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허심탄회 소망이 재앙이 되는 이유 (1)
CEO의 허심탄회 소망이 재앙이 되는 이유 (1)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0.07.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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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직원과의 첫 상견례, 리더십 품평회 돼
중년의 흔한 자신감 버려야

[더피알=정용민] 새 대표가 취임하게 되면 대부분 회사에서는 직원들과 대면하는 간담회를 마련한다. 직원들은 신임대표 얼굴을 직접 보며, 그가 가진 경영 방향성과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갖는다. 또 대표 입장에서는 새로운 마음으로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일종의 상견례 기분으로 서로가 즐겁게 얼굴을 마주한다.

그러나, 그런 소망은 여기까지다. 일단 간담회가 끝나면 상황은 이상한 쪽으로 흐르곤 한다. 직원들 각자가 신임대표에 대한 첫인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한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새 대표에 대해 그리고 회사 분위기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블라인드에선 익명의 직원들이 대표의 간담회 언급 내용들을 메모 형식으로 공유하며 평가를 시작한다. 그 포스팅 속 텍스트에 몰입된 사람들이 무분별한 개인적 평을 덧붙인다. 신임대표의 일부 부적절한 메시지에는 융단폭격이 가해지고 머지않아 그 내용이 언론에 기사화된다.

신임대표의 순수하고 희망적인 첫걸음이 대체 어떻게 몇 시간 만에 재앙의 모습으로 변질될까? 한 마디로 소통의 의미를 착각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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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소통은 고통이다

얼마 전부터 기업이나 정부나 할 것 없이 소통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소통은 지상명령이 되어버렸다. 소통은 꼭 해야만 하고, 소통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된다는 것이 상식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대다수 리더가 소통을 입버릇처럼 꺼낸다. 어떻게 해서라도 소통을 잘하는 리더로서 스스로 포지셔닝 하기 위해 애쓴다.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자주 하려 한다. 각종 회식이나 모임에 얼굴을 비친다. 젊은 신입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한다. 언제든 대표에게 아이디어를 던지고 질문하라 한다. 대표이사의 사무실 문을 오픈해 놓고 누구든 할 말이 있으면 들어와 이야기 나누자고도 한다. 개인적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열어 교신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직원들에게 레터를 쓰고 멘토링도 즐긴다.

여기에서 핵심은 그러한 소통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리더가 확실히 깨달아야 여러 소통의 노력이 제대로 된 결실을 맺게 된다는 점이다. 소통이 마냥 즐겁게 느껴지거나, 소통에 가슴이 뛰거나, 소통은 편안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리더는 위험하다.

소통은 듣는 것이 주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리고 자신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직원들의 다양한 사견을 듣는 것은 더 나아가 공포다. 이런 고통과 공포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그 리더의 소통 방식은 위험한 것이라는 반증이다.

둘째, 자녀와도 소통이 어려운 가장의 소망은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중년 가장은 20~30년 동안 키운 아들딸과도 소통을 어려워한다. 세대 차이는 물론이고,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관에 대한 적응이 좀처럼 되지 않는 탓이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이해하는 자녀들이라 해도 자신이 아버지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다 느끼는 비율은 상당히 낮다.

그런 흔한 중년 가장이 리더 자리에 오르게 되면 어디에선가 소통의 자신감이 생겨난다. 2030 직원들에게 리더인 자신이 허심탄회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된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그들이 웃으며 공감해 줄 것이라 믿는다. 자신의 성공담이 그들에게 큰 교훈이 될 것이고, 리더로서 계획하는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 정확하게 각인되리라 소망한다.

그런 믿음과 소망이 위험하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실패를 전제로 한다. 더구나 마주 앉은 상대 직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자녀들보다 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낯선자들이다.

그에 더해 대표와 직원이라는 정치적·조직적 분리가 기반되어 있다. 그들이 신임대표에 대해 오랜 익숙함과 친근함, 그리고 사랑을 품고 있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결국 그 많은 기반이 생략된 채 행해지는 낯선 소통의 시도는 폭력이 된다.

▷CEO의 허심탄회 소망이 재앙이 되는 이유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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