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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잘 입는 법’ 2시간에 100만원…언론사 ‘배짱 영업’은 어디까지?
‘옷 잘 입는 법’ 2시간에 100만원…언론사 ‘배짱 영업’은 어디까지?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09.14 12: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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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경제매체 주최 포럼, 홍보인들 사이서 뒷말
“홍보실을 위한다는 주제가 오히려 홍보실 곤란케 해”
자본시장 투명성 논하며 시장 거스르는 ‘포럼 장사’ 지속

누가 봐도 수익 활동인데, (예산) 집행 명분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한 언론사에서 최근 각 기업들에 발송한 포럼 참가 요청 공문. 2시간 강의에 참가비만 100만원이다.
한 언론사에서 최근 각 기업들에 발송한 포럼 참가 요청 공문. 2시간 강의에 참가비만 100만원이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최근 한 언론사에서 마련한 포럼을 두고 홍보인들 사이에서 뒷말과 푸념이 무성하다.

창간 2주년을 넘긴 인터넷 경제매체가 이달 마련한 포럼 주제는 ‘신뢰 높이는 패션 스타일’이다. 어찌 보면 일반적인 강의 내용인데, 헛웃음을 터뜨리게 만든 건 참가 대상과 책정 비용 때문이다. 

해당 매체서 참석을 요청하며 보낸 공문에는 “홍보맨들이 대외 접촉에서 보다 친근하며 세련되고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패션 스타일에 대한 조언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하고 있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행사에 참가비용은 4인 기준 400만원. 회사 측은 “1인 기준으로도 받는다”며 “기자들이 계속 만나는 게 홍보인이고, 홍보인 나름대로의 고충을 고려해 활동 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부연했다.

‘기업 홍보인들을 위한’이라는 명분을 붙였지만, 회삿돈 100만원을 들여 순수하게 행사에 참석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더구나 코로나19 특수 상황에서 재택/순환 근무로 일상적 업무나 대외 활동이 어려워진 시점에서 말이다.   

사실 언론사에서 개최하는 포럼과 컨퍼런스 등이 ‘변종 돈벌이’ 수단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관련기사: 언론계 ‘포럼 비즈니스’에도 뉴노멀 찾아올까

특히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협찬 등에서 더 엄격한 증빙이 요구되자 상당수 언론들이 비교적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포럼을 보다 활성화시켰다.

대규모 행사라면 모르겠지만, 규모가 작은 포럼들은 공식 페이지가 존재하거나 따로 알림을 띄우지도 않는다. 단지 각 기업 홍보실로 참가 독려와 협찬 요청을 위한 공문이 배달될 뿐이다. 서로 간 입금 등의 증빙만 남기면 그만이다. 다른 여타 언론에 비교적 소문을 덜 내고 조용히 ‘상납’(?) 받을 수 있는 루트라 할 수 있다.

한 홍보인은 “뒤돌아서면 포럼에 포럼이 이어지는 날들이 너무 많았다”며 “올해는 코로나로 덜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에 3~4개씩 다닌 적도 있었다”고 했다.

언론 시장 내에서도 서로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포럼 주제에 차별화를 꾀한다는 의도가 때로는 이번처럼 외부에서 봤을 땐 황당한 주제로 돌아오기도 한다.

지난해에도 한 경제전문 언론사는 ‘홍보 전략 포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홍보역량 극대화를 위한 홍보맨들의 스트레스 관리법’ ‘필드에서 자신감을 높여주는 원포인트 레슨’ 등의 강연을 마련해 수강 대상이 되는 일부 홍보인들에 불만을 샀다.

기자들 스트레스받이 해주고 주말에 업무상 골프 치는 걸 홍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당시 미디어 비평지를 통해서도 언론의 ‘기막힌’ 행사라며 도마에 올랐건만,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 행사가 반복되는 셈이다.

한 홍보인은 이번 포럼을 보고 “홍보실을 위한다는 주제가 오히려 홍보실을 곤란케 한다”는 말로 정리했다. 어느 경영자가 옷 잘 입는 법에 기백만원의 예산 승인을 하겠느냐는 설명이다.

창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매체에서 초반기 주최하는 포럼은 향후 언론사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다. 본인들만의 강점을 보여줘도 모자란 판국에 대놓고 장사 잇속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당 매체는 더피알의 문의에 “(지배구조 등) 매체 특성을 반영한 포럼은 또 따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참고하더라도 두 시간짜리 행사에 100만원의 참가비 책정은 요즘 같은 시기에 ‘배짱 영업’에 가깝다. 

그럼에도 홍보실 입장에서는 언론사의 협찬이나 참가 요청을 거절할 시 부정적 기사로 보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타협이 되는 구조가 아닌 강요를 하면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토로다.

어차피 뻔히 돈 벌자고 하는 행사에 출입기자 ‘면 세워주기’로 동원령까지 내려지는 상황이라면 이같은 가벼운 주제의 강연도 가능하겠다는 체념적 수긍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행사 참가와 협찬 지원이 자율적으로 이뤄진다면야 주제를 무엇으로 잡든 참가비가 얼마든 상관없다. 행사 흥행에서 시장 수요를 얼마나 적절히 반영했는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기업 지배구조를 논하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논하는 언론에서 시장논리를 거스르는 ‘포럼 장사’가 지속되는 건 아이러니다.

기사와 맞바꾸는 표팔이가 계속되고, 언론에서 제시하는 전략적 아젠다가 ‘골프 잘 치는 법’이나 ‘옷 잘 입는 법’이 되는 행태는 언제쯤 개선될 수 있을까. 포스트 코로나를 기대하는 것보다 더 아득하고 암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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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20-09-15 20:06:07
오타 좀.. 맞춤법은 어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