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님은 ‘예인선’”…위아래 없는 의원실의 흥행
“정훈님은 ‘예인선’”…위아래 없는 의원실의 흥행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6.0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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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진과 함께 한 인사로 여의도 일대 ‘돌풍’
‘기획 없는 계획’이 신선함으로…관행 벗어나려는 시도 이어져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임경호 기자] ‘위아래 없는’ 의원실이 돌풍을 일으켰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위치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 이야기다.

제21대 국회에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입성한 조 의원은 보좌진 8명과 함께 새 국회의 시작을 알렸다. 9명이 늘어선 단체인사를 통해 수평적 문화를 대외에 공개했다.

2일 조정훈 의원실의 이 같은 인사법에 여의도 일대가 술렁였다. 의원실에서는 “관심을 가져주셔서 조금 알려진 정도”라고 갈음했지만 효과는 실로 뛰어났다.

지상파 뉴스의 한 꼭지로 의원실이 소개되는가하면 조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부가적 활동이 잇따르고 있다. 조 의원의 인터뷰 기사는 이미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향력 있는 매체 노출을 목표로 하는 대언론 홍보의 관점에서 상당한 수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의원실에서는 단체인사 효과가 의도된 바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의 평소 기조가 뜻밖의 ‘이색 풍경’을 연출해 이슈화 됐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조정훈 의원실 최병현 보좌관은 앞서 선보인 인사가 “정훈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이 국회에 입성하면 하려고 마음먹어온 일이기에 별도의 준비나 기획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최 보좌관은 “첫 기자회견, 그러니까 소통관을 예약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길 때 이런 식으로 하자고 (조 의원이) 4월 15일 당선된 날부터 얘기하셨다”며 “국회에 오기 전부터 자신보다 주변인들을 소개하는 정훈님의 성향이 이번 인사로 나타난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조정훈 의원 첫 기자회견을 조명한 SBS 뉴스 화면. 

기획되지 않은 계획은 보좌진의 인사 메시지로도 드러났다. 조 의원의 인사말 이후 순서대로 돌아가며 한 이들의 인사에는 공통된 메시지나 단일한 방향이 포착되지 않는다.

의원실의 권병태 보좌관은 인사말을 통해 보좌진을 “입법 노동자 파트너”로 생각한다는 조 의원의 시각을 소개했고, 미국 공공정책 대학교 학생인 김희연 입법보조원은 “정훈님의 의원 외교 활동을 잘 보좌하겠다”고 말했다.

또 남가희 비서는 한 소설 구절을 인용했으며 박설희 비서는 경력 있는 워킹맘으로서의 포지션을 내세웠다. 의원실 보좌진 막내 양소희 씨는 수평적인 의원실 문화를 바탕으로 한 지향점을 언급했다.

조정훈 의원실은 이런 모습을 ‘자유로움’으로 받아들였다. 적은 인원이지만 조직문화가 뒷받침될 때 나타날 수 있는 결과값이다.

최병현 보좌관은 “첫 인사 때 각자 인사를 할 거라는 언지는 받았다”며 “정훈님 의도대로 각자 포부를 밝히는 자리이다 보니 사전에 멘트도 안 맞춘 채 하고 싶은 말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틀을 벗어난 소개가 결과적으로 다수의 매체를 주목하게 한 셈이다. 현재 의원실과 더불어 조 의원의 ‘생활 진보’ 노선이 주요 매체 보도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미래형 경제를 표방한 세부 계획들도 소개될 예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정훈 의원실의 이 같은 모습을 포지션에 걸맞은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다수의 국회의원을 보좌했던 한 인사는 “임기 초 국회가 문을 열 때 소수정당의 초선의원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 어떤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느냐와 초기에 보여줬던 퍼포먼스의 함의, 이를 테면 수평적 조직 문화나 각계를 대신할 수 있는 보좌진 구성이 어떤 식의 시너지를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병현 보좌관은 조정훈 의원(실)과 시대전환을 ‘예인선’에 비유했다. 거대정당들 속에서 소수정당의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메시지다.

최 보좌관은 “큰 배를 끄는 예인선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컨테이너선을 엮어가는 작은 배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며 “이런 역할을 한 번씩 해나갈 때 정부와 국회가 조금씩 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제21대 국회에서는 기성 관행을 허무는 시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의원실 구성원 사이에 영어 별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조직의 탈 권위를 위해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사용되는 상징적 시도다. 또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은 보좌진에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하는 등 변화한 환경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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