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후발주자’ 쿠팡, 차별화 포인트가 안 보인다
‘배달앱 후발주자’ 쿠팡, 차별화 포인트가 안 보인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6.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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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 시행…시범서비스 당시 혜택 사라져
배달료·수수료 정책 기존 업체와 유사, 라이더 안전 문제 도마
쿠팡이츠 로그인 화면.
쿠팡이츠 메인 화면.

[더피알=강미혜 기자] 쿠팡의 배달앱 ‘쿠팡이츠’가 1년여 시범서비스를 거쳐 지난 15일부터 서울 전역으로 음식배달을 본격 확대했다. 후발주자 입장에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면서 불거진 독점 논란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틈새를 공략하려면 보다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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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이커머스 강자지만 배달앱 시장에선 팔로어(follower)다. 그렇기에 쿠팡이츠는 당초 ‘배달비 무료’ ‘최소 주문금액 0원’ 등을 내세워 시선을 끌었다. 또 쿠팡 로캣배송처럼 ‘30분 내 로켓배달’을 약속하며 비교 우위를 강조했다.

업계에선 비즈니스 구조상 입점업체와 배송기사 등 핵심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면 ‘지속가능하기 힘든 파격’이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쿠팡이츠 측은 “시범 운영 중인 상황이라 공식적으로 답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입장 설명과 함께 초기 모객 활동에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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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비스를 본격 확대 시행하는 현 시점에선 초창기 쿠팡이츠가 내세운 소구 포인트가 모두 사라졌다. 대부분 메뉴에 배달비와 최소 주문금액이 책정돼 있고 ‘30분 내 배달’도 고수하지 않는다.

30대 직장인 손모씨는 “내가 사는 곳도 쿠팡이츠가 (서비스)된다는 기사를 얼마 전 보고서 이용해보려고 보니 대부분 최소주문 비용이 책정돼 있었다. 배달비도 2000원이 기본이고 5000원까지 가는 곳도 수두룩하더라”며 “같은 조건이면 좀 더 업체나 메뉴가 많은 기존 (배달)앱이 나은 것 같아서 주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쿠팡이츠에 입점한 요식업체들도 다른 배달앱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했다.

점주 A씨는 “배달료 5000원 중 2500~5000원 결정이고 중개수수료는 건당 1000원, 결제수수료 3.3% 이거 대로 하고 있다. 처음 (쿠팡이츠와) 계약한 내용”이라며 “배민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린 객단가가 낮아서 건당 1000원이 세긴하다”면서도 “워낙 배민이 잘 안돼서 쿠팡(이츠)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 B씨는 “배민이 주라서 쿠팡이츠가 별로고 해도 크게 비중을 안 두는 거 같다”고 했고, C씨는 “쿠팡(이츠) 팔아도 손에 남는 게 거의 없다. 노느니 어쩔 수 없이 할 뿐”이라고 말했다.

시범서비스 당시와 비교해 정책이 바뀐 것에 대해 쿠팡 홍보담당자는 “초창기엔 일부 지역에 한해 서비스를 테스트 했기에 프로모션 차원에서 (여러 혜택을) 제시한 것이지,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는 단계에선 당연히 지속하기 힘들다. 당초부터 (한시적) 프로모션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30분 내 로켓배달’도 라이더들에 의무·강제 사항이라기보다 마케팅 용어”라고 덧붙였다.

현재 쿠팡이츠가 타사 대비 경쟁력이라 판단하는 부분은 배달 서비스에 있다. 빠르고 안전한 배달을 위해 라이더가 ‘1음식 1배송’으로 움직이는 원칙을 채택, 한 번에 3~4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합배송’ 문제점을 보완했다.

라이더가 단시간에 여러 물량을 소화하면 수수료를 취득하는 플랫폼 사업자 이익도 올라가지만 “주문자가 온전한 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고객 편의를 위한 조치”라는 게 사측 설명이다. 이를 위해 쿠팡이츠는 ‘쿠팡이츠 라이더’에 업무를 위탁했다.

하지만 배달기사 권익보호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이 최근 쿠팡이츠의 ‘배달시간 제한’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쿠팡이츠가 배달 예상 시간을 지나치게 빡빡하게 잡아 라이더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주장이다.

라이더유니온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이츠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라이더유니온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이츠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쿠팡 측은 지난해 9월 자사 뉴스룸을 통해 “쿠팡이츠는 로켓배송을 통해 쌓은 쿠팡의 IT 기술력과 물류 노하우, 서비스 마인드를 바탕으로 주방 없는 시대의 일상을 감탄이 나올 만큼 편리하게 변화시킬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무수히 많은 식당들과 무수히 많은 가정들이 서로 최단 경로로 연결되고, 식당에서 조리된 따끈한 된장찌개가 로켓처럼 빠르게 내 집 식탁에 도착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쿠팡이 보유한 자산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주방’을 실현하려는 쿠팡이츠의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따끈한 찌개를 로켓처럼 빠르게’ 배송하려면 라이더유니온 측 주장대로 배송인력 안전이 도외시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배달 경쟁력을 핵심 차별화로 내세워 배달앱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쿠팡이츠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난제를 맞닥뜨린 셈이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부터 쿠팡이츠가 서비스 지역 확장을 목표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초반엔 여러 프로모션과 물량공세로 이용자와 업주에 어필하고, 라이더를 확보해 점차 시장을 키워가는 행보 또한 너무도 당연하다”면서 “배달앱과 함께 배달문화가 만들어진 해외와 달리 한국은 배달앱 서비스가 연결 플랫폼으로 역할하면서 커왔기에 쿠팡이츠 역시 별로 다를 게 없다. 결국 기존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예상되는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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