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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라고요? DT 준비를 못한 겁니다”
“코로나 위기라고요? DT 준비를 못한 겁니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7.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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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上]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뭘 해도 코로나19에 묻히는 상황이 이어져오고 있다. 모든 이슈가 팬데믹 여파로 점철된다.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된다. 2020년 하반기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런 답답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해갈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마침 언컨택트(Uncontact)라는 책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관점 변화를 강조한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 생각났다. 트렌드 분석가인 그는 계획에 없던 강제 휴가를 맞으면서 언컨택트 흐름을 코로나 시대에 알맞게 짚어냈다.

그 결과물을 놓고 더피알 독자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요청에 김 소장은 “그런 인터뷰 요청을 50군데 넘게 거절한 것 같다”며 정말 필요한 곳이 아니면 굳이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는 말을 돌려줬다. “지금껏 거절한 50여 인터뷰와는 다를 것”이라는 설득에 언컨택트를 논하는 컨택트 자리가 마련됐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사진: 더프레임 성혜련 실장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사진: 더프레임 성혜련 실장

코로나로 인한 ‘강제적 언컨택트’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요. 4월 말 언컨택트를 화두로 책을 발간한 뒤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예측 불가의 변화 앞에서 기업이 가장 크게 고민 또는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지점은 무언가요.

지난 2~3월부터 언컨택트를 주제로 강연을 요청해온 곳이 적지 않습니다. 업종별로 다르겠지만 각 기업마다 지금의 언컨택트한 상황이 비즈니스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궁금해합니다. 실제로 저 역시 코로나19로 맞은 언컨택트 환경을 부정적 위기로 보지 않고 비즈니스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언컨택트를 위기라고 느낀 기업과 기회라고 여기는 기업의 차이는 뭐냐? 간단해요. 전자는 일 못한 기업들이고, 후자는 반대입니다. 언컨택트라는 것 자체는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 게 핵심이 아니에요. 눈앞에 사람이 없어도 일이 잘 돌아가는 것, 다른 말로 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입니다.

이 DT를 잘해놓은 기업은 지금이 기회에요. 미리 준비했으니 발등에 불 떨어져도 바로 대응 액션이 가능해요. 그러니 속으론 이 코로나19 상황이 좋을 수도 있어요. 기대하지 못한 지점에서 소비자가 움직여주고 시장도 같이 움직여주니까요. 준비 못한 기업들이 손가락 빠는 거죠.

코로나 사태가 이커머스 등 비대면 비즈니스에 호황을 가져왔다는 건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다른 어떤 점에서 기회가 된다는 거죠? 

대표적인 게 규제의 벽을 못 넘어서던 분야들이에요. 가령 우한 지역이 코로나19로 봉쇄된 다음 중국 기업들이 자율주행 배송 테스트를 많이 했어요. 우리나라도 빠르면 10월부터 우체국이 자율배송 시범 운영에 들어가고요. 만약 팬데믹을 안 겪었다면 테스트 기간이 길었을 거고 사회적으로도 훨씬 저항감이 컸을 거예요. 비상사태는 규제를 넘어서니, 지금이 기업들 입장에선 신규 비즈니스 추진 속도를 빠르게 하는 데 굉장히 좋은 찬스라는 거죠.

동급의 기업들 간 격차를 벌리기도 좋아요. 유통을 예로 들면,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이마트가 배송으로 (기업가치가) 확 올라갔어요. 그들이 올해 감염병 사태를 예견했을까요? 아니에요. 코로나와 무관하게 지난 연말까지 쓱배송에서부터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이커머스를 위한 준비작업을 끝냈었어요. 원래 계획상 그렇게 했던 것이 타이밍상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겁니다.

코로나 이후 지난 4개월이 이마트와 경쟁사 격차를 1년 이상 벌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경험은 무서운 거잖아요. 한 번 좋다고 느낀 고객들은 큰 문제나 불만이 없는 한, 비슷한 다른 곳으로 잘 안 넘어가요. 그래서 경험을 바꾸려면 후발주자는 훨씬 더 좋은 혜택과 가치를 줘야 합니다. 마케팅 비용 등 상당한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요.

DT 맥락에서의 미세한 차이가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를 확실히 벌린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업종에서 이제까지 1등은 더 확실한 1등이 되고, 2등은 어떻게든 올라서려고 할 텐데요. 코로나로 인한 시장 변동성으로 그 위치가 바뀌거나 아니면 격차가 더 벌어지게 겁니다.

요즘 특별히 주목하는 기업이나 서비스가 있습니까.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IT 기업입니다. DT의 수혜자가 누구겠어요. 크라우드 서비스가 있고 솔루션을 많이 보유한 회사죠. DT가 단지 새로운 기술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볼 때, 그것을 지원해줄 수 있는 IT 기업에 돈이 몰릴 수밖에요. 올 들어 팬데믹 중에도 MS, 애플, 아마존 등은 역대 최고 주가를 달성했어요. 그들 사업의 원래 방향이 언컨택트 이코노미에 굉장히 밀접해 있던 상황에서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갈 수밖에 없는 팬데믹이 왔기 때문이에요.

김용섭 소장은 "경험하지 못한 공포와 혼란이 이번 팬데믹 위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사진: 더프레임 성혜련 실장 

감염병 혼란은 과거에도 있었고 글로벌 경제 위기도 겪어왔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위기와 비교해 코로나발 팬데믹은 다른 것 같아요. 어떤 특이점이 작용한다고 보시나요.

말씀하신대로 감염병이 없던 게 아니지만 이렇게 전 세계로 급속도로 퍼진 것을 우리 세대가 처음 목격하고 경험했습니다. 더욱이 바이러스가 사람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로벌로 연결된 경제 기반마저 끊어 놓으니까 더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만약 우리가 내년, 내후년에 가칭 코로나21이라는 걸 맞는다면 지금처럼은 안 힘들어할 거예요. 겪어봤으니까요. 경험하지 못한 공포와 혼란이 이번 팬데믹 위기의 핵심입니다.

코로나19는 심각하지만 코로나로부터 초래될 사회 변화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요. 왜? 원래 가던 방향이니까요. 단지 그 속도가 좀 더 빨라진 것뿐이에요.

2020년에 팬데믹이 왔으니 다행이지 20년 전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재택근무나 원격수업은커녕 장도 못 봤을 겁니다. 아무것도 못 해요. 근데 지금은 마스크 쓰는 것 빼곤 그럭저럭 일상이 잘 돌아갑니다. 우리가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언컨택트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방증이죠. 이런 변화의 실체를 알면 덜 불안해지고, 덜 불안하면 나아갈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가 책으로 언컨택트를 이야기한 이유이기도 해요.

소비 트렌드로서 ‘언택트(Un+Contact)’란 말이 한동안 회자됐습니다. 언택트가 테크놀로지 발전에 따라 편리 추구로 생겨난 변화라면, 지금은 생활 전반에 걸쳐 불가피한 언택트가 확산한 것 같아요.

언택트가 ‘언(un)’, 즉 접촉하지 않는다가 핵심이라면 저는 언컨택트에서 ‘컨택트(contact)’에 방점을 뒀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컨택트를 못 버려요. 어떻게든 사회적 관계를 계속 맺습니다. 단지 컨택트하는 방식이 달라진 거죠. 제가 말하는 언컨택트는 단절이 아닌 관계의 방향성, 관점을 좀 바꾸자는 겁니다. 

비대면 상황에서 지금 기업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재택근무입니다. 오랫동안 관성적으로 유지돼온 일하는 방식이 급변을 맞았는데요. 대기업을 필두로 단기 처방이 아니라 장기 관점에서 여러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갈까요.

지금 직원들을 다 자르고 2030으로 새로 다 뽑으면 100% 재택이 가능합니다. 젊은 세대는 이미 비대면에 익숙한 사람들이니까요.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당분간 오피스와 재택이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택이라는 것을 오해하면 안 돼요. ‘집에서 일한다’가 아니라 ‘한 곳에 모여서 일하지 않는다’가 핵심입니다. 다시 말해 다 같이 있지 않아도 일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해요. 어떤 사람은 카페에서, 아니면 공원에서, 또 해변에서 각자 그렇게 원하는 곳에서 일하면 됩니다. 물리적 공간은 상관없고 필요시 네트워크로 연결돼요. 과거엔 무조건 눈앞에 있어야 모인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에 없어도 모이는 건 모이는 거죠.

새로운 근무방식에서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탈오피스 상태에서 각자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는 거예요. 따로 일한다는 의미는 그 사람이 지켜야 할 룰(rule)을 지키면서 책임과 권한을 동등하게 부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떻게 보면 노동 강도가 세져요.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확연히 드러날 테니까요. 오프라인에선 못해도 좀 묻어갈 수가 있는데 온라인은 안 됩니다. 그래서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일 수밖에 없어요.

비대면이면 채용 시스템도 전향적으로 바뀝니다. 지금 우리는 얼굴 보잖아요. 외모, 성별, 인종을 구분한다는 뜻입니다. 이제까지 사회적 핸디캡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만나서 생겼어요. 반면 비대면이면 안 만나도 일이 되니까 업무 외적인 요소는 전혀 상관 안 하게 되는 거죠.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방식으로 채용한다지만 다들 카메라 갖다 놓고 화상으로 면접을 진행해요. 개념에 대한 이해가 잘못돼서 그런 겁니다. 비대면의 핵심은 지금까지의 관성을 바꾸자는 것인데, 관성을 지키는 기술을 자꾸 부여하면서 변화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쇼’ 잘하는 브랜드, 이제는 못 버틴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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