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사회적 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10.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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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해관계자 충돌, 에코챔버로 양극화 심화
공론화로 타협 도출…갈등 해결 ‘만능키’ 아냐
갈등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둬야할 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갈등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둬야할 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어떤 정책이 추진되거나 산업이 재편될 때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은 쟁점과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층적으로 얽혀 있는 현대 사회에서 갈등은 ‘상수’로 봐도 무방하다. 중요한 건 어떻게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 이를 관리할 것이냐다.

#1 처방과 조제 주체를 분리시켜 직능 간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시행된 의약분업.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짓는 게 지금은 일상화됐지만, 2000년 이 제도 도입이 예고되면서 의료계는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의사들은 8개월 가까이 휴진, 시위로 집단행동을 이어갔고, 약사들도 한 차례 약국 문을 닫고 거리에서 투쟁을 벌였다. 역대급 의료대란이었다.

수십년 간 토론만 이뤄지던 의약분업이 추진될 수 있던 배경에는 전문의약품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다. 당시 항생제가 무분별하게 남용되면서 내성균을 통해 슈퍼박테리아가 생겨나는 현상 등이 주목받았고, 이같은 문제들에 대한 견제 장치로 의약분업이란 카드가 등장할 수 있었다. 의사의 약물 선택에 대한 일종의 크로스체크를 약사에게 맡기고, 약사에겐 임의조제를 할 수 없게 해 약물 오용을 줄인다는 구상이었다. 당시는 의사가 처방과 조제를 병행하기도 했고, 약사는 의사 처방 없이도 임의로 약을 조제할 수 있었다.

약사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의약분업은 병원 입장에서는 의약품 유통으로 기존에 거두던 수익이 사라지는 일이었다. 때문에 수가(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 인상 등 유인책이 뒤따랐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결국 ‘밥그릇 챙기기’로 보일 염려가 커 이 또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당시 의료계는 ‘올바른 의약분업 쟁취’를 타이틀로 내걸고 투쟁의 본질을 알리겠다고 수십억원의 광고비를 지출하기도 했지만, 본인들의 주장을 간명하게 이해시키는 데는 한계가 따랐다. 결국 의약분업 법적 시행 5개월여가 지난 11월에야 의·약·정 합의를 갖고 본격적 의약분업이 시작됐다.

양측 모두 약물 오남용 문제를 지적하고 공익적 가치를 내세웠지만, 일반 국민들에겐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면서 의·약계와 혼란을 방지하지 못했던 정부 모두가 내상을 입었다. 의료 공백으로 인한 국민 피해도 크게 소모된 사회적 비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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