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취향’보다 ‘습관’에 주목”
“이제는 ‘취향’보다 ‘습관’에 주목”
  • 정수환 기자 (meerkat@the-pr.co.kr)
  • 승인 2020.12.16 13: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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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上]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장

[더피알=정수환 기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맘때쯤 쏟아지는 책이 바로 트렌드 서적이다.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더 불안해진 내일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사람들은 올해도 트렌드서를 찾는다.

무슨 근거로 흐르는 트렌드를 내다보고 정리하는 걸까. 이게 정말 요즘 시대의 아이템이 맞는 걸까. 의문이 들 때쯤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빅데이터 분석기업 내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관측해 내놓은 것이었다.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연구소 소장을 만나 평소 궁금증을 풀기로 했다.

박현영은...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이다. 한국 갤럽에서 마케팅 리서치 담당 연구원을 지냈고, 리서치 인터내셔널 마케팅 리서치 연구부서 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에서 소장 및 인사이트 리포트 총괄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2021 트렌드 노트』 , 『2020 트렌드 노트』 , 『2019 트렌드 노트』 , 『2018 트렌드 노트』가 있다.
박현영은...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이다. 한국 갤럽에서 마케팅 리서치 담당 연구원을 지냈고, 리서치 인터내셔널 마케팅 리서치 연구부서 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에서 소장 및 인사이트 리포트 총괄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2021 트렌드 노트』 , 『2020 트렌드 노트』 , 『2019 트렌드 노트』 , 『2018 트렌드 노트』가 있다. 사진: 이수빈 에디터

데이터를 통해 트렌드를 톺아본다는 콘셉트가 다른 트렌드 도서와 차별화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엔 트렌드가 신탁처럼 여겨졌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며 트렌드를 조기 캐치(catch)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고, 이를 누군가가 빨리 가져오면 주로 선릉역 어딘가에 모여 신탁처럼 받아적고 퍼뜨렸거든요(웃음). 트렌드가 어딘가에서 떨어지기를 바라는 태도였던 거죠.

그래서 예전에는 트렌드와 현실 사이 갭(gap)이 상당히 컸어요. 해외에서 무언가가 화제 되면 그것이 내 손 안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죠. 정보가 없으니 알지를 못하고 얻기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가 굉장히 투명해지고 빨리 공유되는 세상이 됐기에 트렌드를 캐치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해요. 그게 바로 데이터를 사용하는 거죠. 데이터를 통해 트렌드를 보는 것은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가령 ‘OO이 뜰 거야!’ 해서 뜨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OO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걸 포착하고, 왜 이용하는지, 거기에는 어떤 욕망이 숨겨져 있는지, 누가 주로 이용하는지 등을 분석하는 거죠. 이렇듯 생활의 언어나 행동 속에서 시작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활 속 데이터에서 추출한, 현재 두드러지는 움직임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먼저 ‘루틴(routine)’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로 인해 공간은 제약되고 시간은 확장됐어요. 그 주어진 시간을 사람들이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한다는 것이 올해의 가장 중요한 발견입니다.

킬링타임 콘텐츠를 보는 것만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기엔 뿌듯함도, 의미도 찾을 수 없기에 사람들은 계속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며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요. 이를 ‘OO루틴’이라고 명명하며 진행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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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를 ‘쿼런틴(quarantine, 격리)’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루틴을 붙여 ‘쿼루틴(QuaRoutine)’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어요. 격리시대의 루틴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들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수평적 관계’에 주목해야 합니다. 수평적 관계에 대한 니즈는 늘 있었지만, 이를 추동할 힘이 약했었죠.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온라인화되다 보니 그 힘이 생겼습니다.

가령 회사 내 물리적 공간에서 회의를 한다고 했을 때, 그곳에는 사람의 권위를 나타내는 장치가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사장석도 있고 연차가 낮은 사람이 앉아야 할 별도의 공간도 정해져 있죠. 하지만 재택근무로 인해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면 모두가 그저 타일 하나에 불과합니다. 오프라인에서 나타난 권위가 무너지는 겁니다. 교수와 학생 관계 역시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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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움직임은 소비자와 기업 사이에서도 나타납니다. 조금 의미가 다르긴 한데, 조직 및 가정 내에서 수평은 수직의 반대말로 쓰이고, 기업과 소비자 사이 수평은 ‘정보 비대칭성’의 반대말로 작용합니다.

특히 조직에서 PR하는 분들이 꼭 명심해야 할 단어에요. 수평이 이행되면서 ‘내가 원치 않는 것이 알려졌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를 주의해야 합니다. 유사시 사과의 매너, 즉 얼마나 빨리 누가 어떻게 대처할지도 미리 준비해놓아야 해요.

박현영 소장은 코로나를 계기로 집단적 사고관과 개인적 사고관의 역전을 예상했다. 사진: 이수빈 에디터
박현영 소장은 코로나를 계기로 집단적 사고관과 개인적 사고관의 역전을 예상했다. 사진: 이수빈 에디터

코로나가 참 세상을 많이도 바꿔놨습니다. 작년 이맘때쯤만 해도 아무도 팬데믹 변수를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코로나가 트렌드 예측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 같습니다.

보통 세 가지 방향으로 봅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가던 방향이 가속화됐느냐, 아니면 역방향이 됐느냐, 혹은 혼합이 됐느냐.

저희는 많은 부분이 (좋은 방향으로) 가속됐다고 보고 있어요. 사람들은 코로나라는 현상을 앉아서 당하기만 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령 데이터상에서 ‘회식’이라는 단어가 점점 줄고 있어요. 상당수 사람들이 원래 회식을 싫어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완전히 종결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회식이 좋았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거예요. 추석 등 명절 역시 계속 갈등 상황에 놓여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 갈등을 완전히 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등 몇몇 극단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이 원하던 방향으로의 합의가 진행되고 있어요.

또 가속화에서 온라인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온라인 쇼핑과 관련해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 중 하나가 ‘처음’입니다. 여기서 습관의 무서움을 자각했어요.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몰랐던 게 아니고, 어떻게 하는지도 알고 있지만, 습관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대형마트를 가곤 했던 거죠. 그러다 하도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니까 온라인을 처음 이용해본 것입니다. 그렇게 신세계를 경험하죠. 습관들을 걷어내니 알고 있지만 안 하던 것의 가속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반면 조금 주춤하는 것들도 있어요. 바로 ‘취향’ ‘분위기’ 등의 키워드입니다. 만약 하얀 테이블을 판매한다고 했을 때 이전에는 ‘이 테이블을 갖다 놓으면 집안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는 문장을 주로 썼죠.

하지만 지금은 ‘이 하얀 테이블을 매일 사용하면 당신의 홈오피스에 도움이 됩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게 시대정신에 더 맞아요. 쓸모, 매일매일, 도움, 홈오피스 등 더 실용적이고 거품이 빠진 단어들이 코로나로 인해 뜨고 있는 것이죠.

같은 맥락으로 인테리어라는 단어보단 집정리, 방꾸미기, 집비우기 등의 표현이 더 많이 쓰입니다. 예쁜 것, 감성, 분위기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선택의 이유를 말할 때 용어가 달라지는 것이죠. 소위 인스타에서 말하는 ‘갬성(감성)’이라는 단어도 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람들이 코로나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용한다는 말이 흥미롭습니다. 책에서는 이를 ‘평행우주에서 통합우주로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셨는데요.

여태까지 우리 사회에는 전통적(집단적) 사고관과 신세대적(개인적) 사고관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둘이 부딪혔을 때 보통 전통적 사고관을 가진 사람들이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신세대적 사고관이 못내 따라가곤 했습니다. 이렇듯 두 사고관이 평행우주를 달리고 있었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반대가 됩니다.

바이러스를 계기로 정체돼있던 전통적 사고관이 발전된 신세대적 사고관으로 완전히 통합된 것이죠. 그래야만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코로나가 쉽게 끝날 것 같지도 않지만, 종식 선언이 나오고 우리가 마스크를 완전히 벗는 사회가 온다고 해도 다시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가진 않을 거예요.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합의점에 이른 것입니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루틴이 되려면”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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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2020-12-17 15:16:39
간만에 읽을만한 인터뷰네요.