.(웃음)”

신 부회장은 인터뷰 도중 '운외창천'이라는 글귀가 쓰인 액자를 들어보이며 업계 선후배, 동료들을 향해 대화를 이어갔다. 사진: 더프레임 성혜련 실장

업계 인재난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만, 워라밸 가치가 부각돼 그런지 전공자들도 PR회사를 그다지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PR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사실 컨설팅 서비스를 하는 기업 중에 PR회사처럼 다양한 산업, 고객사를 두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자기가 담당하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면 지식의 폭도 넓어지고 깊이도 상당해져요.

대학도 요즘은 신문방송학이라 하면 학생들이 모집이 잘 안 되니 미디어, 영상, 커뮤니케이션 등의 타이틀로 바꿔 달잖아요. PR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PR이란 네이밍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이 있어서 그렇지 실제로 들어와서 일해보면 정말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가 많습니다. PM(프로젝트 매니저)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고, 여러 산업을 알고, 좋은 동료와 훌륭한 전문가를 많이 만나고 싶다면 꼭 한 번 PR분야에 도전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부회장님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우리 동료들의 안전, 건강. 다음으로 고객들의 비즈니스. 그리고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입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걸어갈 동료·후배들에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살아가면서 누구나 업스앤다운스(Ups&Downs)가 있습니다. 상승무드를 탈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데, 상황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자기를 지켜주는 정신적 뿌리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PR이 우리 사회 많은 이해관계자의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엔지니어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PR일을 하는 사람들의 철학과 가치가 중요한데요, 고객과 공중 사이에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일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사회의 선과 공공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으면 합니다. KPR이 담배나 도박 같은 서비스 의뢰를 일절 받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고객사들이 적절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또 무대에 나가서 자기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 저희 역할 아니겠어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PR의 철학을 지켜나가는 프로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창간 10주년을 맞은 더피알에 덕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더피알은 지난 10년 동안 여러 측면에서 우리 PR산업의 등대 역할뿐만 아니라 PR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눈도 되고 귀도 입도 되어줬어요.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커뮤니케이션 트렌드 변화에 걸맞게 새로운 도전에 계속 앞장서서 PR의 가치를 더 높이는 일을 함께 해나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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