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페친] “전업 유튜버에서 이중생활자로”
[알쓸페친] “전업 유튜버에서 이중생활자로”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6.26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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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 독자 권승욱(중고나라 홍보실 매니저) 씨를 만났습니다

더피알 페이스북에서 열심히 ‘좋아요’와 ♡를 눌러주는 독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서 만든 코너. 이른바 ‘알쓸페(인)친’. 알아두면 어딘가에 (큰) 쓸모 있을 그들과 직접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밤낮이 다른 서른여섯 번째 알쓸페친 권승욱 매니저. 유튜브에서 커피 채널을 운영 중이다.
밤낮이 다른 서른여섯 번째 알쓸페친 권승욱 매니저. 유튜브에서 커피 채널을 운영 중이다. 사진: 임경호 기자

[더피알=임경호 기자] 일당백, 중고나라 유일한 홍보 실무자 권승욱 씨를 만났다. 낮에는 국내 최다 매물·최다 이용자의 중고 거래 플랫폼 매니저, 밤에는 대세 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성장형 커피 유튜버로서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다. 다양한 갈래의 삶 속에서 원하는 것을 위해 모험을 감수한 어느 홍보인과 만났다.

유튜버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전업 유튜버를 1년 4개월 정도 했었어요. 2018년 10월에 다니던 곳을 퇴사하고 유튜브에 뛰어들었죠. 그때가 서른다섯 살이었어요.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것 같더라고요. 성공하진 못했습니다. (웃음)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진 않으셨을 텐데요.

미디어 지형이 변하고 있다고 봤어요. 홍보하는 입장에서 내가 접하는 분야의 변화는 곧 내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거든요.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시작했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미디어로 접점을 넓히려는 일종의 도전이었어요.

회사에서도 정체(?)를 알고 있나요?

아무도 몰라요. (웃음) 극소수죠. 유튜브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조금 있는데요. 채널까지 아는 사람은 인사팀과 대표님 정도랄까요. 이중생활 중입니다. (웃음)

유뷰브 방송에서도 회사 이야기 안 하시겠네요?

그렇죠. 유튜버로 잘 되면 굳이 방송에서 회사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제 자신이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보이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니까 그런 부분은 고민하고 있어요. 방송이나 서비스에 다른 부분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유튜브 방송 경험을 회사(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계속 생각 중입니다.

회사 일과 병행하기 어떤가요.

요즘 연예인들을 보면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부 캐릭터)가 있잖아요. 저는 유튜버를 부캐로 하는 거죠. 퇴근하고도 하고 주말에도 하는데, 평일 오후 6시 반 이후에 부캐 활동을 시작하는 겁니다. (웃음) 다니는 회사의 워라밸이 좋아야 가능한 부분이죠.

방송이 늘 잘 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 너무 괴로웠어요. 제가 전업으로 시작했잖아요. 일을 그만두고 6개월간 유튜브에 매달렸는데 구독자가 100명이었어요. 타격이 너무 크더라고요. 자괴감이…. (웃음) 제가 홍보 경력을 쌓아올 때 큰 브랜드를 맡은 적이 있어요. 각 카테고리별 대표 브랜드들이죠. 그런 곳의 소셜 채널을 하다 보니 그 경험들이 제 자산인 줄 알고 시작한 거예요. 구독자나 팔로어가 10만 정도 있는 채널이요.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으로 쌓은 것들은 내 것이 아니란 걸 직접 경험하면서 느꼈어요.

가혹한 생태계를 맛보셨네요.

수많은 사람들이 유튜버에 도전하는데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저도 구독자 수가 100명 됐을 때 영상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쉬운 줄 알고 도전했다가 한 명 한 명 구독자를 모았고, 그만두는 사람들과 같은 입장, 같은 고민을 했다는 이야기죠. 그 영상 조회수가 지금도 올라가요. 영상을 보는 분들은 현재 구독자 수를 보고 희망을 가지시겠죠.

노하우가 있을까요.

얼굴을 드러내야 해요. 구독자들도 유튜버와 일종의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하고 영상을 보는데 얼굴을 노출하면서 그런 관계가 생기는 것 같아요. 하다못해 손이라도 나와야 하거든요. (웃음) 예전에 에이전시에서 일할 땐 노출을 꺼리는 편이었는데 유튜브를 하면서 성격도 바뀌고 여러 면에서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협찬이나 광고 요청도 오겠어요.

맞아요. PPL, 제품 리뷰 요청 같은 게 들어와요. 근데 제가 처음엔 꺼렸어요. 리뷰를 요청하는 그 분도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수익률)가 나와야 할 텐데 제 채널은 당장 성과가 나는 게 아니거든요. 폭발적인 호응이 있는 게 아니라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그런 콘텐츠라서요. 그런 부분을 말씀드렸는데 그래도 요청을 하셔서 리뷰를 앞두고 있어요.

채널에 어떤 특색이 있나봐요.

내 돈을 써도 재밌게 할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인데요. 카페 탐방기와 커피 리뷰가 그것들이에요. 찾다 보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웃음) 커피를 깊이 있게 다루려다 보니 관련 주제로 검색하면 몇 번 안에 걸려요. 그렇게 꾸준히 올리고 있어요. 콘텐츠 성격 면에서도 당장 호응이 있는 것을 다루거나, 정보를 신뢰감 있게 전달하는 데서 효과가 나는 것을 다룰 수 있을 텐데 제 콘텐츠는 후자로 분류됩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판단해서 기획 단계부터 그렇게 의도했습니다.

캬, 기획의도가 적중할 때 기분이란.

뿌듯할 때가 있어요. 요즘은 구독자가 매달 300명 정도씩 올라가는데요. 구독자 수에 비해 조회수가 잘 나오는 편입니다. ‘스노우볼’이 굴러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여전히 실패라고 보는 건 아니겠죠.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커피를 리뷰한 적 있어요. 이후 한 커뮤니티에서 제 영상이 화제가 됐어요. 사람들이 커피를 직구하고 의견을 나누더라고요. 바이럴이 돌아가는 거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다 하더라도 이런 부분은 성공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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