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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C랩서 스핀오프…인도인 대표의 한국 스타트업 도전기
삼성 C랩서 스핀오프…인도인 대표의 한국 스타트업 도전기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08.12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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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업] 태그하이브(TAGHIVE) 아가르왈 판카즈(Agarwal Pankaj) 대표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시장에 뛰어드는 스타트업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태그하이브의 아가르왈 판카즈(Agarwal Pankaj) 대표. 사진 안해준 기자
아가르왈 판카즈(Agarwal Pankaj) 태그하이브 대표. 사진 안해준 기자

[더피알=안해준 기자] 영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오로지 한국어만으로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아, 물론 기자는 영어를 비롯해 제2 외국어를 잘하지 못한다.

국내 IT기업의 성지 판교테크노밸리에서 만난 ‘아가르왈 판카즈(Agarwal Pankaj, 이하 판카즈)’ 대표는 한국생활 15년차 인도인이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서 스핀오프(분사)에 성공해 에듀테크 기업 ‘태그하이브’를 4년째 이끌고 있다.

재미 있는 건 인도에서 한국으로 와서 회사를 차렸고, 비즈니스 무대가 이제는 모국인 인도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태그하이브는 에듀테크 솔루션과 플랫폼을 통해 한국은 물론 인도 학교에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판카즈 대표는 어떻게 양국을 넘나들며 일하게 된 걸까?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창업해 모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게 이색적이에요. 당초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요.

2004년에 삼성전자 장학생으로 한국에 오게 됐어요. 인도 대학교에서 IT를 전공하고, 2년간 석사 학위 과정을 밟고 2년 동안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총 4년 과정이었습니다. 개발 업무를 맡았어요.

처음에는 6개월만 하고 인도로 다시 갔어요. 너무 힘들어서요.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다시 일하게 됐죠. 이후에는 MBA 과정을 위해 미국에 다녀왔고 이후 마케팅 및 전략 기획 업무를 맡아 수행했습니다.

삼성전자라는 안정된 대기업에 들어갔다가 창업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해요. 

삼성에선 다양한 인재를 많이 키우고 싶어해요. 저에게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기획한 아이디어로 특허도 내보고, 상도 받으면서 자연스레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에 지원하게 됐어요. 당시에는 어린이용 소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였죠.

그렇게 약 1년 동안 C랩을 통해 다양한 것을 배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제 아이템이 사업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삼성의 투자를 받아 독립해 지금의 태그하이브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삼성전자 C랩은 사내벤처 모범사례로 더피알에서 기사를 다룬 적이 있는데요. C랩을 통해 스타트업을 키우며 얻을 수 있었던 장점은 무엇인가요.

많았어요. C랩이 가지고 있는 교육 과정이 좋았습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전문가와 소통하면서 이 아이디어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해당 사업 아이템이 아이디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구체화돼야 최종적으로 스핀오프를 해줘요.

사업화가 결정되면 또 그 후 2~3개월은 해당 기업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줍니다. 인사 관리, 법적 문제, 제품 양산 과정, 회계는 물론 투자 유치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자세히 멘토링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을 책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책과 실전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어떻게 보면 저는 애초에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다기 보다 회사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창업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제가 제안한 아이템이 운 좋게 사업으로 연결됐고, 어려운 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 좀 더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대기업 시스템을 경험하며 회사를 운영하는 노하우도 직간접적으로 많이 배웠을 것 같습니다.

도움이 많이 됐어요. 회사 운영하면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이전 회사에서 경험한 부분이 많이 생각나요. 예를 들어 직원들에게 월급과 휴가는 어떻게 줘야 하는지, 결제 프로세스와 보고 체계는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와 같은 것들이에요.

어떻게 보면 기존 회사에서는 기본적이지만 스타트업에겐 어려운 것들이잖아요. 저는 삼성전자에서 차장 직급 업무까지 맡아봤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에 대해서 잘 알아요. 그리고 지금 회사에서도 저한테 보고하는 직원들이 어떤 마인드인지도 잘 알아요. 물론 모든 것들을 삼성에 맞게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지금 회사를 운영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죠.

한번은 삼성전자에 처음 입사하면서 제가 상사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제가 누구냐는 질문에 ‘판카즈 사장입니다’라고 대답했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맡은 업무에 한해서는 제가 사장이기 때문이죠. 이 말을 들은 상사가 당시에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지금 대표가 돼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각자 분야에서 오너십을 발휘해 업무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기업 입장에서 필요하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그런 마인드를 가진 인재를 스타트업으로 모시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태그하이브는 최근 인도 공립학교 2000여 곳에 스마트 교실 제품 '클래스 사티'를 공급했다. 태그하이브 제공
태그하이브는 최근 인도 공립학교 2000여 곳에 스마트 교실 제품 '클래스 사티'를 공급했다. 태그하이브 제공

최근 인도 공립학교 2000여 곳에 스마트 교실 제품 ‘클래스 사티(Class Saathi)’를 납품하셨죠. 학생들과 교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서비스인가요. 

지금 많은 인도의 공립학교는 환경이 열악해요. 인터넷과 전기가 없는 곳도 있어요. 당연히 TV나 빔프로젝트는 없습니다. 이런 학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다는 거에요. 학생 수는 정말 많은 반면 교사 수는 많이 부족해요. 교육 시스템도 미비하니 학생들의 진학률도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에서 출발한 제품이 클래스 사티입니다. 학생, 부모, 선생님 그리고 교육관리자를 한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것이죠. 단말기를 통해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어요. 또한 앱을 통해서는 학생들이 집에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교사들과 관리자들은 학생들의 학업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도움을 주죠.

사람들은 ‘스마트 교실’을 TV가 있고 인터넷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것들이 없는 학교들은 스마트 교실을 만들 수 없잖아요. 오히려 간단하고 편리한 기기와 플랫폼이 교실을 스마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사실 현재 인도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를 열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사실 좀 약해요. 하지만 언젠가 학교는 다시 시작할 거예요. 아마 마스크도 쓰고 플라스틱 벽도 설치해서 수업을 하겠죠.

그렇다면 태그하이브의 기술이 오히려 더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만큼 학생들과의 소통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학교는 물론 집에서도 공부를 하는 지금 편리하게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클래스 사티의 기술이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강제적 언택트(Untact) 상황을 맞으며 업계가 또다시 빠르게 변화 중이죠. 이와 관련 요즘 주목하는 이슈나 키워드가 있다면요.

저는 ‘통합’이라고 생각해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 기술 간의 통합, B2B(기업대 기업간 거래)와 B2C(기업대 소비자간 거래)의 통합, 언택트와 콘택트(contact) 등 이제는 모든 비즈니스와 업무수행 방식이 연결될 겁니다.

아직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지만 저는 이 상황이 1년 이상은 안 갈 것이라고 봐요. 상황이 좋아진다면 다시 일상적인 업무와 비즈니스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가 중요할 거예요. 

때문에 코로나19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 지금의 좋았던 점은 가져가면서 향후 비즈니스와 업무에 밸런스 있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 회사는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던 근무 방식에서 지금은 일주일에 2~3일만 출근을 해요.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린 변화지만 여기서 느낀 장점은 계속 가져가는 겁니다. 이러한 통합이 이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태그하이브뿐 아니라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이 인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요. 가능성이 큰 시장인 만큼 특수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은데 조언해 주신다면요.

인도에서는 기본적으로 한국 브랜드를 좋아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다만 현지 파트너 없이 해외 기업이 인도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비용이나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이를 고려해 현지 파트너와 함께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추천해요.

저희도 인도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관세는 없지만 페이퍼 워크(paper-works)가 굉장히 많아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과정도 굉장히 깁니다. 다른 곳보다 4배 이상 더 걸릴 것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도의 경우 기업이 사회공헌책임 부담금도 내야 한다고 들었어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이전보다 중요해졌는데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한국과는 달리 인도는 사업 매출이 일정 부분 이상 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매출의 2% 정도를 사회에 기여해야 해요. 세금과는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스타트업들은 아마 매출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일정 규모로 성장하게 된다면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자신의 서비스와 연관 지어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활동이 이제는 중요합니다. 꼭 현금으로 내는 방법이 아니라도 됩니다. 기부나 제품 제공 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요.

최근 인도와 중국 간 국경분쟁이 디지털 및 IT 시장에까지 영향이 가고 있어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인도와 중국 사이의 관계는 좋지 않지만 오히려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빅 찬스(big chance)라고 봐요. 최근 틱톡, 위챗 등 중국 앱들이 인도에서 사라졌잖아요. 그렇다면 그들이 나간 자리가 채워져야 할텐데 인도와 한국 기업들이 이 자리에 진입할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물론 인도와 중국의 관계가 다시 좋아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그 상황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의 기회를 보고 빨리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눈여겨보는 다른 IT서비스나 앱이 있다면.

먼저 ‘줌’이요. 화상채팅이지만 바로 앞에서 소통하는 것이 핵심인 서비스죠. 개인적으로 종종 사용하고 있지만 어떻게 이런 기능이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한 서비스입니다.

또 한가지는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서비스들입니다. 종류가 많아 한편으로는 신기해요. 백신이 없다보니 이를 활용해 감염병에 도움이 된다고 마케팅하는 서비스와 제품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다방면의 분야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이야기하는 제품들이 나오는 것이 여러모로 신기했습니다.

아가르왈 판카즈 대표. 사진 안해준 기자
태그하이브 아가르왈 판카즈 대표. 사진 안해준 기자

인도, 한국, 미국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되었나요.

도움이 많이 됐어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상이 똑같다는 것!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은 똑같아요. 미국에 있을 때도 각국, 각계 사람들을 만났고 한국에서도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봤어요.

그런데 똑같아요. 모든 사람이 인정받길 좋아하고, 업무에 대해 확실히 이야기해주면 이해를 잘할 수 있고, 배려해주면 좋아합니다. 외모만 다르지 안에 있는 코어(core)는 다 똑같아요. 저한테는 빅 인사이트(big-insight)였어요.

제가 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잖아요. 제 회사에는 전부 한국 사람들만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인 제가 어떻게 회사를 이끌 수 있을까요? 저는 회사 직원을 외모가 아닌 코어를 보고 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요.

저는 미국에서도 인턴십으로 일을 해봤거든요. 직접 가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통해 리더로서 회사를 관리하려고 합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어디에든 있어요. 다만 한국에는 좋은 사람이 확실히 많습니다.(웃음)

한국 스타트업 대표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미 한국에는 450개 학교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고 인도 시장에도 진출했어요. 인도 시장에 어느 정도 자리 잡게 되면 다른 시장에도 도전해 볼 계획입니다.

특히 교육 분야에 더 많이 집중할 생각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빅데이터와 AI와의 통합, 비즈니스 모델의 통합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좋은 아이템을 만들어 소개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짜 이루고 싶은 희망이 한가지 있어요. 저는 한국과 삼성전자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거예요. 그만큼 많은 도움을 여기서 받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기업, 한국 기업으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해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해요.

앞으로 많은 스타트업과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비즈니스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한국을 이른바 ‘실리콘밸리 오브 이스트(Silicon Valley of East)’로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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