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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는 것, 크리에이터라는 것의 한계 넘어서야 했죠”
“여성이라는 것, 크리에이터라는 것의 한계 넘어서야 했죠”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09.11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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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上] 박선미 엠허브 대표

[더피알=강미혜 기자] 박선미 엠허브 대표는 ‘롯데그룹 첫 여성임원’이란 타이틀의 소유자로 누구나 부러워할 커리어를 가진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도 ‘미스 박’이라 불린 시절이 있었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잘 나가던 시기에도, 임원으로 의사결정권자가 되었을 때에도 여성이기 때문에 마주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진짜 여자선배’의 이야기가 필요한 후배들을 위해 닮은꼴 친구인 일본인 오카무라 마사코 씨와 의기투합해 여자 크리에이터로서 존재감 있게 일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냈다.

탐색기와 성장기, 사춘기, 성숙기, 전환기로 이어지는 그들 커리어의 궤적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솔루션은 아니어도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배울 수 있다. 물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생각과 고민은 기본옵션으로 따라 붙는다.

박선미는... 카피라이터로 광고계에 입문한 이후 30년 가까이 다양한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자이리톨 휘바휘바,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2% 부족할 때 등 여러 히트 캠페인을 만들었다. 2012년 롯데그룹 여성임원 1호로 발탁되어 대홍기획 크리에이티브 총괄 본부장, 통합 캠페인 본부장을 거쳐 2020년 1월부터 대홍기획 자회사인 엠허브를 이끌고 있다.
박선미는... 카피라이터로 광고계에 입문한 이후 30년 가까이 다양한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자이리톨 휘바휘바,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2% 부족할 때 등 여러 히트 캠페인을 만들었다. 2012년 롯데그룹 여성임원 1호로 발탁되어 대홍기획 크리에이티브 총괄 본부장, 통합 캠페인 본부장을 거쳐 2020년 1월부터 대홍기획 자회사인 엠허브를 이끌고 있다.

한일 여성 크리에이터 두 분이 손잡고 ‘커리어 대작전’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셨어요. 선후배, 동료들의 피드백이 많을 것 같아요.

제 반성을 담은 경험담이라 그리 무겁지 않은 책이었는데도 다들 ‘참 부지런하다’고 하더라고요. 빨리 쓰지 못해서 오히려 저는 더 부끄러웠는데 말이죠. 확실히 업계의 어린 친구들, 광고나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후배들이 좋은 피드백을 해주었어요. 현재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도움이 되었다고요. 그리고 연차가 있는 CD(크리에이티브 디랙터)나 여성 리더들은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많아 몰입해서 읽었다는 말들도 전해왔어요.

요즘은 직업 앞에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 자체를 피하기도 하는데 특별히 ‘여자 크리에이터’를 강조해서 서술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두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일을 시작했을 초년기나 실무 현장에서 한창 일하는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점점 위로 올라가다가 부딪치는 한계가 콤플렉스 됐어요. 그 중 하나가 여성이라는 것, 크리에이터라는 것이었어요.

어떤 측면에서 콤플렉스가 되던가요?

임원 자리에서도 크리에이티브 부문이라는 전문적 분야를 맡게 되다 보니, 중역이 되었는데도 의사결정 회의에서나 뭔가 중요한 일을 시킬 때 점점 배제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처음 제작 본부 전체를 맡게 됐을 때 주변에서 ‘여자 제작본부장’ 그러니까 ‘큰 조직의 장’을 맡겨도 되는가를 놓고 성토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제 개인적인 성향이 자유분방해서 관리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여자 본부장이 창사 이래 없었거든요. 그럴 때 스스로 ‘내가 여자가 아니었다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크리에이터라는 출신도 마찬가지였어요. ‘광고 캠페인 아이디어를 주로 만드는 사람이잖아’, ‘회사 숫자에 대해 뭘 알겠어?’라는 느낌이랄까요. 어떤 모습으로 이야기해도 크리에이터니까 영업의 관점에서는 무시하는 거죠. 대놓고 ‘영업의 세계를 몰라서 그렇다’고 가르치는 남자 후배도 있었어요.

반대로 여성인 점이 오히려 경쟁력, 미덕이 된 점도 책에서 언급하셨어요. 일을 하며 여자인 덕분에 겪은 일화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경험에서는 한창 실무를 할 땐 여자인 덕분에 더 잘 된 면이 많았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 그 당시 광고업계에서 여자 CD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좀 낯선 존재였어요. 매번 남성 CD들의 보고만 받던 클라이언트들에게 여자CD가 들어가서 자기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거나 주장하다 보니 그게 참신하게 보이거나 신뢰감을 주기도 했어요. 저는 운 좋게도 좋은 클라이언트를 많이 만났어요. 적극적으로 제 생각으로 피력하면 받아들이려고 했는데요, 그게 여성이었기에 다르게 느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이번에 같이 책을 펴낸 마사코씨 반응은 어떤가요? 한국어로 한국 독자·업계 분들과 만났으니, 차제에 일본어로 일본 독자들과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시던가요?

마사코는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매우 좋아해요. 그리고 글로벌에서도 유명한 친구에요. 오히려 일본보다 한국에서 출간하는 걸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지금도 매일매일 (책) 반응에 대해 물어봐요. 자기가 인터뷰나 책 홍보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요.

실제로 저희 둘이 한일 공동출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앞에 인트로를 마사코가 정리해야하는 부분이 있고, 제가 잡은 책의 흐름을 다시 마사코가 일본에 맞춰 잡아가야 하니 수정이 좀 많아질 수 있을 거 같네요. 한국에서 잘 되면 일본에서 출간하는 것을 고민 중입니다. 한일관계가 잘 풀리면 말이죠. 그렇게 되면 저는 한류 아이돌의 광고가 어떻게 효과를 거뒀는가에 대해 추가하려고 해요.

 

▷“융합 시대, ‘팔리는 콘텐츠’를 만들려면”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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