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대한 이견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에 대한 이견
  • 문용필 객원기자 (essayyj@gmail.com)
  • 승인 2020.08.0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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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언론대응 강경모드와 맞물려 징벌제 법안 발의
“잘못된 보도에 충분한 사회적 제재 필요…기존 법 체계부터 제대로 작용해야”

[더피알=문용필 객원기자] 지난달부터 주요 부처가 언론보도 내용을 조목조목 부정하는 ‘반박자료’를 내는 등 최근 정부의 언론대응이 부쩍 강경해진 듯한 징후가 이어지고 있다. 팩트의 오보와 악의적 보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와 더불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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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차치하고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국가기관의 조정중재 청구를 두고도 비판적인 시선이 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정부나 공인에 대한 감시는 언론이 해야 할 일”이라며 “언중위에 민원을 낼 수 있는 주체에서 공적 기관은 제외돼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스피커를 갖고 있지 않나. 본인들이 (반박‧해명자료를) 내는 방법이 있는데 일반시민이 보도피해를 봤을 때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구를 통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표현의 자유라는 우산 아래 부작용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힘으로 누른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 비판 없는 정부가 어떻게 역할을 잘한다고 하겠느냐”며 “(만약) 언론 스스로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생태계라면 (그 생태계 먼저)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게 맞다”고 봤다.

정치권에선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위해 군불을 지피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이 지난 6월 발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그것이다. 언론의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법원이 손해배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일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찬성 81%’라는 제목의 기사 링크를 개인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했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잘못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 유튜버 등을 상대로 최근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등의 강경 대응에 들어간 상황이라 의미심장하게 해석됐다. 

정부의 언론대응과는 별개 사안이지만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한다는 점에서는 연결 지어 바라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악의적 보도의 근절 필요성은 언론계 전반에서 분명 인식되고 있는 부분인 만큼 여론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긍정적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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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악의적 보도를 막기 위한 최우선 과제인지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피해를 준 잘못된 보도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제재가 필요한 것은 맞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이야기를 꺼낸 국회의원들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기존의 법체계를 좀 더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악의적 보도를 통해 얻는 이익이 사법체계에서 책임질 부분보다 크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안이 자칫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언론 3단체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민‧형사상 책임을 같이 지우는 우리나라 법률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부당한 규제”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 단체는 “악의적인 보도 규정은 객관적 기준이 없어 사법부의 이념, 성향에 따라 자의적인 판단을 할 우려가 크고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보도를 봉쇄하는 수단으로 국가기관이 악용할 소지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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