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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크려면 ‘가르마’를 잘 타야
회사가 크려면 ‘가르마’를 잘 타야
  • 김영묵 brian.kim@prain.com
  • 승인 2020.05.25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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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묵의 리더십 원포인트]
숙제에 대한 해법 모색 방법…한 가지 원칙 잊지 말아야

[더피알=김영묵] 얼마 전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있어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옛 직장 후배를 찾았다. 영상 등 비주얼 콘텐츠를 제작하는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는 친구다.

“이러저러한 콘텐츠가 필요한데 급히 만들어 달라!” 다그치는 필자에게 그 친구가 주저함 없이 “선배, 저는 요즘 ‘불가능한 것’과 ‘어렵기는 해도 가능한 것’을 명확히 구분해서 일하려고 해요. 부탁하신 건은 어렵기는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으니 최선을 다해 볼게요”라고 말했다.

찰나의 순간 당혹스러웠으나 곧바로 “좋아! 바람직한 자세다”라고 맞장구치면서 그를 격려했고, 빠듯한 시간표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것’을 완벽에 가깝게 처리해 준 후배 덕분에 주어진 과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에이전시에서 일하면 종종 이러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클라이언트가 다양한 성격의 업무를 요청하는데 그중에는 에이전시 내부 리소스로는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불가능한 영역의 것도 있기 마련이다. 부끄러워하거나 자괴감을 느낄 일이 아니라 당연한 현상이다. 모든 조직이 전지전능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런 경우 에이전시 직원들 대부분은 (마치 내가 옛 직장 후배를 찾았듯) 그 업무를 대신해 줄 외부 리소스를 찾아 나서게 된다. 적임자를 섭외해 성공적으로 과업을 수행하면 다행이지만 외부에서도 마땅한 리소스를 끝내 찾지 못할 수 있고,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도 허다하다.

일련의 과정에서 에이전시의 프로젝트 리더든 외부 협력업체의 책임자든 ‘가르마’를 잘 타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숙제로 떨어진 업무에 대한 냉철한 평가 말이다.

회사를 키울 때 고려할 점

앞선 후배는 크게 불가능한 것과 어렵기는 해도 가능한 것으로 가르마를 탔는데 거기에 더해 ‘가능할 뿐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것’이라는 항목을 추가하고 싶다. 이러한 접근법은 에이전시에 국한하지 않고, 규모가 크고 작음을 떠나 어느 기업에든 해당되는 이야기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규모를 키우려는 욕구가 생기게 된다고들 한다. 기업 생애주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대부분 수익성을 따지기에 앞서 외형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크다.

규모를 확대하려 할 때 대부분 “사업다각화를 위해”라거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혹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라는 명분을 단다. 커뮤니케이션적으로 나쁘지 않다.

또한 이런 배경 아래 외형 성장을 일구는 데 있어서는 자생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즉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의 경로를 택하거나, 인수·합병(M&A) 전략을 생각하게 된다. 실행 방법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외적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의 리더는 한정된 자원에서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따져야 한다.

유의미하게 따져야 할 문제는 궁극적 목적이 사업다각화냐 미래먹거리 발굴이냐를 떠나 새롭게 도전에 나선 분야가 ‘우리 회사가 잘 꾸려나갈 만한 것인가? 아니면, 어렵기는 해도 꾸려나갈 여력은 되는가?’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점이다. 이 숙제를 리더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

20세기까지 거슬러 갈 필요도 없다. 최근 10년 정도의 과거를 기준으로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돌아보면 사업다각화나 미래먹거리 발굴이라는 명분으로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었다가 온전했던 본래의 기업 자체가 아예 도산하거나, 크게 휘청거렸던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는 문제인데도 리더(오너)가 자사의 역량 등 스스로를 냉철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개인적 욕구 즉 취향, 흥미, 관심 등을 앞세울 때도 있다. 또 겉모습에 치중하거나, 경영권 세습의 목적으로 무리수를 둔 경우를 목격할 때면 기분이 매우 씁쓸하다.

에이전시에 필요한 건전한 판단력

이전의 칼럼들에서 필자가 일관되게 강조한 것들을 복기하면, 가르마를 잘 타는 리더는 결국 비판적·비평적 견해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조직 내·외부로부터 경청하는 사람이다.

본연의 사업 영역과 동떨어진 생소한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 어떤 리소스가 필요한지, 그 분야에서의 핵심성공요인(Key Success Factor)은 무엇인지, 기대하는 투자수익률(ROI)은 어느 정도이며 언제쯤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서고 어떠한 견해든 소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겸손(humility)한 자세 역시 필수적인 덕목이다. 세상에는 불가능한 것이 있음을 인정하는 자세다.

특정 분야에서 내가 일가를 이뤘다고 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일 수도 있다는 자각이다. “자금은 얼마든 댈 수 있다”거나, “거액을 줘서라도 전문가를 데려오면 되겠다”라거나,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디 있느냐”라는 식의 오만과 자만은 금물이다.

겸손한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경청한 뒤 ‘건전한 판단력(sound judgment)’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것과 어렵기는 해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매우 잘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 한정된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리더의 책무이며, 그럴 때 조직의 구성원들이 열과 성을 다해 리더를 따라 성공의 길로 나갈 것이라 믿는다.

에이전시 생태계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클라이언트의 ‘드나듦’이 빈번하고, 클라이언트가 요청하는 과업의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다는 점이다. 이런 생태계에서 리더는 (에이전시 대표든, 프로젝트 리더든) 가르마를 타야 할 상황에 처했을 때 한 가지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과업에 매달리거나, 가능하기는 해도 어려운 과업에 애쓰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성격의 과업에 힘을 조금 더 쓰는 게 생산성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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