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R단체, 이대로 좋은가
국내 PR단체, 이대로 좋은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20.11.17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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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양대 협회 확장성 한계
일선 현장의 무관심·참여율 저조로 악순환

요즘 협회는 뭐한대요?

[더피알=강미혜 기자] 업계 종사자들과 만날 때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다. 어림잡아도 몇 년간 쭉 그래왔다.

경기 침체 속 디지털 전환기를 거치며 ‘남들은 뭐하나’ ‘업계는 어떤가’ 등의 대화가 오가다 종국엔 협회 이야기로 수렴된다. PR을 업으로 하는 종사자들이 PR 관련 단체의 존재감을 궁금해하고 때론 안위를 걱정하기까지 한다.

국내에서 PR 관련 대표적인 단체를 꼽으면 크게 두 곳(학회 제외)이다.

대기업 CC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를 중심으로 업계와 학계를 아우르는 한국PR협회(KPRA)와 PR에이전시가 모인 한국PR기업협회(KPRCA)다.

두 단체 모두 법률상 PR 관련 권리와 의무를 갖는 주체로 인정 받는 사단법인이다. PR협회는 올해로 출범 31년째이고, PR기업협회는 20주년이 됐다.

10여년 먼저 만들어진 PR협회는 학계, 기업(홍보팀) 등이 주축이 되어 1989년 8월 출범했다. 당시는 PR이란 말조차 낯설었기에 PR일과 관련 없는 재계 인사나 언론사 기자 등도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PR협회가 나름 활성화 된 것은 90년대다. 협회 운영이 교수 중심에서 기업 PR인들 손으로 넘어오면서 실무단에서 보다 활기를 띠었고, 정부의 국정홍보처가 만들어지면서 상승세를 탔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며 좀 더 활동성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통합하면서다.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종혁 교수가 홍보팀 재직 시절 ‘KoreaPR.org’를 개설(98년)했는데, 1만명 가까운 회원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됐다. 2003년 해당 사이트를 PR협회에 무상으로 넘기면서 현재의 PR협회 모습이 갖춰졌다.

당시 “(PR커뮤니티와 PR협회의) 이번 통합은 온라인 조직과 오프라인 조직의 통합, 젊은 PR인이 중심이 된 온라인 모임과 50대 이상이 주축이 됐던 협회의 세대 간 통합, 기업체 홍보실과 PR대행사, 그리고 학계 간의 통합과 협력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최근 인터넷과 관련한 다양한 논쟁들 속에서 신선함을 더해주고 있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기업 내 PR 보직에 언론인들이 대거 수혈되면서 PR단체 의미가 희석됐고, MB정권에서 국정홍보처가 없어지면서 활동은 줄고 기업 간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름만 이어온 게 오늘의 현실이다.

PR협회에는 koreapr.org라는 사이트의 흔적 외 20여년 전 의기투합했던 ‘통합의 시너지’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세대를 아우르는 회원들의 교류나 협력의 소식은 들리지 않고, 홈페이지엔 협회 동정이나 행사 소식이 간헐적으로 공유된다. 간간히 열리는 공식 행사에도 소수의 뜻 있는 PR인 외 현업 종사자들의 참여율은 미미하다. ‘홍보전문지’를 표방하며 협회 설립 초기부터 격월로 발간한 <밀레니엄>도 언제부턴가 소리 없이 발행이 중단됐다. 

매일 새로운 이슈와 트렌드를 소개하고 업계 전문가와 그들의 다양한 인사이트, 스토리를 담는 미국PR협회(PRSA) 활동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오죽하면 일선 현장에선 “사이트는 구인게시판 확인하는 용도”고 “협회가 하는 일은 연말 시상식 개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보 플랫폼이나 교육·커뮤니티 채널로서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섭섭함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다.

협회의 존립 이유가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점에 미뤄볼 때, 현재의 한국PR협회는 ‘직무유기’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도 사석에선 종종 나온다.

그렇다면 PR기업협회는 어떨까.

PR기업협회는 흔히 ‘홍보대행사’로 불리는 PR기업(PR회사)에 대한 위상 제고와 PR인 자질·의식 고양을 목표로 2000년 12월에 창립했다.

지금까지 매달 회원사가 모임을 갖고 교육, 세미나도 정례적으로 열고 있지만 오랫동안 근본적인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다름 아닌 회원사 확대다.

PR기업협회는 20년 전 17개사가 모여 발족됐는데, 20년이 지난 현재 회원사가 24개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PR기업 숫자가 그간 수백개로 늘어났고(공식적으로 집계된 바 없음) 취급액도 수천억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마당에 초라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외국계나 대형 PR사의 협회 가입율도 저조하다.

PR기업협회에 속하지 않는 회사 대표들에게 간혹 그 이유를 물어보면 “별로 이득이 없어서”라고 답한다. 일부 신생회사들은 “언론홍보 등 전통PR 업무를 하지 않는 곳은 협회가 배척(?)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반면 협회 회원사 관계자들은 “윤리강령을 위반하며 소위 물을 흐리는 회사들이 있었기에 협회 가입을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한다. 동시에 오랜 업력의 PR사에겐 “PR 비즈니스로 회사를 꾸려가고 돈을 버는 곳이라면 업계 발전을 위해 뜻을 같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각자의 입장이나 사정이 어떻든 PR 비즈니스를 하는 주체들이 ‘동상이몽, 삼몽’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니 협회가 20년간 존재해도 제대로 합해서 모이지가 않는 것이다.

국내 PR산업을 이끄는 두 단체가 이렇게 지리멸렬하는 동안 PR 시장의 파이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갈등관리와 협상 영역은 법조계가 가져가고, 디지털PR은 온라인광고와 디지털 마케팅, MCN 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관련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도 PR 파트에 배분되는 돈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공공PR 영역에선 신문·방송 사업자인 언론사들이 ‘대행권’을 휩쓸어 간다. 정책홍보를 위한 막대한 정부 예산은 ‘정부광고’라는 이름 아래 언론진흥을 위한 사단법인(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다.

▷관련기사: 언론재단 거치며 ‘돈 주고 지면거래’ 사라졌을까

그런데도 PR 단체들이 나서서 PR의 가치나 기능을 제대로 PR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미국 테슬라가 내부 PR팀을 해체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미국PR협회는 즉시 성명을 내놓으며 강한 유감을 표했었다.

동시에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직은 평판 관리의 중요한 요소이며, 투명하고 효과적이며 견고한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는 대중에게 알권리와 언론의 깊이 있는 보도를 가능하게 한다”는 PR의 본질적 가치를 되짚기도 했다.

▷관련기사: 테슬라 PR팀 해체가 주는 교훈

국내 PR인들 중에선 테슬라의 PR팀 해체라는 뉴스보다 미국PR협회의 그런 대응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홍보팀 직원이 기자에 폭행을 당한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져도 침묵으로 일관했었고, 특정 회사의 비위로 PR업계 전체가 로비집단으로 매도당해도 점잖음을 잃지 않았던 국내 PR단체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일까. 이런 한계와 문제점을 제대로 공론화하지 않는 더피알을 향해서도 “직무유기”라는 쓴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오고 있다. 

*기사가 나간 후 한국PR기업협회에서 “언론홍보 등 전통 PR업무를 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업도 협회 회원사에 가입되어 있으며, 새로운 영역에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업의 협회 가입을 환영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혀왔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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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1-20 22:23:08
한심한 상황. PR관련 협회라고는 국내에 겨우 이 두곳뿐인데, 홍보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나 아는것처럼 거의 무의미한 기관뿐임. PR이던 홍보던 커뮤니케이션을 베이스로 하는 일이고, 결국 '소통'을 업으로 하는건데, 두 협회는 인하우스와 에이전시와 전혀 소통이 안됨. 뭘하는지도 당췌 모르겠고....한심 나까무라.
기자님, 기사 잘 읽고 갑니다.
다음번엔 홍보관련 학회들에 대해 조사하여 기사 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PR학회, 광고홍보학회, PR실학회, 헬스컴학회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