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이순재 사과문, 전문가들의 평가는
‘갑질 논란’ 이순재 사과문, 전문가들의 평가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20.07.08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잘못 인정, 재발방지 대책 등 ‘사과문 정석’으로 회자
‘사전 평판’ 더해져 이슈 잠잠…전문가 의견 엇갈려
배우 이순재의 갑질 논란과 관련해 그의 입장을 보도했던 30일 SBS 8시 뉴스 방송 화면.
배우 이순재의 갑질 논란과 관련해 그의 입장을 보도했던 30일 SBS 8시 뉴스 방송 화면.

[더피알=조성미 기자] 최근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배우 이순재 씨의 사과문이 회자되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노력 등을 담아낸 것이 높이 평가받는 분위기다. 

유명인의 갑질 이슈는 늘 뉴스거리다. 대중적 인기와 여론의 평판에 크게 영향을 받는 자리에 있는 만큼 종종 폭로성 글이나 고발성 보도의 대상이 된다. 그렇기에 수습 과정에서 진정성을 드러내는 사과의 내용과 자세가 중요하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개인이라고 다른 사과는 없다

당초 이순재 씨는 부당 노동행위를 요구받았다는 전 매니저의 주장을 반박하며 해명 기자회견을 예고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지난 5일, 아래 사과문을 통해 입장을 전하며 전향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배우 이순재입니다

전 매니저의 처우에 대한 불미스러운 논란이 발생한 데 대해 그동안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동료 연기자 여러분과 특히 배우를 꿈꾸며 연기를 배우고 있는 배우 지망생, 학생 여러분들께 모범을 보이지 못해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합니다. 소속사에서 이미 공식 입장문을 냈지만 오랫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살아온 배우로서 제 사과 말씀을 정확히 밝히는 게 도리라고 생각되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철저하고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오랜 제 원칙을 망각한 부덕의 소치였음을 겸허히 인정합니다. 이 점에 대해 저는 지난 금요일에 전 매니저와 통화하며 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공감했으며 사과를 전했습니다. 전 매니저가 언론에 제기한 내용이 맞고 그 분께 진심어린 사과를 전합니다.

가족의 일과 업무가 구분되지 않은 것은 잘못됐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들어올 매니저에게는 수습기간이든 아니든, 어떤 업무형태이든 불문하고 무조건 4대 보험을 처리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에게도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댓글 등을 통해 전 매니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전 매니저가 이 일로 힘들어하며 그의 가족들까지 심리적인 어려움도 겪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현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매니저가 입은 실망과 상처를 치유하고 격려하는 것이지 이 사태에 대해 전 매니저를 비난할 일은 결코 아닙니다. 전적으로 저로 인해 발생한 일이고 이에 대해 전 매니저를 비난하는 것은 멈춰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번 일을 통해 저도 함께 일하는 매니저들, 업계 관계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잘 알게 됐습니다. 80 평생을 연기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들의 고충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점을 고통 속에 반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삶 동안 제가 몸담고 있는 업계 종사자들의 권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실천하는 삶을 살겠습니다. 더 나아가 비슷한 어려움에 당면한 분들께도 도움이 되고 용기를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우 이순재 드림

이같은 입장문 공개와 함께 최초 문제를 제기한 매니저 또한 충분히 사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원로배우를 둘러싼 갑질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이순재 씨의 이번 사과문을 어떻게 바라볼까? 잘못에 대한 인정과 개선책 마련 등을 언급한 대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문가별로 시각이 다소 엇갈렸다. 
 

일반적으로 사과문을 보면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논란이 발생해 시끄러워진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순재 씨의 글에선 ‘부덕의 소치였음을 겸허히 인정합니다’ ‘전 매니저가 언론에 제기한 내용이 맞고’ 등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이 달랐다.

이 과정에서 공과 사가 분리되지 않았던 점을 언급하며 잘못한 부분을 명확히 했고, 앞으로 매니저에 4대 보험 가입 등으로 개선책에 대해서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이 개선책에 대한 향후 팔로우업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보통 사과를 피해자가 아닌 언론에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순재 씨는 ‘지난 금요일에 전 매니저와 통화하며 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공감했으며 사과를 전했습니다’라며 피해자에게 먼저 사과한 점도 잘했다고 본다.

또 ‘전 매니저를 비난하는 것은 멈춰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해 사과문의 중심이 피해자라는 점이 느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 매니저가 사과가 충분했다고 밝힌 것이다. 사과문이 적절했는가의 가장 중요한 잣대는 피해자가 수용하는가인데, 이런 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건을 만족시켰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5일 공식 입장을 보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동료의 지위 향상에 노력하겠다는 개선 의지를 보여준 점에서 잘 했다고 본다. 하지만 (보도 직후 나온) 첫 번째 입장에서는 명예훼손을 이야기하고,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회사에 모든 책임을 떠미는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 입장문처럼 처음부터 모든 것을 인정하면 좋았을 텐데,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해주는 태도가 부족했다. 이렇게 입장이 바뀜에 따라 두 번째 입장문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사안은 잠잠해졌다. 이 같은 결과는 사전평판(Prior reputation)이 나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예전에도 이상했다고 한다면 혹은 또 다른 증언이 나왔다면 여론이 악화됐겠지만, 배우로서 그간의 평판이 나쁘지 않으니 2차 사과와 맞물려 성공적으로 위기관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영욱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권위적인 사과문으로 읽힌다. 본인은 철두철미한 사람인데, 의도 없이 실수로 벌어진 것 같다는 뉘앙스로 변명하면서 사과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가족이나 소속사의 잘못만을 이야기할 뿐, 본인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에서 알맹이가 빠졌다고 느껴진다.

개선책 역시 4대 보험에 대한 얘기뿐인데, 이 또한 소속사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전 매니저에게 한 것은 얘기를 듣고 사과한 것이고, 어떻게 사과했는지에 대한 구체성도 부족하다. 자기반성이면 충분할 텐데 매니저를 향한 비난 여론을 언급한 것도 자신을 향해 시선이 쏠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프레임을 바꾸는 것 같다.

이슈가 잠잠해진 것 역시 그의 입장이 대중들에 수용됐다기보다 다른 이슈에 묻히거나, 다수의 갑질 사건을 겪으며 무관심하고 면역이 되는 등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진홍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