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도 없던 싸이월드에게
마지막 인사도 없던 싸이월드에게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06.05 17: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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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싸이월드 5월 26일부 폐업처리…사실상 서비스 종료
고객 위해 브랜드의 마지막 경험까지 고려해야
싸이월드 로그인 화면. 사이트는 폐쇄되지 않았지만 로그인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싸이월드 로그인 화면. 사이트는 폐쇄되지 않았지만 로그인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더피알=안해준 기자] 최근 싸이월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언론들은 별도의 고지 없이 서버가 종료된 점을 지적하며 싸이월드의 폐업 사실을 조명했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싸이월드의 전제완 대표는 여전히 서비스 유지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운영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자도 싸이월드 이용자 입장에서 이번 소식은 더 큰 아쉬움이 든다. 특히 예고에 없는 갑작스런 서비스 종료에 이용자들도 분노를 표출했다. 포털에는 뒤늦게 ‘싸이월드 데이터 백업 방법’에 대한 블로그와 카페 포스팅이 공유되고 있다. 기존의 ‘파란’, ‘버디버디’ 등 국내 토종 포털·메신저들이 서비스 종료를 미리 고지해 이용자 데이터 백업을 진행한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싸이월드는 지난해 경영난으로 한차례 서비스 종료설이 돌았다. 하지만 전제완 대표가 “투자를 받아 계속 서비스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하면서 이용자들에겐 콘텐츠가 유지된다는 안도감과 함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약간의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서비스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이터 백업을 진행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촌들과 공유한 사진, 동영상, 이야기 등 자신들의 콘텐츠로 미니홈피를 채워가는 서비스의 특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사진을 보관하는 것을 넘어 그 시절 설정해 놓은 배경음악을 들으며 사진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고 일촌들과의 추억을 느끼기 위해 여전히 접속하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았다. 기자도 동기들과 함께 미니홈피에 올린 사진들로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때문에 자신의 추억을 싸이월드에서 계속 볼 수 있다고 생각한 이용자들로썬 더욱 속상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갑작스런 종료가 아닌 정리의 시간을 줄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 수 많은 IT서비스들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속에서 싸이월드와의 이별도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신규 고객 유입과 수익이 없는 서비스를 억지로 유지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이용자 피해를 줄이고 그 이유를 충분히 메시지로 전달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 고객과의 이별에도 예우가 필요하다

고객을 배려하는 이별은 하나의 스토리이자 또 다른 브랜드 관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고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직접 홍보하며 소비하는 ‘팬슈머’로 활동하는 흐름이다. 서비스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객관리로 보고 소통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해당 브랜드는 물론 이와 관련된 패밀리 브랜드와 모기업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하더라도 이러한 소통은 기존 고객의 인식을 끌어들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서비스를 접어야 하는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객과의 이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싸이월드는 이용자들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겼다. 설사 싸이월드가 극적으로 운영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혹은 다른 서비스로 다시 만나게 된다하더라도 이같은 소통방식으로 인해 이전까지 쌓아왔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문을 닫게된 싸이월드가 조금 더 이용자들과 아름답게 헤어지는 방식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싸이월드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이용자로서 아쉬움이 남는 뒷모습이다.

국세청 홈택스에 의하면 싸이월드는 현재 폐업상태로 조회된다.
국세청 홈택스에 의하면 싸이월드는 현재 폐업상태로 조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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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얍 2020-06-05 18:40:05
정말 공감가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