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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캐리커처’ 바꾸는 131살 브랜드의 시사점
‘흑인 캐리커처’ 바꾸는 131살 브랜드의 시사점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6.19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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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M 운동 속 리브랜딩 전격 발표
일부 고객 반발 “이해할 수 없는 일…보이콧 하겠다”
전문가들 “변화 방향 관건…다각적인 내부 논의 있었을 것”
브랜드 캐리커쳐 변화로 화제가 된 앤트 제마이마 이미지. 사진=플리커.
브랜드 캐리커쳐 변화로 화제가 된 앤트 제마이마 이미지. 사진=플리커.

[더피알=임경호 기자] 전 세계적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촉발시킨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급기야 브랜드의 이미지 교체로 이어지면서 뒷말을 낳고 있다. 흑인을 모델로 한 브랜드의 오랜 상징이 정치적 올바름을 이유로 변화를 겪는 일에 대한 사회적 혼란이다.

배경은 다음과 같다. 퀘이커 오츠(Quaker Oats)사의 모기업인 펩시코(PepsiCo)에서 자사 팬케이크 믹스와 시럽 브랜드 앤트 제마이마(Aunt Jemima)를 리브랜딩 하기로 발표했다. 흑인 여성을 모델로 한 이 브랜드의 이미지가 인종적 고정관념에 근거했다고 인정하면서다.

이 브랜드 이미지는 백인 가정에서 일하던 흑인 하녀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인권단체 등의 항의를 받아왔다. 그 결과 두건을 쓰고 있던 흑인 여성 캐리커쳐에서 두건을 벗은 여성으로 한 차례 변화를 주기도 했다. 무려 131년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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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마이마의 변화는 연쇄작용을 불러왔다. 트위터에서 유저들이 또 다른 흑인 캐리커쳐를 브랜드 이미지로 사용하는 엉클 벤(Uncle Ben‘s)을 언급한 것. 쌀 가공업체 엉클 벤은 1946년부터 흑인 남성 이미지를 자사 브랜드에 사용해왔는데, 최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바꿀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브랜드로서 인종적 편향과 관련된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이 같은 변화에 외신들도 관심을 기울였다. CNN과 피알위크(PRWEEK) 등이 잇따라 보도하며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회적 요구에 따른 브랜드의 ‘타발적 변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실제로 엉클 벤 SNS에는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엉클 벤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고객들의 항의.
엉클 벤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고객들의 항의.

Shelia Davis라는 아이디의 페이스북 이용자는 엉클 벤의 게시글 아래로 “브랜드 이미지에서 인종적 불의 같은 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코멘트를 남겼다. 그의 아들은 오히려 엉클 벤의 이미지에서 요리사에 대한 동기 부여를 느꼈다고 부연했다. 이 의견은 비교적 다수의 동의를 얻고 있다.

또 Caroline Jeffries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런 식이라면 이미지(아이콘)가 가진 맥락에 관계없이 모든 유색 아이콘을 금할 수도 있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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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cy Curnutte Norris 또한 “이런 어이없는 결정에 관여된 모든 제품을 보이콧 하겠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치적 올바름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입장을 보여야 했다는 의견이다.

Bonnie Rings도 더 이상 엉클 벤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자신과 같은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브랜드가 적절하지 않은 포인트에서 굽신거린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일부 고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는 기업의 이같은 결정을 전향적인 자세로 평가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엉클 벤의 이번 결정을 두고 내부에서 다각적인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사회 흐름에 대한 응답 이전에 시장 상황이나 경영 지표 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이 시작된 게 불과 몇 주 사이 일인데 이런 흐름만으로 130년 넘은 기업의 이미지를 바꾸는 결정을 하루아침에 내렸다는 건 합리적으로 볼 수 없다”며 “이미지에 대한 비판 지점들도 갑자기 공감하거나 깨달은 게 아닐 테니 변화(Brand Rejuvenation)에 대한 니즈가 있는 상태에서 다방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의 이사회 제도는 깐깐하기로 유명한데, 제품을 포함한 사업적 의사결정을 내릴 때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이미 상당한 수준의 이야기들이 내부에 있었는데 이 시기(흑인 인권 시위)를 지렛대 삼아 의사결정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엉클 벤스의 브랜드 이미지. 사진=Chris, Flickr
엉클 벤스의 브랜드 이미지. 사진=Chris, Flickr

김장열 콜라도주립대 교수는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CEO 성향 등에 따라 미국에서는 정치나 사회 이슈에 대한 기업의 발언이 계속돼 왔는데, 그런 시각에서 이번 변화를 정치적 요구에 근거한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변화를 결정한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시민사회의 압력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기존 BI(Brand Identity)를 부인하는 방식보다 이를 계승하면서 발전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실제로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고객들 상당수도 BI 변화에 따라 기존 이미지가 흐려지거나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변화의 방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장열 교수는 “현대 대중은 LG를 기억하지 럭키금성(옛 사명)을 기억하지 않는다”며 “SK, LG, 삼성 등 이미지를 바꾼 기업들은 모두 과거를 계승하는 식으로 변해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또한 “스페인의 가우디 건축물도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 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세계 질서나 트렌드에 발맞춰 앞서나가는 기업이미지로 바꿔나간다고 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결정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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