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묘사 유도, 현장 생중계+풍문 가미한 유튜브 방송
[더피알=안선혜 기자] 지난 9일 오후 7~9시께 복수 언론은 ‘속보’ 타이틀을 달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이 확인됐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실종된 박 시장에 대한 경찰의 1차 수색이 이뤄지던 시점이다.
이 시각 유튜브 방송들은 시신이 옮겨질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대병원 앞과 박 시장의 마지막 모습이 찍혔다는 와룡공원 입구에서 중구난방 현장 중계를 벌였다.
결과적으로 경찰이 박 시장의 시신을 찾은 건 10일 0시를 막 지나서였다. 현직 시장의 실종이라는 대형 이슈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나, 박 시장의 실종이 알려진 시점부터 자정까지 온갖 설이 언론 보도를 타고 흘려 보내졌다.
낙종이 두려웠는지 실검을 염두에 둔건지, 급하게 제목으로만 박 시장의 실종과 미투 사실을 엮어 쓰고 본문엔 미투 이야기를 꺼낸 배경 설명 없이 “신고가 이뤄진 게 맞다”는 경찰 멘트로만 채워 넣은 함량 미달 기사도 이어졌다.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보다는 속보성 따라잡기로 물량 공세를 펼치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또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낸 단면이다.
이 시대 온라인 저널리즘의 또 다른 특징은 인간성 상실이다. 10일 새벽 경찰 브리핑이 생중계되는 현장에서는 자살방법과 시신 훼손 상태를 묻는 질문이 오가고 그대로 보도됐다.
‘발견 당시 상태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거나 ‘목을 맨 건가요 떨어진 건가요’ 같은 자살 묘사를 유도하는 불필요한 질문들이 방송을 타며 이어졌다.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위해 설명드릴 수 없다”는 경찰의 답변만이 상식을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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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박 시장이 추행 혐의로 고소된 사실을 보도하면서는 성추행 행위에 대한 묘사도 이뤄졌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에게 수치심을 안길 수 있는 자극적 소재고 가십성 요소다.
매번 지탄받으면서도 언론의 언론답지 못한 양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미디어마저 기자란 이름으로 이 판에 합세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수색이 이뤄지던 시각 각종 유튜브 방송들이 세간에 떠도는 소문들을 쫓아 현장을 지켰고, 몇 시간 동안 풍문이란 양념을 치며 방송을 이어갔다. 이들 역시 뉴스의 형식을 빌리며 사망 오보를 속보로 내보내기도 했다.
아사리판이 연상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기자고 유튜버고 너나 할 것 없이 알권리 충족이라는 미명 하에 알 필요 없는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피해가기도 어려운 폭탄급이다.
그나마 유튜버는 충성 독자라도 있다. 세간의 의혹을 엮어 제목만 낚시성으로 달고 ‘내용이 없는 기사’를 배출하는 언론 모습은 한숨을 넘어 탄식이 나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