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맵 미식로드: 데이터를 어떻게 꿰어서 보석을 만들 것인가?
T맵 미식로드: 데이터를 어떻게 꿰어서 보석을 만들 것인가?
  • 이승윤 (seungyun@konkuk.ac.kr)
  • 승인 2020.09.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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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디지로그]
자사 빅데이터 분석해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
복합적 교차 정보 활용, 이용 고객 맥락까지 고려

[더피알=이승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것을 쓸모 있게 정리하고 다듬어야만 가치가 생긴다는 말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데이터가 많아도 그 빅데이터를 잘 꿰어야 보물이 된다’는 이야기를 데이터 전문가들이 늘 한다.

산업혁명 시대 혁신의 원동력이 ‘석유’라면 21세기 산업의 혁신 원동력은 데이터다. 과거에는 단순하게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됐지만, 이제는 모아둔 데이터를 잘 꿰어서 고객 경험을 향상 시켜주는 보배로 만들어가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최근 사례가 SK텔레콤이 지난 7월에 내놓은 ‘T맵 미식로드’다. 이는 이용자 맞춤형 맛집 추천 서비스로, 자사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 빅데이터를 분석해 큐레이션한 정보다. ▷관련기사: SKT 커뮤니케이션팀은 왜 ‘찐맛집’ 지도 설계했나

SK텔레콤 커뮤니케이션팀이 빅데이터라는 구슬을 가공해 선보인 미식로드. 이미지 출처: 공식 블로그

SK텔레콤이 운전하면서 쌓이는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가지고 맛집 추천 서비스를 만든 이유가 뭘까?

맛집 정보의 빈틈 공략

SK텔레콤은 잘 쌓아둔 빅데이터란 구슬을 잘 꿰어서 현재 고객들이 가진 고민을 해결해주는, 이상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가장 많이 검색하는 정보는 무엇일까? 제일기획이 자체 패널 2519명의 온라인 행동 데이터와 소셜미디어상의 버즈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음식 관련 검색이 가장 높은 빈도를 보여준 톱3 검색 중 하나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소위 ‘OO맛집’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 맛집 검색 결과에 대해 소비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맛집 검색 앱을 이용하고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에서 맛집 관련 키워드 검색을 한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의 트렌드 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2명 중 1명,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맛집 검색 결과에 대해 불신을 표했다. 응답자의 70.1%는 ‘맛집이라고 소개되는 음식점 대부분은 광고 및 홍보의 힘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네이버 창을 통해 ‘강남 맛집’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온 정보 대부분을 소비자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인터넷상에선 ‘가짜 맛집 후기 구별하는 법’ 같은 콘텐츠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검색해서 나온 맛집 정보 글에 지나치게 높은 퀄리티의 사진이 다수 포함돼 있거나, 너무나도 의도적으로 기승전결 형태의 스토리로 ‘이제 맛집에 들어가 볼까요?’라는 멘트로 시작하는 후기들은 돈을 받고 쓴 ‘가짜 후기’라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꼼수와 불법 사이…바이럴 마케팅 현주소

맥락 반영하는 맞춤형 큐레이션

정보가 이렇게 오염된 상황에서 진짜 맛집을 찾아주는 콘텐츠가 담긴 서비스가 있다면 수많은 젊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SK텔레콤의 T맵 미식로드라 할 수 있다.

T맵 미식로드는 이름대로 T맵 사용자 2500만명이 남긴 비식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방문한 식당기록을 맛집 검색에 결합시킨 것이 핵심이다. 연남동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 이름을 T맵에 찍고 찾아 갔다면, 해당 운전자가 그 레스토랑에 방문해서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기존의 맛집 검색은 주관적인 의견으로 이뤄져 있고 광고·홍보용 게시물이 다수다. 하지만 T맵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맛집 추천 서비스는 객관적인 사실 즉, 해당 레스토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했는가에 기반해서 맛집을 추천해주기에 더 명확하고 믿을 수 있다.

T맵 미식로드는 지역, 성별, 나이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맛집을 추천한다. 사진: 공식 블로그
T맵 미식로드는 지역, 성별, 나이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맛집을 추천한다. 이미지 출처: 공식 블로그

나아가 운행 기록 데이터와 다른 데이터들을 결합해 더욱 이용자 맛춤형 맛집 검색 서비스가 되고자 노력했다. 연령대별 또는 성별에 따라, 혹은 아이와 함께 가는지를 선택하면 해당 조건의 사람들에게 딱 맞는 그 지역 맛집을 추천해준다.

기존 검색 기반의 맛집은 게시물을 남긴 사람들의 성별과 나이를 추측할 수밖에 없기에 ‘어떤 성별, 나이의 사람이 후기를 어떠한 방식으로 남겼는지’와 관련된 복합적인 교차 정보가 활용될 수 없다. 반면 T맵의 미식로드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객관적으로 이용 고객의 맥락(Context)에 맞는 서비스를 큐레이션 해준다.

교차 분석으로 플러스알파 제공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현지인이 가는 맛집이 진짜 맛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방문 음식점과 주소가 동일 지역 내에 있는지 분석, 해당 지역이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도 지역 로컬들이 자주 가는 맛집을 손쉽게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맛있게 보이는 음식이 정말 맛있다’는 말이 있기에 외부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와 같은 데이터를 교차 분석해 젊은 연령대 사람들이 많이 가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란 의미)한 카페나 음식점들도 추천해준다. 또 밥을 먹고 나면 주변을 산책하고 싶거나, 그리 멀지 않은 괜찮은 장소를 찾아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하는데, T맵 미식로드는 방문 맛집 인근의 관광지 정보를 실제 사람들이 많이 가는 데이터를 결합해서 제공해준다.

SK 텔레콤은 내비게이션 앱에 쌓여진 사람들의 운행 정보 데이터를 가지고 어찌 보면 전혀 달라 보이는 영역에서 고객 경험을 향상 시켜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사용해서 어떠한 고객 경험을 향상 시켜줄 것인가이다. T맵 미식로드는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흘린 구슬을 짤 꿰어서 소비자들이 불만으로 가진 경험을 해결해줄 수 있는 의미 있는 보석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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