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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학은 왜 ‘제2의 곰표’가 될 수 없을까
지구화학은 왜 ‘제2의 곰표’가 될 수 없을까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8.10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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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뉴트로 흐름 속 콜라보 강제소환
주어진 기회 마케팅 전략으로 연결 안돼

[더피알=정수환 기자] 지구화학은 제2의 곰표를 꿈꿀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오’다.

굳이 아닌 사례를 끌고 온 이유는 간단하다. 기자의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랜드를 골자로 한 강연을 듣던 중, 웰컴키트 개념으로 박스 하나를 받았다. MZ세대가 좋아하는 힙한 브랜드들이 많았는데, 개중에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제품이 있었다. 바로 지구화학의 지구색연필이었다. 

지구화학의 지구색연필. 추억의 물건이다.
지구화학의 지구색연필. 추억의 물건이다.

의외였다. 못해도 타깃이 20대 중후반부터 시작하는 강연에서 유치원‧초등학생 때 썼던 색연필을 선물로 주다니… 그래도 그때는 ‘그런가보다’하고 넘겼다.

얼마 후 지구화학은 다시 기자의 눈에 띄었다. 아모레퍼시픽 마몽드와 지구화학이 콜라보해 틴트 제품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통해서였다. 의외의 브랜드가 만난 콜라보 마케팅이었다. 의외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곰표’ 생각이 났다.  

곰표는 뉴트로(New+Retro)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가루 포대 이미지에서 180도 변신해 현재는 다양한 기업들과 콜라보레이션하며 MZ세대를 공략 중이다. 지구화학 역시 뉴트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닌 회사이므로, 이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건가 싶었다.

▷함께 보면 좋은기사: 곰표 밀가루의 변신엔 이유가 있다

취재 결과 예상은 보란 듯이 깨졌다. 지구화학 측은 “MZ세대를 위한 마케팅을 진행할 생각이 전혀 없다. 마몽드에서 협업을 요청해 진행했을 뿐”이라며 “우리는 원래 우리의 타깃층인 저학년들을 위한 제품에 계속 집중할 예정”이라고 했다.

마케팅을 하지만 마케팅 생각이 없다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기대한 기자 입장에선 심심하기 짝이 없는 변이었다. 

다만 먼저 협업을 제안한 마몽드 측은 나름 깊은 뜻이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마몽드 크리미틴트 컬러밤이 크레용 콘셉트 제품이다 보니 크레파스, 색연필 유형의 제품과 콜라보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여기에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 콘셉트를 매칭하면 좋을 것 같았고, 지구색연필(지구화학)과의 협업을 통해 부모와 자녀, 이모삼촌과 조카 등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를 이끌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구화학이 타사와 마케팅 협업한 사례가 많지 않아 걱정했으나,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콜라보 기획 및 제품 출시를 할 수 있었다고. 지구화학 측에선 아이들이 사용할 수도 있는 제품이니 절대 유해한 성분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마몽드와 지구화학의 콜라보로 나온 틴트 제품. 마몽드 페이스북.
마몽드와 지구화학의 콜라보로 나온 틴트 제품. 마몽드 페이스북.

마몽드로 보면 당연한 콜라보이지만 지구화학 측으로 따지면 특이한 행보다. 뉴트로와 콜라보가 마케팅의 대세인 요즘, 다른 기업에서 깔아 놓은 판을 잘 활용만 해도 지구화학은 마케팅에 힘을 받게 되는 상황인데 주어진 기회를 마다하고 있기 때문. 더욱이 ‘자발적 진출’이 아닌 ‘강제 소환’이라는 좋은 키워드가 있지 않나. 

물론 콜라보 마케팅이 많아지며 한쪽에선 피로도가 쌓이는 중이긴 하다. 여길 봐도 뉴트로, 저길 봐도 콜라보니 말이다. 곰표만 해도 콜라보 마케팅으로 새롭게 눈도장을 찍었지만, 브랜드의 본질인 밀가루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한계도 지적 받고 있다. 그래서 지구색연필의 ‘노 마케팅’ 노선이 독특하고, 시류에 편승하지 않아 얼핏 멋져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굴러들어온 기회를 잡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기존 고객에 충실하는 것도 좋지만 변화 없이는 발전도, 시장 확대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나 컬러링북이 MZ의 새로운 취미로 각광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저학년을 넘어 MZ를 위한 마케팅을 지구화학이 생각해 볼 순 없을까. 모나미 볼펜이 문구류를 넘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케팅적 시도로 연결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동사무소 볼펜’ 모나미의 이유 있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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