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컴’은 ‘국룰’…우리들의 일그러진 비대면 시험
‘투컴’은 ‘국룰’…우리들의 일그러진 비대면 시험
  • 양동주 (djwhy5510@naver.com)
  • 승인 2020.06.0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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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지난 대학가, 팬데믹 여파 각종 편법 활개
비정상의 일상화…새로운 실험 기회 되기도
비대면으로 치러진 중간고사는 에상치 못한 편법들을 낳았다. (자료사진)
비대면으로 치러진 중간고사는 에상치 못한 편법들을 낳았다. (자료사진)

 

 ‘투컴’은 ‘국룰’이지

[더피알=양동주 대학생 기자] 비대면 강의 중간고사를 어떻게 봤냐는 질문에 대한 한 대학생의 답변이다.

‘투컴’은 두 개의 컴퓨터를 활용해 하나로는 시험을 보고 다른 하나로는 모르는 문제를 검색하는 편법을 의미하고, 국가의 룰(rule)의 준말인 ‘국룰’은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대학가에서 학생들의 시험 부정행위가 만연해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웃픈 표현이다.  

평소였으면 수강생들이 한 강의실에 모여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었겠지만, 온라인으로 각자 진행한 시험은 통제에 한계가 있어 다양한 편법이 가능해졌다. 

물론 이런 편법이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기존에도 일부 온라인 강의과목에선 암암리에 유사한 부정행위가 이뤄져왔다. 문제는 대부분의 강의가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며 편법의 대상도 범위도 무한정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비정상의 일상화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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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 측의 고민이 크게 깊어졌다. 일부 수업은 중간고사 대신 주기적으로 과제를 내주는 방식으로 바꾸거나, 아예 기말고사로 평가를 미루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과도한 과제 부담으로 이어지거나 급한 불 끄기 식의 대응이라는 지적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비대면 수업의 질에 있어서도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온라인 강의는 기존 대면 방식을 비대면으로 전환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개강 후 한두 달은 팬데믹 영향으로 인한 불가피성을 이해하던 학생들도 질 낮은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의 수준으로는 질 높은 학습 수준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한 한 대학생은 “개강 초기에는 이 사태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으로 예상하고 온라인 강의를 계획했지만, 예상과 달리 온라인 강의가 중간고사 기간까지 이어지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 했다. 또 “코로나19가 다음 학기까지 영향을 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미증유의 현 사태가 부정적 변화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팀 프로젝트의 경우, 과거처럼 조원들이 한 장소에 모여서 회의하지 못하게 되자 줌이나 스카이프와 같은 온라인 화상 서비스를 통해 적절하게 회의를 진행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과거에도 존재한 서비스들이었지만, 딱히 이용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 과정 자체가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져 기피됐던 것이 외부 변수에 의해 변화를 수용하게 된 것. 오프라인 회의가 제한되고 글자 중심 메신저로는 소통에 한계가 있다 보니, 다소 번거롭더라도 자연스레 온라인 화상 서비스가 자리 잡는 분위기다. 

온라인 화상회의를 경험한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굳이 한 장소에 모이지 않아도 되니 편하고,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사용해보니 오히려 오프라인 회의보다 더 간편하고 흥미롭다는 의견이다.

특히 내 화면을 다른 조원 화면에 보이게 하는 공유 기능이나, 공유된 화면에 조원들이 펜으로 자유롭게 실시간 기록할 수 있는 기능 등 온라인 화상 서비스의 다양한 부가 기능을 큰 장점으로 꼽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앞으로도 굳이 오프라인 회의를 고집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는 전향적 자세도 엿보인다.

한 학생은 “그 동안 모든 팀원이 설치하고 회원가입하는 과정이 귀찮아서 이용하지 않았는데, 이번 사태로 사용해보니 의외로 괜찮았다. 앞으로 팀플은 어지간하면 온라인으로 하는 게 편할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종식되기 힘든 만큼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코로나 사태는 학생들이 모이면 안 되는 통제 상황인 동시에 학생들이 모이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변화를 제약으로 받아들일지 기회로 받아들일지에 따라 대응책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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