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를 재정의하는 편의점 ③] 시티델리
[편의를 재정의하는 편의점 ③] 시티델리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7.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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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 광화문점 오픈, 혼밥러에 제격인 공간 구성
그랩앤고(Grab & Go)식 메뉴, 편의점+레스토랑 콘셉트

[더피알=정수환 기자] 형편이나 조건 따위가 편하고 좋음을 의미하는 단어, ‘편의’. 그리고 일상에서 그 편의를 제공하는 곳이 편의점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이중 너에게 편의를 주는 물건이 하나쯤은 있겠지’ 싶은 곳이 편의점이었다면, 요즘에는 다르다.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해 편의를 재정의한다.

▷관련기사: MZ 닮은 ‘하이브리드 편의점’이 온다

(어떤) 형편이나 (어떤) 조건 따위가 (누구에게) 편하고 좋음을 저마다의 편의로 해석하는 신(新)식 편의점들. 편의점도 ‘니치해야 한다’를 외치는 4곳을 직접 가보았다.

①고잉메리: 재미가 편의다
②나이스웨더: 힙이 편의다
③시티델리: 혼자가 편의다
④29CM스토어: 레트로가 편의다

조금 편애가 들어간 공간이라 하겠다. 이유인즉 기자가 혼밥을 자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티델리 매장 전경.
시티델리 매장 전경.

매장에 들어서니 2인이 먹어도 될 것 같은 책상이 모두 1인용으로 배치돼 있었다.

마치 못 받을 손님인냥 퉁명스레 대했던 음식점 주인, 모르는 사람과 합석해 부대끼며 먹었던 순대국밥 등 불쾌한 혼밥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시티델리는 메뉴나 좌석 등에 대한 고민 없이 혼자서도 식사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메뉴는 그랩앤고(Grab & Go, 쇼케이스에 진열된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 구입하는 방식) 형식으로 놓여 있다. 당일 조리한 간편식이 배열돼 있었으며, 그 외에도 간식과 음료 등이 있었다.

여타 편의점에서도 혼밥을 꽤나 했었다. 하지만 지금껏 편의점 음식들이 건강을 담보해준다고는 생각한 적은 없다. 그냥 ‘먹는’ 것에 의의를 둘 뿐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눈으로 보기에도 건강해 보이는 음식들이 많았다. 대부분의 메뉴에 야채가 3종류 이상은 들어있는 것 같았다.

월드 누들 코너.
월드 누들 코너.

누들(이지만 결국 컵라면) 코너가 조금 신기했는데, 콘셉트가 ‘세계 각국의 누들 챔피언’이다.

탄탄면, 카레우동, 야끼소바, 돈코츠라멘, 마라탕면, 똠양꿍컵라면, 새우맛컵라면 등 세계 각국의 컵라면이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신라면과 튀김우동도 있다. 다른 메뉴가 많으니 솔직히 손님들이 컵라면에 눈길을 줄 것 같지 않은데, 시선을 잡기 위해 다국적 라면을 모셔온 일종의 전략인가 싶었다.

계산 직전, 주위를 둘러보니 MD코너가 마련돼 있었다. 티셔츠, 에코백, 노트, 그립톡, 핸드폰케이스 등 가짓수도 꽤 많았다. 현재 지점은 이곳, 광화문점밖에 없다고 하는데 MD를 구매할 팬덤을 어떻게 모을 것인지 궁금했다.

시티델리의 MD 제품.
시티델리의 MD 제품.

‘팬덤이 형성되기 전 MD 제품을 만드는 게 효과가 있을까?’, ‘대기업의 자본력으로 지점을 확장할 예정인가’, ‘내가 모르는 팬덤이 이미 형성된 것인가’ 다양한 궁금증을 낳는 코너였다. 공간에 대한 호감의 단계지 아직 브랜드의 팬이 되지 못한 기자는 MD를 구매하진 않았다.

연어샐러드.
연어샐러드. 사진: 정수환 기자

연어샐러드와 제로 펩시를 계산하고 널찍한 1인 좌석에 앉았다.

제로 펩시는 셀프스낵바에서 가져올 수 있었는데, 좋은 의미로 기계적인 느낌이랄까. ‘이곳의 셀프 스낵바는 고객을 터치하지 않습니다’라는 거리 두기에 적합한 셀프스낵바 같았다.

음식의 맛은 연어샐러드 맛이다. 샐러드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개인적으로 샐러드는 ‘튀면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놀멍쉬멍 식사를 마쳤다.

스낵바.
스낵바. 사진: 정수환 기자

너무 많은 연결을 감내해야 하기에, 가끔은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가끔은 혼자인 시간조차 혼자일 수 없을 때도 있다.

새로운 편의점을 방문하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온전히 혼자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고, 다시 연결될 동력을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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