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힙한 브랜드 공간의 의미를 찾아서
[현장 스케치] 힙한 브랜드 공간의 의미를 찾아서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10.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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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트립(feel the trip)’ 동행 취재
온라인 시대, 오프라인 중요성 더욱 커져
라이프스타일·오감·MZ세대 키워드로 곳곳 여행
성수동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사진: 정수환 기자

[더피알=정수환 기자]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흐름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며 온라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길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기업과 브랜드에서 오프라인 공간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팝업스토어’, ‘플래그십 스토어’ ‘브랜드 체험’ 등의 이름으로 우후죽순 생겨나는 기업들의 공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알긴 어렵다. 그리고 어떤 공간은 왜 사람이 몰리고, 다른 공간은 알려지기조차 버거운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트립(tirp)’을 콘셉트로 브랜드 공간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프로그램이 있다. 디지털마케팅 에이전시 비루트웍스가 제안하는 ‘필더트립(feel the trip)’이다. 한 동네에서 브랜드표 핫한 플레이스를 전문가 설명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방식이다. 

최근 성수동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첫 투어를 나선 필더트립에 동행했다. 물론 마스크를 끼고, 손소독제를 수시로 사용하며, 최대한 거리를 두며 걷는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진행됐다.

왜 성수인가? 

주말 오후 다양한 사람들이 성수에 모여들었다. 부녀가 함께 오기도, 부부가 동행한 참가자들도 있었다. 모두 요즘 소비자들이 찾는 힙한 공간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는 갈증이 있다고 했다.

본격적인 투어에 나서기 전 키트 하나씩을 받았다. 목적지가 점으로 찍힌 지도와 노트가 담겨 있었다. 지도에는 “낯설렘(낯섦이 주는 설렘의 신조어)의 힙한 동네. 예술가, 기획자, 그리고 소셜 벤처들이 둥지를 튼 생동감 넘치는 문화와 혁신이 공존하는 지역”이라고 성수동에 대한 소개가 적혀있다. 그리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손소독제와 장갑 등 위생용품이 있었다.

도슨트로 초빙돼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이승윤 교수. 사진: 정수환 기자

조명광 비루트웍스 대표는 “요즘 기업들은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다. 온라인이 소비의 중심이 됐고, 정보가 많은 MZ세대가 소비의 주도세력이 된 상황에서 오프라인의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은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야하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더트립은 현재 잘 만들어진 브랜드 공간을 다니면서 MZ세대들의 움직임은 어떤지, 사람들은 왜 이 공간을 찾는지, 무엇을 경험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지를 전문가와 함께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라며 “라이프스타일, 오감, MZ세대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루트를 구성했다. 원래는 기업 위주로 진행했던 프로그램이지만, 더 확장해 관심 있는 일반인분들과도 함께 하고 싶어 마련한 자리”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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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투어를 떠날 도슨트 역할로 초빙된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경험 마케팅의 시대다. 많은 브랜드들이 브랜드 DNA를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공간을 설계하고, 고객과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나간다”며 “그렇게 오프라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온라인으로 해결하고, 반대로 온라인에서 부족한 점을 오프라인에서 채우고 있다”며 최근 동향에 대해 설명했다.

성수동에서 이런 기준에 부합해 선정된 대표적 공간은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 성수’, 하이트진로의 ‘두껍상회’, 그리고 ‘성수연방’이었다. 하지만 이 세 곳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에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힙하다고 소문난 곳들 역시 방문할 것이라고 일렀다.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대화와 미션이 함께 

가장 먼저 도착한 공간은 아모레 성수. 조금 낡은 듯, 그러면서도 깔끔한 공간 앞에서 이승윤 교수는 운을 뗐다.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화장품 회사는 본래 방문판매로 소비자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방판 방식이 어렵게 됐고,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역별로 경험 공간을 만들며 대면으로 소비자를 만나는 방법을 구축했다. 이곳에서는 화장품을 팔지 않는다. 하지만 샘플은 받을 수 있다. 찾아온 고객들은 공간에 녹아든 아모레퍼시픽의 스토리를 경험한다.

참가자들이 아모레 성수에 모여 설명을 듣고 있다
참가자들이 아모레 성수에 모여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정수환 기자

임대료 등 흥미로운 가십성(?) 이야기도 들려온다. 참가자들은 처음 듣는 숨은 이야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한다.

이 교수는 “주로 여성들이 찾는 공간이기에 짐 보관함의 열쇠가 반지 모양으로 돼있다. 클렌징룸에서 화장을 지우고 아모레의 화장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등 여성을 위한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공간”이라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계속 듣고 있으니 마치 성수라는 동네가 하나의 박물관처럼 느껴졌고, 브랜드 공간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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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자유시간이 짧게 주어지고,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들은 미션이 생각나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었다.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 디지털 키트가 나타났다.

조명광 대표는 “공간에 들어가서 설명만 듣는 것도 좋지만, 직접 체험해봐야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미션을 준비했다”며 “미션의 종류도, 깊이도 다양하다. 그냥 경험한 하는 미션부터 왜 이런 장치를 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미션, 더 나아가 참가자의 비즈니스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미션까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내 피부에 맞는 파운데이션 컬러를 찾는 테스트를 해보세요’, ‘마음에 드는 자리에서 제품을 써보고 리턴바에 반납해주세요’ 등 체험형 미션부터 ‘아모레 성수는 물건을 팔지 않는 뷰티라운지 공간을 왜 오픈하였을까요?’, ‘아모레 성수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과의 연결에 신경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등 생각형 미션이 주어졌다.

시간이 다소 촉박해 깊은 고민을 하진 못하고, ‘그러게, 왜 그랬을까?'라는 의문만 남겼다. 이런 미션들에 대한 고민은 투어를 마치고 난 뒤 함께 토론을 하는 ‘랩업(Wrap Up)’ 시간에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이윽고 마지막 코스인 꽃집을 빠져 나와 다시 모였다. 이승윤 교수는 “여기에 꽃집이 왜 있을까. 보통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를 많이 데려온다. 마지막에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꽃을 선물하면서 여정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탄탄한 설계”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참가자들은 공간에서 보고 들은 걸 서로 공유하며 다음 장소인 ‘두껍상회’로 이동했다.

지나가면서 힙한 공간은 빼놓지 않고 들렀다.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카페 ‘봇봇봇(Botbotbot)’, 낡은 감성의 힙합을 보여주는 카페 ‘어니언’, 독특한 우주 콘셉트로 대기 인원이 줄지 않는 아더에러의 플래그쉽 스토어까지. 전문가의 짧은 이야기를 들으며 맥락을 함께 살펴보니 그 공간이 더 새롭게 느껴졌다.

로봇이 커피를 만들고 있던 카페 '봇봇봇'
로봇이 커피를 만들고 있던 카페 '봇봇봇'. 사진: 정수환 기자

두껍상회에서도 공간을 체험하고 주어진 미션을 수행했다. 

‘왜 젊은 세대는 뉴트로에 열광할까요? 뉴트로 콘셉트를 도입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하는데도 MZ세대의 발길을 사로잡은 매력은 무엇일까요?’ 등을 살펴봤다.

이어진 성수연방도 마찬가지. 전문가들의 설명을 통해 공간을 알아가고 체험한 뒤 처음 모였던 공간에 다시 모였다. 참가자들은 하루의 소회를 나누며 처음보다 부쩍 친해진 모습이었다. 관심사가 같으니 커뮤니티도 금방 형성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첫 번째 모임은 끝이 났다.

두껍상회를 체험하고 있는 참가자들.
두껍상회를 체험하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정수환 기자

성수에 이어 추후 투어가 진행될 장소는 한남, 그리고 제주다.

한남동의 경우 현대카드의 라이브러리, 삼성의 패션 브랜드, 사운즈한남, 고메494 등 빅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몰려있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동네라 선정했다고 한다. 제주 역시 새로운 것들이 많이 시도되는 곳이라 살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조명광 대표는 “요즘 로컬이 화두기도 하며, 제주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들의 특별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유로운 동네에는 항상 새로운 것들이 활발하게 나타난다. 제주맥주, 플레이스캠프 제주,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등 다양한 곳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많은 제약이 있는 상황이지만, 추후 감염병 사태가 진정되면 전국구로 뻗어나갈 예정이다.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투어하며 이를 데이터로 모으고, 트렌드한 장소를 아카이빙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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