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를 재정의하는 편의점 ②] 나이스웨더
[편의를 재정의하는 편의점 ②] 나이스웨더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7.10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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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힙’으로 젊은층 소구
클럽 같은 분위기, 신선함 넘어 낯선 느낌도

[더피알=정수환 기자] 형편이나 조건 따위가 편하고 좋음을 의미하는 단어, ‘편의’. 그리고 일상에서 그 편의를 제공하는 곳이 편의점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이중 너에게 편의를 주는 물건이 하나쯤은 있겠지’ 싶은 곳이 편의점이었다면, 요즘에는 다르다.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해 편의를 재정의한다.

▷관련기사: MZ 닮은 ‘하이브리드 편의점’이 온다

(어떤) 형편이나 (어떤) 조건 따위가 (누구에게) 편하고 좋음을 저마다의 편의로 해석하는 신(新)식 편의점들. 편의점도 ‘니치해야 한다’를 외치는 4곳을 직접 가보았다.

①고잉메리: 재미가 편의다
②나이스웨더: 힙이 편의다
③시티델리: 혼자가 편의다
④29CM스토어: 레트로가 편의다

가로수길에 위치해 있으니 조금 각오(?)를 하고 갔다.

‘힙’과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들어섰더니 웬걸, 역시나 위축됐다.

‘힙하다’는 표현이 다양한 곳에서 쓰이는데 그 모든 용례의 힙함이 들어선 공간인 것 같았다.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나이스웨더에는 젊은층을 현혹할 만한 요소가 가득했다. 칫솔, 치약 하나도 허투루 들여놓지 않는 듯했다.

그 어떤 제품도 브랜드와 따로 떨어져 명기되지 않았다. OO브랜드의 수세미, △△브랜드의 향, ◇◇브랜드의 맥주잔 식으로 다양한 스몰(small) 브랜드들의 향연이었다. 

나이스웨더 전경.
'편의점 청양'(맑은 기운)이라는 문구가 쓰인 나이스웨더 내부 공간. 사진: 정수환 기자

분위기는 흡사 클럽같았다.

계산대 쪽에 놓여있는 것은 커다란 스피커와 턴테이블. 점원들이 앞에서 가끔 턴테이블을 돌리다, 음악을 바꾸다, 계산을 한다. 편집숍에서 들려왔던 힙한 감성의 음악이다. 어휘력의 부족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냥 모든 상황에서 ‘힙’보다 더 적절한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흡사 클럽같은 분위기의 계산대.
흡사 클럽같은 분위기의 계산대. 사진: 정수환 기자

지극히 대중적인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돌아다니는 게 취미인 입장에서, 이 곳의 제품은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먹는 게 삶의 낙이라 먹는 코너엔 좀 아는 게 있겠거니 싶었는데, 식품 역시 다 낯설었다.

그런데 옆에서 “어, 이거 부산에서 봤던 브랜드다. 여기 옷 되게 좋던데”, “오 이거 인터넷에서 봤어. 이걸 여기서 파네” 등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름 트렌드를 좇는 직업이고 소비를 잘 한다고 자부해 왔건만, ‘이곳의 타깃에서 나는 벗어나 있구나’ 싶어 씁쓸함이 밀려들었다.

다양한 스몰브랜드들이 입점해있다.
다양한 스몰브랜드들이 입점해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중고거래도 가능하다고 했다. 편의점 택배 서비스 대신 요즘 세대에 필요한 중고거래 기능을 도입했다고. 거래 수수료의 일부 금액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환경단체’에 기부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가치소비’와 ‘리셀’, 요즘 한창 트렌드인 요소를 전면에 배치해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었다.

나아가 친환경 제품, 엘피판, 그림과 포스터 등 진짜 일반 편의점에서는 볼 수 없던 서비스들이 눈에 띄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5년치 중 MZ세대 관련 항목들을 모두 모아 공간으로 나타낸다면 이곳일까. 주위를 둘러보니 마치 ‘이 곳이 내 세상이다’는 표정으로 쇼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체하듯, 너무 많은 트렌드를 한 공간에서 한 번에 접하니 조금 어지러워졌다.

중고 거래가 이뤄지는 공간.
중고 거래가 이뤄지는 공간. 사진: 정수환 기자

이후 그곳을 방문했던 기자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에 소감을 물었더니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확실히 그들이 타깃으로 정한 사람들에게는 안락한 장소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다.

다만 타깃에서 조금 벗어난 사람들에게는 난해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방문자 중에선 “편의점 흉내를 낸 일반 편집숍 아닌가”라는 반응도 있었다. 

책을 만들 때 핵심 독자를 설정하고, 더 나아가 확산 독자를 설정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획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공간은 오직 ‘핵심 독자’만을 위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요즘 같이 다분화된 시대에 타깃만 확실히 잡으려는 전략이라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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