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시대라고 ‘데이터청’이 필수일까?
빅데이터 시대라고 ‘데이터청’이 필수일까?
  • 이경락 (ragie77@bflysoft.com)
  • 승인 2020.06.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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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락의 In Data] 4차 산업혁명 속 논의 급물살
기존 기관과 역할 충돌, 개인정보보호 문제 지적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6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4차 산업 선도를 위한 데이터청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6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4차 산업 선도를 위한 데이터청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이경락]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AI(인공지능) 분야가 주목받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 기본 자원으로써 빅데이터가 각광 받기 시작했다. 슬로건의 이론적 배경이나 실현 가능성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명실상부하게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은 이미 대중들의 세계관으로까지 확산됐다.

많은 이들이 막연하게나마 앞으로 대부분 산업에 AI가 활용되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통해 의미 있는 인사이트가 도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더불어 데이터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이른바 ‘데이터 산업’의 미래 가치는 더욱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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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데이터는 본래 ‘주어진 것(재료나 논거)’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다툼(datum)’에서 기인한 말로, 넓게는 ‘의미 있는 정보를 가진 모든 값, 사람이나 자동 기기가 생성 또는 처리하는 형태로 표시된 것’을 뜻한다. 좀 더 행위적으로 보면 ‘의도를 가지고 축적된 자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관점에서라면 조선왕조실록도 데이터이고, 앨범에 성장 시기별로 차곡차곡 쌓인 개인의 사진도 데이터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언급되고 있는 데이터는 엄밀히 말해 ‘디지털 데이터’를 의미한다. 디지털화가 되지 않으면 연산 처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앞서 말한 조선왕조실록이나 성장 앨범이 디지털 데이터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실록도 텍스트를 추출해 디지털 아카이브로 변환할 수 있고, 낡은 사진도 디지털 이미지로 저장할 수 있다.

세 가지 우려점

필자는 앞선 기고들을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산업 영역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 나타나는 데이터적인 삶에 대한 거부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이 우리의 삶을 장악하면서 생활 방식이 데이터로 치환되며, 이것이 특정 규칙에 따라 처리되고 우리 행동을 예측하는 데 활용되는 것은 썩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또 털려 나간 개인정보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모든 정보를 리셋(reset)하고 싶은 생각마저도 든다. 그런데도 국가가 개인의 정보보호보다 데이터 자원을 활용한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니 마뜩지 않은 측면도 있다. 심지어 여야가 모두 데이터 산업을 육성할 방안으로써 ‘데이터청’이라는 행정 기관의 설립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런데 데이터청은 반드시 필요할까? 이 답을 위해서는 따르는 몇 가지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으로서 데이터청이 추구하는 일을 하는 다른 기관이 없는지, 그리고 반드시 공공기관이 나서서 세금이 투입되어야 할 문제인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과의 중복,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와 충돌, 민간영역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우선 통계청에 이미 구축된 데이터들이 데이터 산업 측면에서 활용이 어려운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통계는 라틴어 ‘스타투스(status, 국가)’, ‘스타치스티카(statistica, 통치자)’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미 국가 운영의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이 때문에 통계청은 국가의 주요 정보들을 디지털화해 구축하고 있다. 통계청이 이미 인구, 재산, 혼인, 고용, 산업활동 등 다양한 국가 데이터를 총괄하고 있는데, 데이터청이 생기면 유사한 과업이 단지 ‘디지털’이라는 이유로 중복되어 처리될 수도 있다. 통계청의 업무를 확장하면 될 일을 굳이 독립 관청 설립으로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 3법 처리 이후로 개설될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의 역할과의 충돌도 우려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위원회는 데이터의 유통과 관련해서 민간의 자유로운 데이터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오용을 방지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데이터청이 설립되면 기본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겠지만, 정부가 공개하는 데이터 특성상 식별 정보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과연 정부 내에서 규제와 진흥의 목적이 충돌할 때,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의문이다. 이에 부담스럽게 데이터청을 설립할 것이 아니라, 8월 출범하는 개인정보 보호위원회가 민관데이터의 정책을 이끌도록 정해진 만큼 그 위상과 규모를 키우는 대안이 제기되기도 한다.

아울러 데이터 산업에 있어 정부가 지나치게 주도하려는 방향에 대한 우려도 나타난다. 정부가 표준을 만들어 총괄하는 것이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방송의 디지털 전환, 공인인증서, 정부 보안 체계 등 되레 민간의 발목을 잡는 조치도 빈번했다.

오히려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력하게 하고, 민간의 데이터 활용을 자율에 맡김으로써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의 역할을 미국의 FCDOC(Federal Chief Data Officers Council; 연방 최고데이터 책임자위원회)의 역할에 준해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기구는 공공, 민간 사용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데이터 활용과 보호 관련 우수 사례를 공유하며, 정부 기관 간 데이터 공유가 진행되도록 지원한다.

기존 자원 활용부터

빅데이터 시대의 거대한 조류는 다양한 정책들을 만들어낸다. 다만 정부의 조직을 새롭게 구성할 때, 무조건 새 틀에서 짜기보다는 기존 자원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데이터는 예로부터 존재했고, 새롭게 디지털의 옷을 입었을 뿐이다. 한국처럼 개인 차원의 데이터도 쉽게 유통되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데이터 산업의 노를 젓기보다, 민간의 흐름을 읽고 정확한 방향으로 키를 돌려 안전하게 항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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