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대하는 ‘브랜드’의 자세
인종차별 대하는 ‘브랜드’의 자세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6.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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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아마존·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 메시지로 문제의식 공유
“초개인화·수평화 흐름 속 대중 요구에 부응…새로운 트렌드 시작”
아디다스 인스타그램 계정.
아디다스 인스타그램 계정. 'RACISM(인종차별)' 단어 위로 빨간줄이 그어져 있다.

[더피알=임경호 기자]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문제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기업 브랜드의 동참도 줄을 잇고 있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민간기업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 다시 한 번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선 ‘블랙아웃 튜스데이(#blackouttuesday)’ 운동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해시태그 캠페인을 통해 뿌리 깊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뜻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브랜드들도 연대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 채널 등을 통해 저마다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사회 이슈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던 관행을 벗어난 일종의 경향성이 포착된다.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저널리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환경적 요인이 상당수 브랜드의 움직임을 유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장면이 대중에게 충격적으로 다가갔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대중을 상대로 군부대를 운운한 트럼프 정부의 대응 등이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개인과 집단의 동참을 이끌어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책임 있는 기업시민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과거보다 커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중요한 사안에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의식이나 실리적 판단 이전에 사회 전체의 분위기나 소셜미디어에 나타나는 것들이 기업의 행위를 유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왜 한국 광고에는 사회적 메시지가 없을까

샘 리카도(앞줄 오른쪽)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장이 5월 31일(현지시간) 시민들과 함께 무릎을 꿇으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샘 리카도(앞줄 오른쪽)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장이 5월 31일(현지시간) 시민들과 함께 무릎을 꿇으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이번 사안에 사회적 메시지를 공표한 브랜드는 최소 수십 곳에 달한다. 나이키와 아마존,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등 각 분야 유명 브랜드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대표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Nike)는 공식 SNS 계정에 '한 번만은, 하지 마라(For once, Don't Do It)’라는 평소와 다른 슬로건을 공개했으며, 아디다스(Adidas)는 경쟁사인 나이키의 슬로건을 리트윗하며 동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현재 아디다스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레이시즘(RACISM)’에 빨간 줄을 그은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 아이스크림 제조사 벤&제리스(Ben & Jerry's)도 홈페이지에 ‘침묵은 선택이 아니다(Silence Is NOT An Option)’라며 연대 의지를 알렸고, 미국의 대표 IT기업으로 발돋움한 아마존(Amazon) 또한 ‘흑인들에 대한 불공평하고 잔혹한 대우를 멈춰야 한다(The inequitable and brutal treatment of Black people in our country must stop)’는 메시지를 트위터 계정에 업로드했다.

벤엔제리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회적 메시지. '백인 우월주의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는 문구와 함께 '침묵은 선택이 아니다'고 밝혔다. <br>
벤엔제리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회적 메시지. '백인 우월주의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는 문구와 함께 '침묵은 선택이 아니다'고 밝혔다. 

팬데믹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OTT시장 대표주자 넷플릭스(Netflix)는 ‘침묵은 곧 동조다(To be silent is to be complicit)’를 트위터로 발표했고, 해외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Glossier)는 ‘우리는 전방위적인 인종차별과 백인 우월주의, 흑인 공동체에 대한 역사적 억압에 대항에 연대한다(We stand in solidarity with the fight against systemic racism, white supremacy, and the historic oppression of the Black community)’를 시작으로 하는 성명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사회적 올바름, 진정성도 도마에

해외 PR업계에서는 브랜드사의 이 같은 움직임이 또 다른 검증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사회적 올바름에 대한 연대의식을 세계적으로 공유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단순한 입장 발표를 넘어 진정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과 관련한 캠페인에 자금을 후원하거나 사회 약자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지 등이 해당된다. 또 인종차별 반대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이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연대문 발표 이후 한 인스타그래머의 질문이 달렸다. 해당 브랜드에 얽힌 또 다른 문제의 해결 여부를 묻는 내용이다.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기업의 가치관을 다각도로 확인하려는 시도다.

글로시에는 과거 유명 육아 유튜버 마이카 스토퍼(Myka Stauffer)와 스폰서십을 체결한 바 있는데, 최근 이 유튜버가 구설에 오르며 문제가 불거졌다.

입양아 파양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마이카 스토퍼 관련 외신(BBC) 보도.
입양아 파양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마이카 스토퍼 관련 외신(BBC) 보도.

2017년 중국에서 장애아를 입양한 과정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던 마이카 스토퍼는 입양한 아이의 파양 소식을 지난 5월 영상으로 공개하며 아이를 돈벌이에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도덕적 결함 논란이 있는 인물의 지원 여부가 전혀 다른 이슈에서 함께 도마에 오른 셈이다.

김장열 교수는 “개개인이 언론이고 소비자인 시대에 개인의 문제의식이 성숙해지며 기준에 걸맞은 요구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초개인화, 수평화 돼 가는 사회에서 어떤 이슈에 같이 목소리를 내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트렌드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또 “기업들은 CSR(사회적 책임)이나 CSV(공유가치창출)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하는 것을 대중도 기대하는 것 같다”고 의미를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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