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기자들이 본 드라마 ‘허쉬’는?
현직 기자들이 본 드라마 ‘허쉬’는?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0.12.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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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감 넘치는 언론인보단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기자 조명
내용 설정, 표현상 디테일 아쉽다는 의견
인턴-12년차 기자 관계 현실감 ‘0’…“그런 편집국은 세상에 없다”
허쉬 예고편 화면.
허쉬 장면. 인턴기자들에 낚시기사 스킬(?)을 전수하는 모습이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를 내건 JTBC 드라마 ‘허쉬’가 지난 주말 첫 방송을 탔다. 

드라마 소개 문구에서 알 수 있듯 통상적으로 묘사돼 온 정의감·사명감에 불타는 언론인의 모습보단, 알고 보니 이들도 평범한 직장인이더라는 애잔함이 이 드라마의 차별점이다.  

허쉬는 헤럴드경제와 문화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정진영 작가가 쓴 ‘침묵주의보’를 원작으로 한다.

기자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현실감 있는 서사를 기대하게 되지만, 특정 직업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들마다 겪는 고증 논란을 허쉬 역시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제 1·2화가 방영됐을 뿐이라 시청했다는 기자가 많지는 않은 듯하지만, 내용 설정과 표현상 디테일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선 주인공들의 관계다. 개인적 원한이 있다고 해도 인턴이 12년차 기자를 향해 말끝마다 노려보고 사석에서 훈수를 두는 건 현실감 ‘0’라는 지적이다. 호칭은 수평이어도 언론사 내부는 보고체계와 위계질서가 상당히 강해 실제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허쉬에서 묘사되는 조직의 전반적 분위기도 디지털뉴스부서(이하 디뉴부)라기보다 그냥 전통 신문사 편집국에 가깝다.

뉴스 콘텐츠의 디지털 실험을 한다기보다 복붙(복사+붙여넣기) 기사나 실검 낚시 등을 주로 하는 것은 ‘닷컴 시대’ 조직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지금도 이런 일을 하기는 한다.)

교육을 담당한 12년차 기자 한준혁(배우 황정민)과 인턴 간 살가운 분위기 또한 지나치게 드라마적이라는 평.  한 중견 기자는 “솔직히 각자 일하기 바빠서 다른 부서는 만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한 일간지 디뉴부 기자도 “그런 편집국은 세상에 없다”며 웃었다. “얼마 전 방영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훈훈하지만 세상에 그런 의사 없다는 반응을 낳았듯 (언론사도) 마찬가지”라는 의견이다.

사소하지만 등장인물들의 화려한(?) 패션이 몰입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의상협찬을 고려한 부분인지 몰라도 신문사 디뉴부답지 않게 각 인물들 복장이 지나치게 패셔너블하다는 것이다. “현실 편집국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실제로 후줄근하게 다닌다”는 게 디뉴부에 소속된 이의 전언이다.

그밖에 국장과 국장님을 혼용하는 호칭,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단어인 ‘특종’을 외치며 경례를 붙이는 수습기자, 이지수(배우 윤아) 문자 중 ‘삼가해주세요’라는 맞춤법 오류(‘삼가주세요’가 맞는 표현) 등 세세한 지적사항이 블라인드 내 언론인 라운지에 올라오기도 했다.

작가든 PD든 사내에 있는 JTBC 보도국 기자들이나 같은 계열의 중앙일보 편집국에 감수를 한 번이라도 맡겼으면 안 생겼을 문제라며 아쉬움을 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조직 내 유배지로 디뉴부를 묘사한 것에선 크게 공감했다는 의견도 있다.

각 언론이 구호처럼 ‘디지털 전환’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디뉴뷰는 큰 신문사에서 ‘외로운 부서’에 해당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드라마 설정처럼 유배지까지는 아니어도 내부적으로 타 부서에 밀리고 소위 ‘말빨’이 안 먹힐 때가 많다. 

또 극중에선 양윤경(배우 유선)이 최초 여성 시경캡으로 등장하지만, 실제로 국내에서 여기자가 시경캡을 처음 단 건 벌써 20년 전이다. 동아일보 허문명 기자가 2000년 11월 시경캡이 됐었다.

그렇다면 인턴이 지방대 출신이란 이유로 정규직 전환이 막힌 건 실제 현실과 얼마나 부합할까? 언론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게 중론.  

일간지 기자는 “지방대라고 정규직 전환이 안 되는 건 못 본 듯하나, 처음부터 서류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일단 붙었다면 이후엔 능력 위주로 선발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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