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렉카’에게서 ‘나쁜 언론’이 보인다
‘사이버 렉카’에게서 ‘나쁜 언론’이 보인다
  • 안해준 기자 (homes@the-pr.co.kr)
  • 승인 2020.11.0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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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일부 이슈 유튜버들 자극적 영상 게재…가십성 소비 우려
언론 반면교사 삼아 공익성 있는 콘텐츠 만들어야

[더피알=안해준 기자] 포털에서 언론이 보였던 죽음을 활용한 ‘조회수 장사’ 문제가 유튜브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미디언 박지선과 그녀의 모친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이른바 ‘사이버 렉카’ 채널들이 이슈 올라타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사이버 렉카는 이슈나 논란거리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퍼날라 조회수를 챙기는 채널들을 일컫는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이들은 출동했다. 고인의 지인인 동료 코미디언 안영미가 소식을 듣고 보인 반응을 업로드해 클릭을 유발하고, 제목엔 ‘충격’, ‘실시간 안영미 반응’, ‘원본 영상’과 같은 키워드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고인에 대한 애도나 해당 소식에 가슴 아플 이들에 대한 공감보다는 가십성 콘텐츠 소비에 가깝다. 

안영미가 슬퍼하는 장면이 담겼던 ‘두시의 데이트 뮤지, 안영미입니다’를 방송하는 MBC라디오 측마저 다시 보기 영상을 내린 상황이었다. 비난이 거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사이버 렉카’로 불리는 이슈 유튜버들의 이러한 행위를 곱씹어 보면 우리 언론의 나쁜 행태를 그대로 닮아있다. 속보 경쟁부터 시작해 각종 근거 없는 추측성 기사를 보도한다. 이슈와 관련된 인물의 과거 행적을 다시 조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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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이슈 보도와 제목으로 조회수를 올려 수익 창출로 잇는 문제까지 비슷하다. 오죽하면 이슈 유튜버를 향해 댓글로 “요즘 사건‧사고가 많아서 신나겠다”라며 조롱 섞인 칭찬(?)을 할 정도다. 

대중의 알 권리 명목하에 콘텐츠를 올리는 취지라도 이번 사례처럼 고인의 소식에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영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직적으로 움직여 이슈를 취재하는 언론과 달리 유튜버는 개인이 콘텐츠를 만든다. 구독자 100만명 이상의 빅 인플루언서가 아닌 이상 언론처럼 게이트 키핑 시스템이 미비할 수밖에 없다. 철저한 콘텐츠 검수와 정제된 표현이 없다면 이는 팔로어들의 비판과 크리에이터의 리스크로 돌아온다. 

▷관련 기사 : 선 넘는 유튜버, 대안은 ‘자정노력’뿐?

이제는 유튜브 채널도 구독자는 물론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됐다. 때문에 유튜버들도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더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 연령대가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만큼 건강한 콘텐츠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익성을 띠는 이슈를 다루는 이슈 유튜버에겐 공익성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주제 선정과 메시지 전달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처럼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인에 대한 이야기라면 더 그래야 한다. 부디 유튜버들이 우리가 비판하는 ‘나쁜 언론’의 습성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길 바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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