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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유감, ‘징벌적 손해배상’ 말곤 정말 답이 없나
언론유감, ‘징벌적 손해배상’ 말곤 정말 답이 없나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20.09.28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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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네편 내편 나눠 연일 보수-진보 진영 싸움
‘패거리 싸움터’ 된 지면, 독자·국민 안중 없어

[더피알=김광태] 30년 넘게 PR인으로 살면서 하루도 언론과 떨어져 지낸 적이 없다. 미운정 고운정 많이 밴 세월이건만 요즘처럼 언론에 크게 실망한 때가 없다. 정론을 펼쳐야 하는 언론이 거짓과 왜곡뉴스를 뿜는 것이 일상화됐다.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존재가 네편 내편 나눠 치졸한 진영 싸움을 벌이고 있다. 과연 내가 알던 언론이 맞나 싶다.

매일 아침 배달되는 보수언론을 보면 1면부터 칼럼, 사설에 이르기까지 연일 정권을 향한 집중포화다. 사실 여부를 꼼꼼히 따져 비판하기보다 ‘의혹’이라는 제목을 붙여 정권을 공격한다. 연일 계속되는 날선 기사는 현 정권을 끌어내리고 말겠다는 의도에 때때로 적의까지 느껴진다.

진보 언론도 갑갑하긴 마찬가지다. 정권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보수언론의 공격을 막아 내느라 분주하다. 공격에 대한 방어논리로 지면을 장식하고, 심지어 특정 보수 언론을 직접 공격하는 기사도 눈에 띈다. 보수와 진보의 불꽃 튀는 창과 방패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언론이 ‘패거리 싸움터’가 되면서 사실과 판단마저 흐리게 한다는 점이다. 신념이 사실을 눌러 진실을 왜곡하고 교묘한 가짜뉴스가 생성돼 퍼져나간다. 기형적 현상이 이미 우리 주변에 만연하면서 언론에 대한 혐오와 국민 불신은 최고조인 상태다.

많은 사람이 언론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사회의 공기요 목탁으로서 국민을 위한다고 생각했는데 자신들이 필요한 주장을 펼칠뿐 정작 국민이 필요로 하는 뉴스는 보이지 않는다.

주요 신문들 1면 톱을 보자. 대부분 절망을 안겨주는 뉴스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기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일매일 호구지책을 강구하며 타들어가는 국민 심정을 헤아리기는 하는 걸까? 불필요한 소모전에 에너지를 낭비할 게 아니라 언론이 앞장서 난국을 돌파할 지혜를 모으고 해결책을 찾는 공론장으로 역할해야 국민들도 위기 극복의 희망과 용기가 생길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매일 반복되는 암울한 소식은 국민 마음에 짜증과 상처만 안겨준다. 그런 류의 기사 아래엔 언론을 향한 성토와 비난의 댓글이 봇물을 이룬다. “기레기”에서 출발해 “편파” “왜곡” “허위” “억측” “선전” “선동” “정치공작” “사회흉기” “정파언론” “언론폭력” “작문언론” 등 불신을 넘어 혐오를 표하는 신랄한 반응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언론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세월호 전원구조’라는 역사적 오보를 남긴 이후 쓰레기라는 오명을 지금까지 쓰고 있는데 개선 노력이 안 보인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40개 국가 언론 신뢰도에서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꼴찌다. 조사 이래 매년 최하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언론 자유도는 상위권이다.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언론 자유지수는 180개국 중 42위고 아시아권에선 1위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독자의 알권리를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지켜야할 기본적 책무를 소홀히 한 결과가 이런 수치로 확인되지 않나 싶다.

소셜 플랫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개인미디어는 더 심각하다. 언론으로 위장해 객관적 사실보다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뉴스로 둔갑시킨다. 제작자나 이용자의 의견이나 취향이 우선돼 거짓과 가짜뉴스로 화제를 일으키고 돈을 벌고 있다. 거짓을 걸러 내고 사실을 토대로 정론을 펼쳐야 할 언론들은 도리어 이들이 생산하는 화제가 되는 가짜뉴스를 중계하고 인용보도하는 실정이다. ‘언론망국론’ ‘언론개혁론’이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짜뉴스, 허위·왜곡 보도는 피해자에게는 정말 치명적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허언증 환자로 매도돼 마녀사냥식 보도로 피해를 입은 홍가혜씨는 언론사 23개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해 모두 승소했지만 어느 한 곳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그 결과 아직도 많은 사람이 그를 허언증 환자로 인식해 일상생활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관련기사: ‘그냥 홍가혜’가 말한다, 올바르게 기억될 권리를

거짓보도로 인권을 침해하는 언론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이 ‘보도권력’에 취해 자기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에 경종을 울려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의 제모습을 찾아 주는 아픈 길잡이요, 자발적 언론개혁의 촉매가 되리라 본다. 수차례 잘못을 하고도 반성을 안하는 이에겐 강제적 처벌 외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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