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없는 계획’이 신선함으로…관행 벗어나려는 시도 이어져

[더피알=임경호 기자] ‘위아래 없는’ 의원실이 돌풍을 일으켰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위치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 이야기다.
제21대 국회에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입성한 조 의원은 보좌진 8명과 함께 새 국회의 시작을 알렸다. 9명이 늘어선 단체인사를 통해 수평적 문화를 대외에 공개했다.
2일 조정훈 의원실의 이 같은 인사법에 여의도 일대가 술렁였다. 의원실에서는 “관심을 가져주셔서 조금 알려진 정도”라고 갈음했지만 효과는 실로 뛰어났다.
지상파 뉴스의 한 꼭지로 의원실이 소개되는가하면 조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부가적 활동이 잇따르고 있다. 조 의원의 인터뷰 기사는 이미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향력 있는 매체 노출을 목표로 하는 대언론 홍보의 관점에서 상당한 수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의원실에서는 단체인사 효과가 의도된 바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의 평소 기조가 뜻밖의 ‘이색 풍경’을 연출해 이슈화 됐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조정훈 의원실 최병현 보좌관은 앞서 선보인 인사가 “정훈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면 하려고 마음먹어온 일이기에 별도의 준비나 기획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 보좌관은 “첫 기자회견, 그러니까 소통관을 예약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길 때 이런 식으로 하자고 (조 의원이) 4월 15일 당선된 날부터 얘기하셨다”며 “국회에 오기 전부터 자신보다 주변인들을 소개하는 정훈님의 성향이 이번 인사로 나타난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기획되지 않은 계획은 보좌진의 인사 메시지로도 드러났다. 조 의원의 인사말 이후 순서대로 돌아가며 한 이들의 인사에는 공통된 메시지나 단일한 방향이 포착되지 않는다.
의원실의 권병태 보좌관은 인사말을 통해 보좌진을 “입법 노동자 파트너”로 생각한다는 조 의원의 시각을 소개했고, 미국 공공정책 대학교 학생인 김희연 입법보조원은 “정훈님의 의원 외교 활동을 잘 보좌하겠다”고 말했다.
또 남가희 비서는 한 소설 구절을 인용했으며 박설희 비서는 경력 있는 워킹맘으로서의 포지션을 내세웠다. 의원실 보좌진 막내 양소희 씨는 수평적인 의원실 문화를 바탕으로 한 지향점을 언급했다.
조정훈 의원실은 이런 모습을 ‘자유로움’으로 받아들였다. 적은 인원이지만 조직문화가 뒷받침될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값이다.
최병현 보좌관은 “첫 인사 때 각자 인사를 할 거라는 언지는 받았다”며 “정훈님 의도대로 각자 포부를 밝히는 자리이다 보니 사전에 멘트도 안 맞춘 채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틀을 벗어난 소개가 결과적으로 다수의 매체를 주목하게 한 셈이다. 현재 의원실과 더불어 조 의원의 ‘생활 진보’ 노선이 주요 매체 보도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미래형 경제를 표방한 세부 계획들도 소개될 예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정훈 의원실의 이 같은 모습을 포지션에 걸맞은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다수의 국회의원을 보좌했던 한 인사는 “임기 초 국회가 문을 열 때 소수정당의 초선의원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 어떤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느냐와 초기에 보여줬던 퍼포먼스의 함의, 이를 테면 수평적 조직 문화나 각계를 대신할 수 있는 보좌진 구성이 어떤 식의 시너지를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병현 보좌관은 조정훈 의원(실)과 시대전환을 ‘예인선’에 비유했다. 거대정당들 속에서 소수정당의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메시지다.
최 보좌관은 “큰 배를 끄는 예인선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컨테이너선을 엮어가는 작은 배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이런 역할을 한 번씩 해나갈 때 정부와 국회가 조금씩 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제21대 국회에서는 기성 관행을 허무는 시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의원실 구성원 사이에 영어 별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조직의 탈 권위를 위해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상징적 시도다. 또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은 보좌진에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하는 등 변화한 환경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