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펌 웹툰’은 또 다른 불법의 미끼
‘불펌 웹툰’은 또 다른 불법의 미끼
  • 강수민 (aroxi@naver.com)
  • 승인 2020.11.16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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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침해 넘어 도박·성인물 유입 경로로 이용
불법 웹툰 퇴치 위해선 이용자 인식이 가장 중요
웹툰 불법 복제 사이트. 홈페이지 상단에 불법 도박 사이트의 배너 광고가 즐비하다.
웹툰 불법 복제 사이트. 홈페이지 상단에 불법 도박 사이트의 배너 광고가 즐비하다.

[더피알=강수민 20대 기자] 요즘 인기라는 웹툰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다. 자연스레 상위에 노출된 사이트를 클릭하고 감상하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사이트 곳곳에 시선을 끄는 자극적인 광고가 넘친다. 불법 복제 사이트인 것이다. 얼핏 보면 정식 플랫폼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이용자 유입을 꾀하는 중이다.  

웹툰은 드라마, 영화로도 제작되는 대표적인 OSMU(One Source Multi Use) 콘텐츠다. K팝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또하나의 ‘K문화’로 각광 받을 정도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밝은 현주소 뒤에는 웹툰 불법 복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기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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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광고 글을 통해 불법 웹툰 사이트에 처음 들어갔고, 그때는 불법 사이트인지 몰라서 잠깐 이용한 적이 있다”며 “사이트에 광고가 너무 많아 이상함을 느끼고 지금은 정식 플랫폼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불법 복제 사이트가 의도치 않게 웹툰 소비자를 ‘공범’으로 만든 셈이다.

국내 웹툰 시장은 네이버·다음 등 양대 포털 중심으로 형성돼 오다, 2013년 유료 플랫폼 레진코믹스의 등장 이후 웹툰의 유료 서비스가 안착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와 비례해 만화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불법 복제도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대됐다. 저작권을 침해하고 작가와 플랫폼에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 

더 나아가 불법 복제 사이트 때문에 이용자의 저작권 의식이 실추되기도 한다. 유료 웹툰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경로가 있는데, 굳이 정식 플랫폼에서 결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불법 사이트는 대게 정식으로 연재되는 플랫폼에서 웹툰을 무단으로 캡처해 자신들이 구축한 페이지에 무료로 게시하고, 배너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웹툰의 주 소비층인 청소년들이 접해선 안 될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B씨는 “웹 서핑을 하다가 검색 결과에 성인 웹툰의 장면이 나와 불쾌한 적이 있었다”며 “불법 웹툰 사이트는 필터링 없이 개방돼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웹툰을 감상하러 불법 복제 사이트에 들어왔다가, 도박과 성인물 등 또 다른 음지로도 빠질 수 있다.

실제로 상당수 웹툰 불법 사이트는 별도의 성인 인증 절차 없이 누구나 접속할 수 있다. 불법 복제 사이트에는 전체 이용가 작품과 19세 미만 이용 불가 작품이 구분 없이 업로드되고, 웹사이트 배너로 불법 도박을 광고하고 음란물까지 게시되기도 한다.

웹툰 불법 복제 사이트로 인한 여러 문제를 막기 위해 웹툰 플랫폼들은 무단 캡처를 차단하는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웹툰 불법 유통 대응 협의체를 조직하는 등 불법 복제와 무단 배포를 최대한 막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 유통 사이트를 완전히 뿌리 뽑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에 따라 사이트의 접속이 차단되기도 하지만, 수시로 링크 주소를 바꿔가며 계속해서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 복제 사이트가 방문자 유입량으로 광고 수익을 얻고 사이트를 유지하는 만큼, 사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다. 단순히 저작물을 불법으로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불법 도박 산업과 음란물 등 음지 시장의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다는 경각심 또한 필요하다.

이용자의 올바른 저작권 인식과 적법한 소비 습관이 바탕이 돼야 새로운 한류로 떠오르고 있는 웹툰이 잠깐의 전성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대표 콘텐츠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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