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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미치다’ 위기 대응 아쉽다
‘여행에 미치다’ 위기 대응 아쉽다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08.31 18: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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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음란물 영상 포함 게시물로 논란
입장 번복, 대책 발표 등 뒷말
빠른 의사결정만큼 정확한 대응 프로세스 필요
여행에 미치다 공식 홈페이지. '음란 동영상' 게시 논란 이후 접속량 초과로 다운됐다.
여행에 미치다 공식 홈페이지. '음란 동영상' 게시 논란 이후 접속량 초과로 다운됐다.

[더피알=안해준 기자] 스타트업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스타트업의 장점은 ‘스피드’다. 대기업 같은 기성 조직과 달리 의사결정이나 새로운 시도에 있어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새 비즈니스를 시작해 성장해나가는 조직이기에 실수나 잘못에 대한 피드백도 빠르게 반영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애쓴다. 직원들의 의견도 청취해 수평적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에도 열심이다.

다만 스타트업 특유의 스피드가 유사시엔 정교하지 못한 대응으로 화를 키우기도 한다. 최근 ‘음란영상 업로드’ 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여행에 미치다’도 이런 케이스에 해당한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속도만큼 위기 대응 프로세스와 메시지도 정확해야 하지만 미숙한 대처가 논란을 증폭시켰다.

여행을 주제로 한 콘텐츠로 디지털 영향력을 키운 여행에 미치다는 SNS에 잘못 올린 콘텐츠 하나로 창업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29일 오후 6시 공식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양떼목장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렸는데, 내용 중 성관계를 하는 부적절한 장면이 포함돼 있었다. 더구나 일반적인 포르노 영상이 아니라 불법 촬영물로 의심되면서 거센 비난이 이어졌다.

여행에 미치다 측은 수시간만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조준기 대표는 댓글을 통해 “금일 양떼목장 게시물을 직접 업로드한 당사자가 자신”이라며 “해당 영상은 트위터에서 다운로드했고 직접 촬영한 형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럼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여행에 미치다는 30일 두 번째 사과문으로 진화에 나섰다. 

‘업로드를 진행한 담당자와 함께 사법기관에 정식으로 사건 접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 표명이었다. 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윤리 교육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사과문이 오히려 또다른 논란을 만들었다. 최고의사결정자가 뒤로 빠지는 모양새로 비쳐졌기 때문. 누리꾼들은 조 대표가 해당 이슈를 직원 관리 문제로 프레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초 사과문을 삭제 조치한 것도 이같은 의심에 힘을 실었다. 

여행에미치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2차 사과문(왼쪽). 오른쪽은 1차 사과문 댓글에 달린 CEO의 코멘트다. 화면 캡처
여행에미치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2차 사과문(왼쪽). 오른쪽은 1차 사과문 댓글에 달린 CEO의 코멘트다. 화면 캡처

일련의 과정에서 여행에 미치다는 부정 이슈에서 스타트업이 실수하는 미흡한 커뮤니케이션의 전형을 보여줬다.

1. 영상이 내려가고 약 4시간이 지나 사과문이 업로드됐다. 실시간으로 이슈가 확대·재생산되는 디지털 공간에서 더딘 움직임이다.  

2. 인스타그램 사과문에 파도가 치는 영상이 썸네일로 활용됐다. 사안의 중요성과 거리가 있는 감성적 비주얼로 공연히 뒷말을 낳았다.  

3. 1차 사과문을 내린 뒤 게시한 2차 사과문에서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위기에 대한 책임의 주체가 ‘CEO’에서 ‘담당자’로 바뀌면서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4. 2차 사과문에서 제시한 후속 대책이 미숙했다. 특히 사내 성윤리 교육 시행은 CEO 책임을 직원 실수로 돌려 위기를 회피하려는 뉘앙스로 읽혔다. 

CEO가 위기 발생 직후 전면에 나서 빠르게 대처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입장 번복, 본질을 짚지 못한 대책 등 세밀하지 못한 대응으로 문제를 키운 격이다. 설사 문제의 당사자가 CEO가 아니었다고 해도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어설프게 불을 끄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 스타트업 위기관리, 이렇게만 해라

스타트업은 작은 규모의 인원이 다양한 업무를 하는 조직이다. 부족한 자원과 경험은 몇 배의 노력과 검수로 메워야 하며, 위기 대응 가이드라인도 평시에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CEO의 발언은 회사 공식 입장으로 여겨지는 만큼 더욱 신중히 메시지를 준비해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 

여행에 미치다는 SNS를 중심으로 콘텐츠 생산과 소통을 해 비즈니스를 키운 스타트업이다. SNS 내 이슈를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대처다. 빠르게 성장하는 비즈니스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단순 홍보를 넘어 유사시도 고려하는 PR 전략을 설계해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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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쳤네 2020-08-31 20:58:14
CEO 개인 잘못으로 자르고 회사를 살리는 방법을 택해야 했는데 악수였다. 여행에 미치다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깝다ㅠㅠ

여행다 2020-08-31 19:04:11
아주 좋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