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이 만든 ‘불씨’, 언론 ‘신뢰도’ 시험대에…
종편이 만든 ‘불씨’, 언론 ‘신뢰도’ 시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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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0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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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공공성 위기, 광고시장 급변 ‘화두’

▲ 최훈길 미디어오늘 경제ㆍ뉴미디어팀 기자

조선·중앙·동아·MBN의 종합편성채널이 지난해 12월 1일 출범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일자리 증가, 방송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을 종편 허가 취지로 밝혔다. 그러나 개국 이후 현재까지 보여준 종편의 모습은 애초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매체 간 인력 이동이 있었을 뿐 일자리 증가는 미미했고, 채널별 시청률이 0%대로 애국가 시청률보다 낮은 굴욕스런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종편의 모습은 2012년 언론계 판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첫째,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주요 화두가 될 것이다. 지난 연말에 조중동과 각하헌정방송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가 정면으로 부딪친 것이 주목된다. 조중동은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괴담을 잇달아 문제 삼으면서 괴담의 진원지를 ‘나꼼수’로 꼽았다.

반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조선일보가 천안함 사건 당시 ‘인간어뢰설’을 보도한 것을 꼬집었고, 최근 여론조사 결과 신뢰도에서 나꼼수가 조선일보를 앞섰다며 반격했다. 이 논란은 SNS에서도 번졌고, 그 결과 ‘조중동과 SNS의 싸움’으로 인식됐다.

결국 ‘조중동 대 SNS의 결투’

주목되는 점은 대다수 SNS 이용자들은 종편과 조중동 신문이 엄연히 방송과 신문의 이종매체임에도 같은 언론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방송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종편이 출범한 전후로 취재 현장에서 종편 취재진들이 종종 쫓겨나는 일이 벌어졌다. 한진중공업 농성, 서울시청 광장 집회, 정봉주 전 의원 관련 재판 등 굵직한 사건 현장에서 시민들로부터 잇따라 거센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종편 스스로도 ‘크로스 미디어’, ‘원 소스 멀티 유즈’라는 명목으로 신문 뉴스를 방송에, 방송 뉴스를 신문에 보도하고 있다. 현 정부와 재벌들의 권력의 폐부를 찌르는 특종보도였다면 화제가 됐겠지만, 현재까지는 선정적이고 정권 편향적인 뉴스로 논란이 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을 인터뷰하며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고 자막을 달거나, A양 동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해 메인 뉴스에 보도하는 등 종편 스스로 방송의 신뢰와 공공성을 훼손하는 일을 했다. 이에 따라 2012년에는 총선, 대선 등 메가톤급 이슈가 있기 때문에 종편들의 취재, 보도를 둘러싼 논란에서 ‘언론의 신뢰도’가 도전받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둘째, 2012년은 종편의 출범으로 언론사 광고시장이 급변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종편 4곳은 2012년 광고영업 목표액을 6000억 원 가량으로 잡았다. 문제는 경제성장률이 급증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체 방송광고시장의 파이도 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결과 언론사 간 광고 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중소 매체의 광고가 급락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박원기 연구위원이 최근 밝힌 ‘종편 PP 출범과 광고시장 변화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광고주들은 2012년에 종편·보도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광고비를 6038억 원으로 전망했다. 광고주들은 2012년에는 케이블TV 광고(1437억 원)가 종편으로 가장 많이 이동할 것으로 봤다. 이어 지상파TV(1168억 원), 인터넷(933억 원), 옥외(709억 원), 신문(469억 원), 라디오(110억 원), 잡지(30억 원) 순으로 종편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 방송, 중소 케이블 PP ‘타격’이 예상되는 전망치다.

“저널리즘 ‘훼손 사례’ 늘어날 것”

문제는 종편의 시청률이 저조하지만 광고단가는 지상파의 70%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점이다. 그동안 광고주들이 코바코를 통해 시청률에 따라 광고를 집행해 왔지만, 2012년에는 종편의 요구로 합리적인 광고 집행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종편이 생존하기 위해 광고주를 압박하고 그 결과 광고시장의 질서가 깨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종편 이외의 언론사들도 ‘광고 쟁탈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 대행사) 법안이 처리되기도 전에 SBS 지주회사가 자회사로 광고회사를 설립하고, MBC도 광고회사 설립을 실무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종편 대응책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밥그릇 챙기기’다.

이들 방송사들이 자유롭게 ‘광고 직거래’를 하게 될 경우 결국 ‘광고 쏠림’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지역 방송·중소 케이블·신문 등은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미디어렙이 얼마나 이 문제를 해결해 줄지도 미지수다. 광고 문제는 결국 저널리즘의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지난해 7월 OBS는 1년 계약직의 경력 기자를 특별 채용 하려다 결국 노조의 반대로 이를 철회했다. 당시 노조는 사측이 지원자들에게 사업계획서를 요구했고 광고 실적 평가를 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채용 철회를 주장했다.

그동안 OBS는 역외 재송신을 허가받지 못해 서울권 방송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그 결과 광고 매출에도 악영향을 받았다. 종편 쪽으로 광고가 본격적으로 빠져나갈 경우에는 중소 매체들의 이 같은 저널리즘 ‘훼손’ 사례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생존하기 위해 기자가 펜을 꺾고 광고 영업을 해야 하고, 회사에서는 기자들의 사업 실적을 평가할 수도 있다.

또 종편 쪽도 광고 매출에 도움이 되거나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보도·제작물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광고보다는 협찬을 통해 보이지 않는 ‘뒷거래’를 할 우려도 있다. 결국 2012년은 언론의 공공성, 신뢰성이 시험대에 오르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시청자들이 ‘언론사 맞습니까’, ‘기자 맞습니까’, ‘PD 맞습니까’라고 물을 때, 언론(인)이 얼마나 자신있게 대답을 하는지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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