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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바우처’가 감사한 이유
‘데이터 바우처’가 감사한 이유
  • 이경락 ragie77@bflysoft.com
  • 승인 2020.08.10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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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락의 In Data]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 뒷받침, 낙수효과 예상
공급 측면서 대기업 물받이 우려되기도

[더피알=이경락] 예전에는 생경했던 말인 ‘바우처(voucher)’가 정부의 복지 패러다임이 확대되면서 큰 관심을 얻고 있다. 특히 미래 산업의 비전이나 코로나19 시대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 산업 쪽에 무게가 실리다 보니 데이터 바우처 제도도 활성화되고 있다.

본디 바우처는 ‘일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 교육, 주택, 의료 따위의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정부가 비용을 대신 지급하거나 보조하기 위해 내놓은 지불 보증서’를 의미한다. 다만 복지에 있어서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경우 목적 외로 사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정적으로 용처를 제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도움의 손길이 과연 첨단을 달리는 AI(인공지능)나 데이터 산업에도 필요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우 그렇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할 수 있겠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동우물

앞서 몇 차례 기고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지만, 세계적인 추세의 혁신 기술들, 특히 AI와 관련된 기술들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어 자연어 처리의 경우만 하더라도 영어권의 발전 속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고, 구축돼 있는 학습데이터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가 AI 학습 데이터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참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야 마을 사람들이 모두 쓸 수 있는 공동 우물이 생긴 셈이다.

그러나 이미 세계의 산업과 기술들은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지금 민간 기업에서 필요한 것은 우리집 앞마당에서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데이터 바우처 지원은 앞마당에서 관정을 뚫어주는 큰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데이터 바우처 지원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규정한 바에 따르면, 이 사업은 ‘데이터 활용을 통해 비즈니스 혁신 및 신규 제품·서비스 개발 등이 필요한 기업에 바우처 형식의 데이터 구매·가공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다.

애초 5년간 총 3000억원 수준의 지원이 예정됐으나, 올해만 하더라도 추경을 통해 당초 예산에서 더욱 확대됐다. 여기서 가장 주목이 되는 주체는 데이터 활용 수요 기업들인데, 수요 기업은 구매나 가공 바우처를 지원받아서 AI 개발이나 빅데이터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공급 기업으로부터 매우 저렴하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그동안 데이터를 쌓아 놓고 판로가 뚜렷하지 않았던 공급 기업 역시 충분한 낙수효과가 예상된다. 데이터 바우처 사업은 데이터 산업 전반이나 AI, 빅데이터 영역에 있어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가운데)이 7월 27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에서 서버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가운데)이 7월 27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에서 서버실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디지털 뉴딜의 몇 가지 우려

하지만 누이와 매부, 모두 좋은 상황이 세금이라는 국민의 쌈짓돈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면, 그 절차는 투명하고 효과는 뚜렷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데이터 산업이 충분히 활성화돼 있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공급 기업 측면에서 볼 때, 아직까지는 ‘큰 누이만 좋은 사업’의 우려도 제기된다. 통신이나 금융을 비롯한 막대하고도 활용 가치가 높은 데이터들은 이미 대기업들이 구축한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공급 기업 전반에 걸쳐서 낙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물받이에 또 더해주기가 될 우려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누이랑 매부도 좋지만 우리 가족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기반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데이터 산업의 진흥을 통해 AI와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연계시키고, 이것을 향후 한국 사회의 먹거리로 기획하는 것이라면 그 방향은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이다.

그러나 단기간의 일자리 창출만을 목적으로 데이터 산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다면 그것은 아픈 누이의 일시적인 약값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의 거대한 예산이 쏟아질 때마다 언급되는 ‘눈먼 돈’의 풍경도 마뜩잖다. 우리가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 기술 R&D 예산을 지원하고도, 많은 산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뼈아픈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정부도 다행히 ‘디지털 뉴딜’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데이터 유통과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현재 10개에서 30개로 늘리고 8400개 기업에 데이터 구매와 가공 바우처를 제공하기로 했다. 중소 스타트업의 AI 기술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데이터 가공 바우처도 6700개 기업에 제공한다.

이를 통해 AI 관련 일자리도 대거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이른바 ‘데이터 댐’ 구축을 통해 데이터 경제로의 이행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비전인 셈이다. 데이터 바우처가 공동의 우물을 넘어 데이터 댐으로의 본격적인 경제 생태계 전환을 추동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예측은 의외로, 지원금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통해서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맑고 투명한 1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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