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는 ‘보도거부권’ 없나요?
인플루언서는 ‘보도거부권’ 없나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20.06.04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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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온라인 기사로 2차 생산되는 SNS 게시물
당사자 의사에 반하거나 보도 가치 없어도 기사화
SNS 자체가 직접 소통의 채널…퍼 나르며 왜곡되기도

[더피알=조성미 기자] 인플루언서는 대중의 관심이 있을 때 영향력을 갖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순간도 있다.

최근 한 인플루언서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다. 생후 6개월이 된 아기가 갑자기 세상을 뜬 것이다. 부부와 두 아이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SNS 채널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던 이들이기에 큰일을 겪으면서도 슬픈 소식을 SNS를 통해 팔로어들에게 직접 알렸다.

그리고 해당 게시물 말미에는 ‘기사화를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이 소식은 유튜버의 의지와 다르게 곧장 온라인 뉴스로 확산됐다. 아이의 사망소식과 함께 SNS에 올라온 빈소 사진을 퍼가기도 했다. 더 나아가 안타까운 소식에 팬들이 애도하고 있다는 후속보도를 전한 곳도 있다.

팔로어, 즉 지켜보는 이들이 있어야 존재하기에 인플루언서들은 종종 공적인 활동과 개인의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하다. 특히나 그들이 다루고 있는 콘텐츠가 일상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딜레마는 대중의 인기를 필요로 하는 연예인들에게 적용되기도 한다. 한 연예인의 경우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사진과 일상을 종종 SNS에 업로드했다. 해당 게시물들은 이내 온라인 기사로 확산되고 이와 관련해 대중들의 비판과 비난도 전해졌다. 이렇게 자신의 SNS 활동 일거수일투족이 속속 기사화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동료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연예인은 자신의 SNS 계정은 사생활을 보여주며 팬들과 소통하는 공간이라며 기사화를 거부한다고 명시한 채 운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인기를 원할 때는 관심을 바라고 또 편의에 따라 무관심해 주길 바라는 것에 대해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사화를 원치 않는 마음에도 이유가 있다.

SNS를 통해 꾸준히 소통했던 이들에게 상황을 전하는 것이 인플루언서로서의 의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맥락 없이 특정 사안만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면서 어떻게 해석될지는 모를 상황에 대해 우려, 확산을 거부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부분이다.

현재 많은 유명인이 SNS를 소통 창구로 삼고 있다. 팬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건사고 발생 시 입장을 표명하는 이슈대응 채널로도 활용한다. 기존 언론을 통해야 했던 일들을 자신의 미디어로 직접 소통하고 있다.

때문에 누군가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해당 유명인의 채널을 직접 확인하면 된다. 당사자가 원치 않는 개인사까지 알 권리를 앞세워 확산할 권리는 언론에게 없다. 보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보다 보도를 통해 상처받을 누군가를 생각한다면, 알 권리와 잊혀질 권리 사이에서 후자 편을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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