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기자 갑질, PR단체는 왜 침묵하나
잇단 기자 갑질, PR단체는 왜 침묵하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6.24 17: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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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당해도 발 못 뻗고 자는 ‘을의 비애’
반복되는 문제, PR협회 존재 의미 없어

[더피알=강미혜 기자] 난 데 없이 PR인들의 수난기가 들려온다. 그런데도 입이 있어도 말을 못, 아니 안 한다. ‘기자님’을 상대하다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건들이 업계 안팎에서 씁쓸한 뒷말을 남기고 있다.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기엔 2020년에 벌어진 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구태와 구습의 범벅이다.

세종시 한 대변인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술병으로 머리를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모 대기업 홍보임원은 저녁자리서 언론사 부장 심기를 거스른 ‘죄’로 귀갓길에 재소환돼 혼쭐이 났다고 한다. 모두 업무 외 시간에 업무로 얽힌 언론을 상대하다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이다.

일반인 시선에선 ‘기레기의 일탈’ 정도로 비칠 일이지만,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남일이 아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당한 사람이 발 못 뻗고 자는 현실에 대한 자조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두 사건 당사자 모두 피해 사실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는 데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혹여나 자신이 속한 조직에 누가 될까 걱정하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하소연도 못 하는 처지다.

시대가 변하고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언론사 기자는 여전히 갑이고 조직을 대변하는 사람은 을로서 처신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언론사에서 재직하다 대기업 CCO로 간 인사마저 “을이 다 뭐냐. (갑을)병정으로 살아가는 게 편하다”는 얘기를 지금도 농반진반으로 할 정도니 ‘언론홍보’라는 이름으로 맺어지는 기울어진 관계의 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PR업계에선 ‘을들의 연대’ 움직임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언론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개인이야 여러 이유로 갑질 피해를 공론화하기 힘들다지만, 그 개인이 모인 협회나 단체에서조차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부정한 현실에 침묵하고 있다.

얼마 전 4개 언론단체가 특정 기업을 상대로 일제히 성명을 낸 적이 있다. 기사를 문제 삼아 해당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타 언론들도 사설로, 또 기사로 동종업 ‘동료’가 처한 곤혹스러운 상황을 지적하며 직간접적인 지원사격에 주저함이 없었다.

업의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차이 나는 모습이다.

‘나서기 싫어하고 뭉치지 못하는’ PR인들의 본 아이덴티티가 언제까지 을다움을 유지시킬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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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바 2020-06-29 13:48:42
'나서기 싫어하고 뭉치지 못하는' PR인들의 속성에 방점을 두는 마무리보다는 왜 이렇게 묵과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지배적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과 PR업계 대표 매체로서의 의미 있는 방향성 제시 등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기사의 가치를 그저 기록에 둔다고 말씀하시는 더피알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 같아서 그냥 여기까지만 말할게용~!! 그런데 그럼 이런 상황을 그냥 기록이나 하시지 조용한 PR인에게 일침을 놓는것마냥 하는 말씀은 왜 하시는지 모르겠네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