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인의 밥상] 왓챠를 애정하게 만드는 힘
[홍보인의 밥상] 왓챠를 애정하게 만드는 힘
  • 표희선 (thepr@the-pr.co.kr)
  • 승인 2020.07.15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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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희선 왓챠 PR매니저

[더피알=표희선] 최근 왓챠가 <킬링 이브> 시즌 3 독점 공개를 기념해 주인공 이브 역을 맡은 배우 산드라 오(Sandra Oh)와 기생충 통역사 샤론 최(Sharon Choi) 인터뷰를 준비했다. 샤론 최는 시즌 3 속 한인타운, 한국음식, 한국어의 등장과 그 의미를 물었고 산드라 오는 이렇게 답했다.

킬링 이브 관련 샤론 최(왼쪽)와 배우 산드라 오 화상 인터뷰 장면. 

 

음식이요, 음식. 이브의 삶을 정의했던 외형적인 것들이 무너지고 사라졌죠. 그래서 이브가 어디로 돌아가죠? 어릴 때 먹고 자랐던 음식의 정수로 돌아가요.

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나에게도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 때마다 찾는 음식이 떠올랐다. 바로 ‘삼계탕’이다.

지치기 쉬운 여름에나 성적으로 의기소침해져 있을 때, 취업준비생으로 마음 졸이고 있을 때 어김없이 엄마는 삼계탕을 준비해 주셨다. 모두가 음식 조절을 한다는 수능 전날에도 든든하게 삼계탕을 먹었다. 시골에서 서울에 올라와 대학 생활을 시작하고 사람에 치이거나 낯선 도시에서 헛헛한 마음이 들 때면 집에 내려가 삼계탕 한 그릇을 비웠다.

기업 홍보실에서 본격적인 직장 생활을 시작한 첫 한두 해는 그 빈도수가 더 잦았다. 외향적인 성격에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나한테도 매일 낯선 사람과 만나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언론홍보를 한 첫해 기자를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하면 안 되는지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곤란한 질문에는 어떤 대답으로 대응해야 할지, 대화가 끊기는 침묵의 순간에는 어떤 말로 다시 채워야 할지도 매 순간 고민이었다. 일주일 내내 사람을 만나며 쓰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상당해서 주말이면 아무 것도 안 하고, 어떤 사람도 만나지 않고 침잠해 있곤 했다.

한 번은 기자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평소와 같이 사업 내용 설명을 이어가는데,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정확한 내용을 확인한 후 말씀드리겠다”고 한 후 사무실로 돌아와 내부 취재를 통해 답변을 전달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기사화가 됐다.

사업부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고, 기사 내용 정정을 위해 통화를 이어갔다. 애초에 기사 방향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내 탓인 것만 같았고, 사업부서에 부담을 드린 것 같아 좌불안석이었다. 이후 한동안은 기자를 만나는 게 두렵고 괜히  위축돼 휴대폰에 기자 이름이 뜨면 긴장부터 됐다.

연차를 내고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뭐가 먹고 싶냐는 엄마의 질문에 “닭”이라고 답했고, 으레 삼계탕이 준비됐다. 엄마의 정성으로 재료를 손질하고 오랜 시간 압력밥솥에 고아 국물만 마셔도 속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낯선 사람들과 만나 말과 활자로 일을 하는 직업인으로서 마주하는 도전이자 과제인 순간들은 여전하다. 그래도 내가 몸 담은 조직과 동료들이 만들어내는 멋진 결과물, 매력적인 콘텐츠를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동동거리는 일은 즐겁다.

날이 참 덥다. 삼계탕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많은 사람들이 왓챠와 왓챠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애정할 수 있도록 자료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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