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면 걸리는 명예훼손? 오해와 이해
걸면 걸리는 명예훼손? 오해와 이해
  • 양재규 (eselltree92@hotmail.com)
  • 승인 2020.07.24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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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규의 피알Law] 기업이 미디어가 된 시대의 언론법(7)
대기업 임원 성희롱 보도, 피해당사자가 문제 제기…법원 판단은

[더피알=양재규] 명예훼손은 흔한 이슈다. 최근 3년 동안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된 조정사건의 96.6%가 명예훼손 문제였다. 흔하다고 해서 명예훼손을 걸면 걸리는 것쯤으로 쉽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반적인 인식과 실제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판단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기업이 미디어가 된 시대에 명예훼손이 무엇인지 정도는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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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 의한 명예훼손은 ‘당사자 특정’, ‘사실의 적시’, ‘사회적 평가 저하’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었을 때 성립한다. 이들 구성요건 중에서 단 하나라도 빠지면 명예훼손이 아니다.

특히, ‘사회적 평가 저하’와 관련해 오해가 많다. 당사자는 그것을 치명적인 피해로 인식하지만 법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이에 관한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그 의미가 좀 더 분명하게 다가올 것이다.

2018년 4월 1일 SBS <8시뉴스>에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H사에서 발생한 성희롱 문제를 보도했다. H사의 한 여성 임원이 담당 부서 직원(역시 여성이었다) D로 하여금 임원들 술자리에 와서 술을 따르고 춤을 추게 했으며, 이 일이 있은 후 D가 퇴사하기까지 했지만 H사는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날 뉴스의 요지였다.

주말뉴스이긴 했지만 메인뉴스였고 그것도 첫 두 꼭지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후로도 SBS는 같은 달 4일까지 3차례 이 사건을 더 다루었고, 결국 가해 임원을 비롯한 해당 계열사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직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 뉴스로 명예가 훼손되었을 거라고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당사자는 가해 임원과 H사다. 특히 성희롱 발생 경위라든가 사후 처리 양상에 비춰볼 때 H사의 조직문화가 생각보다 구태의연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점에서 회사가 입은 피해는 막대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SB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성희롱 피해자 D였다. D는 자신이 방송사에 성희롱 피해사실을 제보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제보한 것처럼 보도되었다는 점 등을 들어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를 주장했다. 과연 피해자가 공론화를 원치 않을 경우 언론에서는 성희롱 사건을 기사로 다룰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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