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G] 포트나이트는 왜 ‘1984 애플광고’를 패러디했나
[브리핑G] 포트나이트는 왜 ‘1984 애플광고’를 패러디했나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08.1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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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 1984 차용한 콘셉트 재차용해 애플 디스
앱스토어 결제시스템 둘러싼 갈등 소송 비화…여론 환기 목적

더피알 독자들의 글로벌(G) 지수를 높이는 데 도움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코너. 해외 화제가 되는 재미난 소식을 가급적 자주 브리핑하겠습니다. 

[더피알=정수환 기자] 2020년 8월 14일, 에픽게임즈(Epic games)의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가 새로운 PR 캠페인 광고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본 낯익은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애플이 1984년 매킨토시를 출시하며 선보인 광고를 패러디한 것이죠.

영화 ‘블레이드 러너’ 등으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광고는 1984년 슈퍼볼에 딱 한 번 방영됐을 뿐인데, 아주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상도 많이 받았죠.

광고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배경은 1984년. 조지오웰이 디스토피아로 예측해놓은 그 해입니다.

동일한 옷을 입은 민머리 남성들이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 망치를 들고 힘차게 뛰어오는 여성이 계속 교차됩니다. 민머리의 남성들은 이윽고 자리에 착석했고, 큰 화면 속 ‘빅브라더’ 같은 존재에게 계속 세뇌를 당하고 있습니다. 정보 순수화 지령 1주년을 축하하며, 순수한 이데올로기의 정원을 만들었다는 등 알 수 없는 말이 계속 흘러나오죠.

계속 달려 빅브라더 같은 존재에 당도한 여성은 마침내 그 망치를 화면에 던지고, 화면은 ‘펑’하며 터지게 됩니다. 이후 문구가 핵심입니다. 

“On January 24th, Apple Computer will introduce Macintosh. And you'll see why 1984 won’t be like ‘1984’” (1984년 1월 24일, 애플은 매킨토시를 공개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왜 1984(년)가 1984가 되지 않을 것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즉 빅브라더와 같은 존재는 그동안 컴퓨터를 주름잡던 ‘IBM’이며, 애플의 매킨토시는 그 대항마로서 작용할 수 있고, 매킨토시는 조지오웰의 1984와 같은 디스토피아를 막는 구원자로 역할한다는 메시지입니다.

이 콘셉트를 30년이 지나 그대로 차용한 포트나이트 광고. 

수많은 포트나이트 캐릭터들이 큰 화면 속 말하는 사과에게 세뇌를 당하고 있습니다. 애플 광고와 똑같이, 포트나이트 무기를 들고 뛰어오는 여성캐릭터와 교차됩니다. 여성은 사과에게 망치를 던지고, 화면은 터지고 맙니다.

그리고 핵심 문구가 등장합니다.

“Epic Games has defied the App Store Monopoly. In retaliation, Apple is blocking Fortnite from a billion devices. Join the fight to stop 2020 from becoming ‘1984’.”(에픽게임즈는 앱 스토어의 독점에 맞서왔습니다. 애플은 보복으로 포트나이트를 10억대의 장치로부터 차단하고 있습니다. 2020년이 (조지오웰의) ‘1984’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싸움에 동참해주세요)

말미에는 ‘#FreeFortnite’라는 해시태그가 함께 올라옵니다. 애플 광고 패러디를 통해 명백한 언어로 애플을 디스하고, 포트나이트 유저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이죠. 설명이 조금 길었습니다만, 어떤 이유로 에픽 게임즈는 애플과 싸우려는 것일까요.

사과에게 던져지는 포트나이트 무기. 유튜브 캡처
사과에게 던져지는 포트나이트 무기. 유튜브 캡처

위 광고가 나온 날,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iOS용 포트나이트 앱을 퇴출시킵니다. 포트나이트가 앱스토어의 30% 수수료에 반발해 애플 인앱 결제 시스템을 무시하고 포트나이트 앱에서 직접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죠.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조치에 소송을 제기하며 “불공정한 관행을 종식시키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또다른 ‘IT 공룡’의 압박이 이뤄집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역시 자사 정책을 위반했다며 포트나이트 앱을 삭제했습니다. 구글과 애플 측 모두 포트나이트가 앱 내 직접 결제 시스템을 철회하면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사실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30%의 수수료를 받는 것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앱스토어에서 앱을 출시하면 첫해에는 판매액의 30%, 다음해부터는 15%를 수수료로 내야합니다. 애플이나 구글 측은 시장을 형성해준 것에 따른 대가라며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개발자들은 독점 횡포라며 비판해왔죠. 소비자들 역시 수수료에 따른 대가를 고스란히 얹어 지불해야하기에 불만이 적지 않았습니다.

에픽게임즈 측은 소송을 통해 인앱 결제 거부는 금전적 보상이나 자사만의 혜택을 원하는 게 아니고 소비자와 수십만 명의 앱 개발자를 위한 것이라 항변했습니다. 비슷한 싸움을 진행했던 스포티파이(Spotify) 역시 에픽게임즈의 편을 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포트나이트 이용자들은 에픽게임즈의 강경 노선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운로드를 받은 유저들은 계속해서 게임을 즐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앱스토어에서 삭제됐기에 업데이트 등의 혜택은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에픽게임즈도 물론 큰 기업이죠. 하지만 애플과 구글이라는 엄청난 글로벌 기업에 맞서고 있기에 어찌 보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느껴집니다.

과연 이 싸움은 어떻게 끝이 날까요. 포트나이트가 수많은 개발자들을 위한 구원의 선례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구글과 애플에게 도전하는 것은 결국 무모한 행위라는 좌절의 선례가 될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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