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제호장사’가 용이한 근본적 이유
언론사 ‘제호장사’가 용이한 근본적 이유
  • 임경호 기자 (limkh627@the-pr.co.kr)
  • 승인 2020.06.2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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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제휴 매체 양도 통해 수익사업화
신문산업 실태조사 한계…매체등록·관리부서 이원화
관리인력은 1~2명, 정부·지자체 매체광고비는↑

[더피알=임경호 기자] 인터넷 기반 매체 난립에 언론사 사후관리 기능까지 부실하다 보니 신생 매체들에 의한 사회 문제가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시장에 대한 연구나 실태조사 데이터는 문제 해결을 위한 밑바탕이 되는데 이마저 부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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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신문산업실태 조사를 담당하는 미디어연구센터 이상헌 차장은 “방송산업 실태조사와 달리 신문산업실태 조사는 응답에 대한 의무가 없다 보니 답변을 거절하거나 아예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지자체에 등록한 매체 중에서 영업 유무를 따지고, 또 기사를 출고하고 있는 곳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정기간행물 현황과 차이가 있을뿐더러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태조사의 어려움은 곧 자정 기능 약화로 이어진다. 일례로 서울시 영등포구 소재 ㄱ빌딩 사무실에는 10여 개가 넘는 매체가 등록돼 있다. 언론사로서의 마땅한 활동 없이 일종의 그룹사를 이루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결국 언론사의 제호장사로 연결된다. 발행한 신문사가 차후 포털과 제휴 시 정부 광고 유치가 용이해질 뿐 아니라 매체 양도를 통한 차익은 또 다른 수익사업이 된다.

업계에서는 “언론사를 등록할 때 우리나라 신문법상 선(先) 등록 후(後) 발행이 가능한데, 6개월 동안 발행이 없으면 말소해야 함에도 지자체에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불만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진입이 자유로운 언론환경 아래 관리 감독 부재가 시장 생태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란 지적이다.

서울시 인터넷 신문의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문화예술과 홍경태 주무관은 관련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해결책엔 난색을 표했다. 언론사 진입을 위한 문은 활짝 열어둔 반면 이를 감독할 눈은 ‘두 개’밖에 없는 탓이다. 홍 주무관이 실질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할 서울시 인터넷 신문 매체 수만 총 4891개(2019년 12월 31일 기준)에 달한다.

행정처분도 쉽지 않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및 <신문법 시행령>을 준수하지 않는 언론사를 발견하면 행정지도 이후 불응 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주간 게재 기사의 30% 이상을 자체 생산 기사로 채우거나 주 단위로 새 기사를 게재해야 하는 조건 등이다.

그러나 조사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섣불리 직권말소나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부담이 있다. 홍경태 주무관은 “매체 등록과 관리부서가 이원화돼 있는 데다, 같은 사무실에 여러 매체가 있다 하더라도 발행인이 1인일 때 이걸 막을 근거가 없다”며 논란이 되는 지점을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디어정책국 박래정 주무관은 “언론사 등록 후 6개월간 발행하지 않거나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1년간 발행하지 않아야 직권취소 할 수 있는데, 행정처분을 내리려 할 때 ‘잠깐 닫고 있던 상태다’라는 식으로 항변하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곤란해진다”며 “신문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지자체 분들한테 조치를 좀 더 취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신규 언론사가 매년 1000여 개 가까이 등장하는 개방적인 환경 속에 관리 인력을 1~2명 배정한 것은 사실상 등록제 아래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사후관리 기능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일선 부서와 달리 정작 인건비의 수십 배에 달하는 비용을 언론 광고비로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 3년간 언론사에 광고를 집행한 비용은 총 141억7648만 원에 달하는데, 2017년 대비 지난해 광고 집행 비용은 60% 이상 증가했다. 증가분만 보더라도 2017-2018년 사이 6억9000만 원가량 늘었는데 이듬해인 2018-2019년에는 배 이상인 15억9000만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광고 집행비 증가와 관련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 이병문 주무관은 “홍보가 더 필요하니까 그렇게 늘어났을 것”이라며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관리·감독 의지가 없다는 업계 주장이 예산 편성이나 운용 내역과 맞물리며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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