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PR팀 해체가 주는 교훈
테슬라 PR팀 해체가 주는 교훈
  • 최영택 (texani@naver.com)
  • 승인 2020.11.02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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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사라진 회사 공식 커뮤니케이션 창구. CEO 트위터가 대신?
미국PR협회 우려 성명…디지털 미디어 변화 속 변화 주시해야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 자사 PR팀을 해체시켰다는 소식이 들렸다. 사진은 지난 3월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새틀라이트(SATELLITE)' 행사에서 머스크가 발언 중인 모습. AP/뉴시스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 자사 PR팀을 해체시켰다는 소식이 들렸다. 사진은 지난 3월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새틀라이트(SATELLITE)' 행사에서 머스크가 발언 중인 모습. AP/뉴시스

[더피알=최영택] ‘괴짜 기업인’으로 잘 알려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미국 내 본사 PR팀을 전격 해체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공교롭게도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발표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직후다. 회사의 공식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없애버린 파격적 결정은 소셜미디어(SNS)라는 대체제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머스크의 트위터 사랑은 각별하다. 그의 트위터(twitter.com/elonmusk)에선 특정 대상에 대한 독설은 물론이고 회사의 주요 전략이나 비전, 소식 등을 여과 없이 접할 수 있어 지금 이 순간에도 3900만명 이상의 팔로어가 북적대고 있다. 테슬라 입장에선 머스크의 트위터가 가장 효과적인 PR 수단이자 마케팅 채널이 됐다. 어떻게 보면 ‘잘 키운 SNS’가 PR 담당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 셈이다.

해외 괴짜 CEO의 극단적 선택이라고만 여길 수는 없는 일이다. 국내서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개인 인스타그램 활동이 상당히 활발하다. 그 결과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PR팀을 거치지 않고 그 스스로 PI(President Identity)를 만들어가는 모양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페이스북에서 인플루언서로 통하는데, 기업가로서 철학과 소신은 물론 회사 경영, 그리고 브랜딩·마케팅 방향성까지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때때로 홍보팀보다 앞서(?) 관련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각 기업 현업 부서에서도 디지털발 변화 바람은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소셜 무대에서 소비자를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와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소통이 강조, 강화되면서 전통미디어 중심의 PR 활동은 위축세에 접어들었다. 일선 현장에선 유사시 위기관리를 위한 역할 외 평상시 PR팀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목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테슬라의 PR팀 해체를 남의 집 일로만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미있는 건 미국PR협회(PRSA)의 반응이다. 그들은 테슬라 PR팀 해체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성명을 발표했다.

“(테슬라는) 영향력 있는 혁신 기업들에 대한 정보 흐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으며, 조직의 활동에 대한 언론의 책임감 있는 보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결코 성공으로 가는 길이 아니고 과장된 평판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직은 평판 관리의 중요한 요소이며, 투명하고 효과적이며 견고한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는 대중에게 알권리와 언론의 깊이 있는 보도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본 국내 한 PR전문가는 “(협회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PR협회나 PR기업협회에서도 만일 유사한 사례가 벌어질 경우 이런 식의 논평을 적시에 낼 수 있을까?

나아가 테슬라의 PR팀 해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도 궁금하다. 예상컨대 정보와 소식 전달은 지금처럼 트위터를 통해 가능하겠지만, 위기관리와 IR(투자자 PR) 등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을 것이다. 테슬라와 같은 성장주는 미래에 대한 가치를 계속 높여야 하고 지속적인 IR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테슬라=일론 머스크’라는 공식의 위험성이 회사의 큰 위기로 닥칠 수도 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머스크의 기행과 크고 작은 일탈이 수차례 테슬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바 있다.

▷관련기사: 테슬라 위기는 ‘머스크 입’에서 시작됐다

오너리스크 헤지가 반드시 필요한데 일탈을 일으킨 그가 일탈을 막아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까지 겸임할 순 없다. 최근 국내에서도 빈발하고 있는 전기차 화재 등 악재와 언론의 빗발치는 질문에 혼자서 트위터로 응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언론과 경쟁사, 소비자들은 그의 트윗을 더욱 주목하겠지만, 이런 체제가 얼마나 지속될지, 다른 기업들에게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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