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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에 ‘CEO 아웃’…크로스핏 사태가 주는 교훈
말 한 마디에 ‘CEO 아웃’…크로스핏 사태가 주는 교훈
  • 김영묵 brian.kim@prain.com
  • 승인 2020.06.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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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묵의 리더십 원포인트]
오너경영자의 플로이드 조롱글 일파만파
리더의 사견, 조직 가치 해치는 ‘결정타’로
지난 4월 31일(현지시간) 미 미시시피주 리지랜드에서 지역 크로스핏 단체의 회원인 한 남성이 무게 약 30kg의 철제 원반을 끌며 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4월 31일(현지시간) 미 미시시피주 리지랜드에서 지역 크로스핏 단체의 회원인 한 남성이 무게 약 30kg의 철제 원반을 끌며 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더피알=김영묵] 필자는 앞선 칼럼들에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리더의 감수성 부족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리더도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 다만, 리더는 개인인 동시에 조직을 이끄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그녀의 사견(私見)이 조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함은 당연하다. 나아가 리더의 생각이나 철학, 신념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value)로 공식화하고,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피트니스 체인점 브랜드이면서 운동 프로그램의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층에 인기 있는 미국 크로스핏(CrossFit)의 주인이 바뀌었다. 크로스핏은 6월 25일 “IT 기업 경영자이자 크로스핏 체인점주인 에릭 로사(Eric Roza)가 크로스핏의 새 오너 겸 최고경영자(CEO)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크로스핏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2000년 아내와 공동으로 창업해 CEO를 맡아 온 그렉 글래스먼(Greg Glassman). 몇 년 새 수차례 성희롱 논란 등에 휩싸였던 그가 최근 전 세계적 인종차별 철폐 운동의 도화선이 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결정타’가 되는 사고를 쳤다.

글래스먼은 6월 초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코로나19 팬데믹에 빗대 “플로이드19(Floyd-19)”라는 트윗 글을 올려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운동의 거센 흐름을 비아냥거린 데 이어, 체인점주들과의 화상 대화에서 “플로이드를 왜 애도해야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라고 언급한 사실까지 폭로됐다.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플로이드19'로 조롱한 그렉 글래스먼 트윗글.  

크로스핏과 10년간 스폰서십을 유지해 오던 리복(Reebok)이 곧바로 “올해 말로 크로스핏과의 스폰서십 계약을 종료한다”고 발표하는 등 주요 스폰서와 체인점주들이 등을 돌리자 글래스먼은 CEO직에서 물러났고 회사까지 넘기게 된 것이다.

지난 몇 주간 펼쳐진 ‘크로스핏 사태’는 칼럼 도입부에서 필자가 던진 화두를 곱씹게 만드는 최신의, 최적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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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먼은 ‘자연인 글래스먼’으로서 특정 이슈에 대해 나름의 생각, 철학, 신념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를 표현할 자유와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그는 ‘자연인 글래스먼’인 동시에 전 세계 100여개국에 1만여개의 체인점을 둔 기업의 경영자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본인의 철학과 신념이 확고하다면 이를 크로스핏의 핵심가치로 공식화하고, 그 핵심가치에 공유하는 이들을 직원으로 뽑거나 체인점주로 영입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즉 본인의 철학과 신념을 크로스핏의 핵심가치로 공식화하지 않았거나, 직원 및 체인점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전적으로 사견인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에 앞서 사업상의 리스크를 면밀히 고려했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글래스먼은 ‘실패한 리더’로 기록될 것이다.

의사결정자에 필요한 공감 그리고 여유 

개개인의 건강한 삶을 돕는 브랜드로 성장해온 크로스핏이 리더 한 사람의 불미스러운 언행으로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새삼 조직을 대표하는 자리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게 된다. 중책을 맡은 사람일수록 신체적 건강 못지않게 구성원과 교감하는 공감능력과 사회를 바라보는 균형적 시선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일상의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과 건강 유지법이 필요하다.

운동 프로그램으로서 크로스핏은 역동적이며 참여자들 간 경쟁심을 유발하는 특징을 갖는다고 한다. 그다지 역동적이지 않은, 가장 가벼운 형태의 유산소운동인 동시에 장비나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 걷기(walk)를 생활화하면 어떨까?

필자의 최애(最愛) 걷기 코스인 양재천 산책로에는 걷기의 효과 중 ‘치매 예방’을 설명하는 문구가 한 곳에 적혀 있다. 또한, 지난 2014년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걷기를 통해 창의력을 60%가량 향상시킬 수 있다고도 한다.

위대한 리더들 가운데에도 걷기를 통해 창의력을 발휘하거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도출한 인물들이 적지 않다. 이른바 ‘걸으면서 회의하기(walking meeting)’의 대명사로 불렸던 고(故)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산업혁명의 기반이 된 증기기관을 완성한 제임스 와트, 철학가이자 저술가 프레드리히 니체, 최고의 작곡가 베토벤, ‘올리버 트위스트’와 ‘크리스마스 캐럴’ 등 불후의 명작을 남긴 소설가 찰스 디킨스 등은 모두 걷기를 생활화하고, 걷는 도중에 획기적 아이디어를 얻은 대표적 인물들이다.

전문가들은 실내의 러닝머신 위에서 걷는 것도 좋지만 되도록 자연에서 천천히 걷기를 권고한다. 자연과 호흡하며 걷는 동안 심신의 긴장이 풀리고, 마음은 차분해지며, 얽혔던 생각의 타래가 정리된다는 설명이다.

시시각각 분초를 다투는 의사결정의 책무를 진 리더들에게 가장 필요한 ‘여유’가 아닐까 싶다. 대단히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순간, 기회와 리스크가 복잡하게 얽혀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순간에 10~20분이라도 사무실을 벗어나 도심 속 녹색공간을 찾아 걷는다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늘 선택의 기로에 내몰리는 리더 여러분, 다음을 되새기며 천천히 걸어 보는 건 어떨까요?

Wait -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기다리기

Admit - 리더이지만, 결코 전지전능하지는 않음을 인정하기

Listen -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하기

Keep pace - 과속하지 말고,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하기

김영묵의 리더십 원포인트 칼럼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25년 넘는 사회생활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이나, 미래의 리더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을 풀어주신 필자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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